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에서 4대 그룹 대표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그룹 총수들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던 문 대통령이 오찬을 함께 한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문 대통령은 “지난번 방미 때 4대 그룹이 함께해 한·미 정상회담 성과가 참 좋았다”며 감사를 표했다. 지난달 4대 그룹이 결정한 4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는 한·미동맹을 경제·기술 차원으로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이 열리는 백악관으로 우리 기업인들을 초청해 “생큐”를 연발하며 박수를 보냈다.
그동안 우리 기업들은 해외에서 호평을 받았지만 정작 국내에선 푸대접을 감수해야 했다. 기업인은 대통령의 방북이나 미국·동남아 순방에 들러리만 섰을 뿐이었다. 정부·여당은 규제 사슬을 풀어달라는 재계의 호소에 귀를 닫은 채 되레 기업을 옥죄기에 바빴다. 최저임금 파격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 기업규제 3법, 중대재해처벌법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반기업 정책의 후과가 기업 투자의 해외 유출과 고용 악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내국인 해외 직접투자는 549억달러로 외국인 국내 직접투자(113억달러)의 5배에 달한다. 해외로 나간 우리 기업을 국내로 유치하기 위한 일명 ‘유턴법’을 실시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해외에 설립된 신규 법인 수는 2만2405개에 이른다. 국내로 복귀한 기업(84개)의 266배다. 전경련이 해외에 진출한 매출 상위 1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국내 복귀에 관심을 표명한 기업은 3%에 불과했다. 이러니 국내 투자가 일어나고 양질의 일자리가 생겨날 리 있겠는가. 우리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로 빠져나간 일자리는 작년 한 해만 7만개가 넘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정 최고 책임자가 4대 그룹 총수들을 따로 만나기까지 4년 이상 걸린 것은 정상이 아니다. 비록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어제 간담회에서 4대 그룹 대표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 필요성을 건의하자 문 대통령이 “고충을 이해한다”며 “국민들도 공감하는 분이 많다”고 긍정 답변한 것은 잘한 일이다. “기업의 앞서가는 결정이 없었다면 오늘은 없었다”고도 했다. 코로나19로 침체에 빠진 경제를 되살리자면 재계와 더 자주 만나 소통해야 한다. 기업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규제를 혁파하는 데 대통령부터 발 벗고 나서야 한다. 그것이 기업을 살리고 경제를 회복시키는 윈윈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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