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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혜인 “아이동반이 쇼라고? 홀로 나왔다면 법안에 주목했겠나” [뼈때뷰]

입력 : 2021-07-22 07:00:00 수정 : 2021-07-22 08:5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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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당 용혜인, 5월 출산 후 2달 만에 아들과 함께 국회 등원
24개월 이하 영아 국회 회의장 동반 출입 가능토록 한 법안 발의
민주당·국민의힘 이 법안 통과에 이견없어…운영위가 안열려 막혀있어
文대통령은 과일, 이낙연 수유등 동료 정치인들 선물 보내며 출산 축하
“이준석, 女 경험하는 차별 모르면 무능, 알면서도 그러면 ‘나쁜 정치인’”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지난 5일 생후 59일 된 아들을 유모차에 태워 함께 등원했다. 용 의원은 이날 출산 전 발의했던 일명 ‘아이동반법’ 통과 촉구를 위해 아들과 함께 국회 곳곳을 누볐다. 그러나 본회의장 문턱은 넘지 못했다. 현행법에서 국회 본회의장 출입은 의원·국무총리·국무위원 또는 정부위원, 그 밖에 의안 심의에 필요한 사람으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그 외 사람이 출입하려면 국회의장 허가를 받아야 한다.

 

20대 국회 때 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이 아들과 함께 출입을 요청했으나 문희상 당시 국회의장이 거부했다. 이 때문에 용 의원은 수유가 필요한 24개월 이하의 영아 자녀를 국회 회의장에 동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공동발의에 61명의 여야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 16일 서울 용산구 세계일보 스튜디오에서 만난 용 의원은 “복귀 후 원내 정당을 모두 찾아뵀다”며 “아이동반법과 관련해 이견이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도 본회의장에서 (제) 자리에 찾아와서 잘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고 전하며 밝게 웃었다.

 

50여일된 아이와 함께 국회를 찾은 날, 용 의원과 아이는 한껏 주목받았다. 아이와 함께 등원한 용 의원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컸지만 비판적인 시선도 적지 않았다. 특히 지난달 문신업법 합법화를 촉구하면서 등이 파인 드레스를 입고 기자회견에 나선 정의당 류호정 의원과 더불어 ‘쇼’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용 의원은 “언제나 퍼포먼스가 나올 때 ‘쇼’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보여주기를 위한 보여주기라면 문제겠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고 과제를 수행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며 “만약 국회 복귀하는 날 아이 없이 혼자 기자회견장에 나타나서 임신, 출산을 했고 육아를 해봤는데 개선점이 필요하다고 했다면 제가 발의한 법안에 대한 지지나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었을까. 논란이 됐던 것이 제게는 더 기회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이하 일문일답

 

-국회 복귀한 지 2주 이상 지났는데 소감은 어떤가?

 

“아주 정신이 없었다. (육아로 인해)하루에 출근 두번 퇴근 두번한다고 하지 않나. 남편이 육아휴직해서 하루 종일 애를 보고 있다. 너무 힘들 것이다. 저야 밖에 나와서 공기도 쐐지만.

 

-선출직 공무원 특성상 어쩔 수 없이 빨리 복귀를 했다. 조금 더 쉬고 와도 되지 않았나?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이 없는 상태에서 어느정도까지 쉴 수 있을지, 어느정도까지 쉬어도 되는지 선출직이라는 고민이 있었다. 국회는 국민이 위임해준 권한으로 입법권을 행사하는데 그것을 내려놓고 얼마나 있어도 되는지 현실적인 고민이 있었다. 워킹맘들에게 가혹하게 일도 하고 아이도 잘 보고 슈퍼맘이 되게끔 유도하지 않나. 국회의원의 출산이자 육아가 슈퍼맘의 롤모델이 되면 안된다는 생각도 강했다. 아이를 낳고 2∼3주 있다가 복귀하는 것이 그런 시그널이 될까봐 우려했다. 한달 정도 쉬고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주변 보좌진들이 강력하게 만류해서 두달 정도 쉬었다. 두달 쉬면서 마음이 편하진 않았다. 국회에서 제가 없는 동안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와 종합부동산세 후퇴 등 논의가 진행돼서 마음이 급하기도 했고 고민이 많았다. 두 달 정도 쉬었고, 신보라 의원이 20대 국회에서 45일 쉬었다. 제가 그것보다 좀 더 쉬었고 저 다음에 출산하는 의원님은 저보다 많이 쉬면 좋겠다.”

 

- 20대 국회에서 신보라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 아이를 동반하겠다고 요청했을 때 권한이 있는 문희상 국회의장이 거절하지 않았다면 굳이 법안발의까지 오지 않아도 될 일 아니었나 싶은데?

 

“제가 임신했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여성 의원분들이 더 우리도 본회의장에 아이 데려와서 수유하면 좋겠다고 하셨다. 저는 이제 막 임신해서 입덧하고 출산은 너무 먼 얘기였는데 ‘네 알겠습니다 고민해보죠’라고 했다. 돌아오고 나서 6개 원내 정당 다 찾아뵈었다. 아이동반법만 얘기한 건 아니고 기본소득공론화법이나 이런저런 고민 얘기했는데 아이동반법은 이견이 없었다.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에서도 이건 이견이 있는 법안이 아니어서 빨리 처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상희 국회부의장님 찾아뵀을 때에도 이 법 빨리 처리돼야겠다고 지지를 해주셨다. 그런데 국회 운영위원회가 상임위 협상 문제로 사보임 처리도 잘 안되고 있어서 운영위가 열리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지지부진, 계류된 상태다.”

 

-21대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이 허가하면 법안 통과까지 안 기다려도 되지 않나?

 

“제가 복귀할 때 쯤 박 의장님도 뵈려고 했는데 해외출장중이어서 돌아오시면 뵙기로 했다. 조만간 찾아뵙고 얘기를 나눠볼 생각이다. 문희상 의장 있을 때는 ‘굳이굳이’ 불허를 하셔서 선례가 있는 상황이라 저도 굳이 법안을 발의한 것이다. 선례가 있으면 그 이후로도 계속 그렇게 하면 되니까 법 개정이 필요없는데 한 번 불허된 선례가 있어서 법 개정을 추진하려는 것이다. 박병석 의장님이 어떤 판단을 할 지 모르겠으나 제가 만나본 박 의장님은 정치 변화에 대해서 열려있는 분이라고 만나면서 느꼈다. 긍정적으로 검토해주시지 않을까 싶다. 아이동반법이 여성의원을 위한 법이라는 오해가 있는데 그렇지 않다. 육아하는 남성의원들도 아이와 함께 동반할 수 있고, 이 법이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돌봐야할 때 입법권과 아이를 돌보는 것 어느 것 하나도 포기하지 않고 잘 해낼 수 있는 법안이다. 민주당 오영환 의원이 올 초에 딸을 낳았다. 오영환 의원과 이 법이 통과되면 저는 아들을 데리고, 오영환 의원은 딸을 데리고 같이 가자고 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나라도 있던데

 

“해외 사례들이 보도가 되고 한국에서는 언제쯤(가능한가)에 대한 보도도 나오고 그래서 큰 이슈 될 것이라고 생각안했다. 예상보다 논란이 커서 놀랐다. 국회에서 아이가 울면 다른 의원들 입법권 침해아니냐는 글도 올라왔다. 사실 아이는 원래 운다. 원래 보채고 원래 먹고, 싸고, 우리 모두가 그런 시기를 보냈다. 우리 사회가 끊임없이 여성들, 젊은 신혼 부부들에게 아이를 낳으라고 요구하면서도 이 아이가 자라는 과정은 집 안에서만 이뤄지도록 강요하고 있는 것 아닌가. 노키즈존도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엄마들이 아이들 데리고 주변 시선 의식하느라 어디 편하게 가기가 참 어렵다. 저도 그날(아들과 함께 등원한 날) 아침에 출발하면서 아이가 울까봐 수유 시간을 계산하고 이동 시간과 잠자는 시간, 트림 시키는시간 다 계산하고 나왔다. 그렇지 않으면 민폐 끼칠까봐 눈치 보여서 밖에 나오지 못한다.”

 

-아들을 국회에 데려왔을 때 페이스북 등에서 보좌진이 의원 외에 아이도 돌봐야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는데 어떻게 보셨나?

 

“그렇게 하지 않기 위해서 아이동반법이 필요하다. 보좌진한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제가 아이를 보려 하는 것이다. 마음이 아팠다. 국회에서 일하는 보좌진들의 근무환경과 처우라는 것이 얼마나 열악한지 잘 드러내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깜짝 놀랐다. 이런 글이 올라오기 전까지는 이런 게 가능하다는 생각을 아예 못했다. 보좌진한테 아이를 맡기고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생각은 아예 못했다. 왜냐하면 보좌진들에게 아이를 맡긴다는 생각을 안해봤다. 이게 자연스럽게 떠오른다는 건 실제로 유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지 않나. 보좌진에게 결혼식장 예약을 시킨다든지 자녀를 픽업한다거나 장을 대신 본다거나 그런일들이 있다고 하더라. 이런 반응을 보면서 제가 부당하게 비판을 받았다기보다는 마음이 아팠다.”

 

-출산 자체가 축복이다. 축하를 많이 받았을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선물 등 소개해줄 수 있다면?

 

“선물 많이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에서 과일바구니 보내주시고 이재명 지사님도 축하한다고 메시지 보내주시고 이낙연 대표님은 수유등을 보내주셨다. 애기옷 입은 건 다 기억난다. 아이와 함께 국회 왔을 때 아이가 입었던 하늘색 옷은 민주당 권인숙 의원님이 선물해주신 것이다. 과일바구니가 정말 많이 들어와서 병원, 조리원에서 매일 과일 먹고 주변에도 드렸다. 기억에 남는 건 진선미 의원님이 뭘 보내주신게 아니라 뭐가 필요한지 먼저 물어봐주셨다. 그래서 몇가지 중에 없는 것을 골라서 말씀드렸다.”

-국회가 나름 잘 갖춰진 줄 알았는데 수유실 등 미진한 부분이 있다던데

 

“국회가 공공기관이어서 유아차를 끌고다니는 건 일반 건물보다 잘 되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흡한 부분들이 있다. 현재 수유실은 있다. 최소한의 갖춰져야할 것들이 있는데 실제로 이용하긴 쉽지 않다. 총 7개 수유실이 있는데 아주 작은 공간에 세면대가 있는데 손 씻을 비누는 없다. 작은 1인용 소파가 있고 냉장고는 있지만 이유식을 데울 수 있는 전자레인지는 없다. 기저귀 교환대는 있지만 기저귀를 버릴 수 있는 쓰레기통은 없다. 형식적으로 갖춰둔 것이다. 의원들이 이용할 수도 있고 국회 직원들이 이용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국회는 국민이 드나드는 공간이다. 애기가 있는 엄마·아빠들이 국회에 방문해서 아이를 돌보면서도 참여·참관하거나 정치 현장을 감시할 수 없는 것이다. 제가 사용하거나 직원들 사용하는 것을 떠나서 국회의 원래 기능을 생각했을 때 참 문제라고 생각했다.”

-당은 다르지만 그동안 기본소득 주제로 이재명 경기지사와 함께 많이 토론회도 했는데 최근 한 발 빼는 모습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두발 빼셨다. 그래도 이 지사님의 캐릭터상 강점이 보통의 정치인들은 일을하면 실력이 들통나서 지지율이 떨어지는데 이 지사님은 일을 해야 지지율이 올라간다. 기본소득에 대해서도 이 지사께서 대통령이 되면 기본소득 실현가능하다는 확신을 주시면 좋은데 초반에 기본소득이 너무 공격받았다. 기본소득이 워낙 중요한 이슈가 돼서 모든 대선주자들이 한마디씩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됐다. 기본소득 주장하는 대표적인 한국 정치인이 지지율 1위 주자가 되다보니 견제 대상이 돼서 두발정도 빼시더라. 제가 알던 지사님이랑 다르네? 싶었는데 최근에는 다시 기본소득 논의에 적극적으로 다시 복귀하신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저희 기본소득당도 정당이니까 당연히 향후 5년간 국정운영 방안에 대해서 준비하고, 기본소득당 정강과 정책들을 발표도 해야하고 후보를 통해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알리기도 해야한다. 현실적인 고민은 기본소득당이 젊은 정당인데 당원이 평균 나이가 24세다. 제가 국회에서는 뒤에서 세번째로 나이가 어리지만 당에서는 나이가 좀 많은 편이다. 40세 이상만 출마할 수 있는 대통령선거에 과연 누가 출마할 수 있느냐하는 현실적인 고민이 있다.”

 

-국회 떠나있는 동안 제1야당에서 30대 청년 당대표가 탄생했다. 어떻게 봤나

 

“기성정당에서 청년들이 새로운 리더십을 형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준석 대표가 당선됐다. 그런 의미에서 이 대표 당선 자체가 가져오는 한국 정치지형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리더십을 자처하는 사람으로서 저도 그렇고 이 대표도 어떤 대한민국에 대한 구상을 갖고 있는지, 또 젊은이들이 지금 이 시대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고, 어떤 대안을 갖고 있는지 평가받아야하는 시험대에 올랐다. 정치인으로서의 내용을 평가받아야하고, 그 내용에 있어서 이준석 대표가 얘기하는 많은 부분 동의하기가 어렵다. 비판적으로 평가받아야할 지점이 많다.

 

-특히 여성가족부 폐지를 주장했는데 보육 정책에 있어서 여가부의 역할도 요즘은 적지 않다

 

“여가부 폐지론에 대해서 제1야당 대표와 제1야당 대선주자들이 주장하는데 당황스러웠다. 마치 공정하게 경쟁하면 여성들이 과반 의석을 차지할 수 있다고 손쉽게 얘기하시는데 모두가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로 마치 여성들이 경험하는 사회에서의 차별들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지워버리는 것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 여성들이 경험하는 성차별, 임금격차, 경력단절에 대해서 당연히 제1야당 대표와 대선주자들이 모르고 있다면 정치인으로서 무능한 정치인이라고 생각하고, 알면서도 모르는척하고 정치적인 유불리를 따라서 모르는 척한다면 굉장히 나쁜 정치인이다.”


최형창 기자, 사진=이재문 기자, 영상=이우주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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