‘전직 두 대통령 사면’ 朴 시장 건의에
文, 구체적 언급 없이 기존 입장 피력
吳, 오래된 아파트 재건축 허용 건의
文 “쉽게 하면 집값 부추겨” 부정적
코로나 백신, 지자체서 명단 작성 전환
서울·평양올림픽 공동유치 지속 밝혀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4·7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한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과 만났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국민 통합과 국민 공감이 전제조건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 서울시내 재건축 완화, 올림픽·엑스포 등 문화, 스포츠 행사 지원 등 두 야당 시장의 건의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4·7 재보선 패배 후 접촉면을 늘리면서 소통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 국정운영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 정책 변화나 국정운영 기조가 실질적으로 전환되지 않는다면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상춘재에서 오·박 시장과 1시간 20여분 동안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가졌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박 시장으로부터 수감 중인 두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한 건의를 들었다. 오 시장도 같은 뜻을 표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두 분의 수감은 가슴 아픈 일이며 고령이고 건강도 안 좋으시다고 해서 안타깝다”고 말하면서도 “이 문제는 국민의 공감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으며 국민 통합에 도움되도록 작용되어야 한다. 이 두 가지를 함께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전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지난 1월 기자간담회 당시 사면에 대한 입장과 변화가 없다. 문 대통령은 “국민이 공감하지 않는다면 사면은 통합의 방안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국민통합·국민공감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나 추가 지시를 하지는 않았으며 현재 수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문제는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과 오 시장은 서울 시내 재건축을 놓고도 의견을 교환했다. 오 시장은 오래된 아파트에 대해서는 재건축을 허용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오 시장은 회동 후 서울시청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대통령에게 여의도 시범아파트를 꼭 방문해달라고 건의했다”며 “저 역시도 현장에 가보고 재건축의 심각성을 피부로 절감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입주자들이 쉽게 재건축을 할 수 있게 하면 아파트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도 있고 부동산 이익을 위해서 멀쩡한 아파트를 재건축하려고 할 수 있다”고 말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다만 “시장 안정조치가 담보되면 얼마든지 (재개발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언급은 있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야당 시장들에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에서 지방자치단체들의 관여 정도를 높여 접종속도를 올리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까지는 질병관리청이 접종명단을 결정한 뒤 지자체에 통보하는 방식으로 운영했지만, 앞으로는 지자체가 명단을 결정하고 방역당국이 물량을 결정해주는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접종속도를 높이겠다는 의도다. 문 대통령은 “상반기 중 1200만명+알파 접종 목표는 차질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북한의 도쿄올림픽 불참 선언으로 2032년 서울·평양올림픽을 공동 유치하려던 정부 구상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오 시장 발언에 “아직 포기하긴 이르다. 북한이 막판에 (도쿄올림픽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물 건너간 상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2030 부산엑스포 유치는 ‘문 대통령 프로젝트’라고 강조한 박 시장에게 “그걸 시민들에게 잘 좀 이야기해달라”며 농담한 뒤 가덕도신공항을 비롯한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이도형·송민섭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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