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前검찰총장·최재형 前감사원장
야권 후보로 말 갈아타고 대권 도전장
성공 땐 진보·보수 정부 10년 주기설 깨
與, 눈엣가시 尹·崔 무차별적 공격 전망
‘0선’ 이준석, 36세 나이로 당대표 올라
취임 후 20∼40대 중심 당지지율 상승세
여가·통일부 폐지 발언 등은 거센 후폭풍
2022년 대선 결과에 정치적 위상 좌우될 듯
7개월 남짓 남은 20대 대통령 선거는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후 실시한 일곱 차례 선거와 다른 두 가지 양상을 띠는 게 특이하다.
문재인정부에서 사정기관장을 지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등지고 야권 대선 후보로 출마한 일을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다. 과거 정부에서는 고위 인사가 행정부를 떠나면 여당 대선후보로 출마하는 게 관례였다. 그러나 이번처럼 야권 후보로 말을 갈아타고, 그것도 두 명이 한때 자신이 몸담았던 현 정부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는 일은 처음이다.
대선 정국에서 36세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전면 등장도 전례 없는 현상이다. 보수 진영은 물론 정치권은 지난 6월 전당대회에서 변화의 바람을 타고 국민의힘이라는 버스의 운전대를 잡은 이 대표의 영향권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정치 신인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이 여론조사에서 야권의 대선 후보군인 도지사와 전·현직 의원을 따돌리고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전당대회에서 ‘0선, 30대’ 이 대표가 당선된 것은 기정 정치인보다 덜 때가 묻은 참신한 인물에 대한 국민적 기대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치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정치판에 뛰어든 윤 전 총장, 최 전 원장의 대선 초행길과 역시 제1야당을 이끌며 정권교체라는 대장정에 나선 이 대표의 대선 경선 관리자로서 역량은 ‘양날의 검’으로 보는 시각도 엄존한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데 따른 리스크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 중 한 명이 정치에 참여한 지 1년여 만에 대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으면 헌정사에 새 역사를 쓴다. 문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따른 ‘촛불 혁명’으로 청와대에 입성했다면, 두 사람 중 한 명의 성공은 문재인정부의 실정에 뿔난 ‘유권자 혁명’으로 5년 만에 정권을 갈아치우는 첫 사례가 된다. 진보·보수 정부 10년 주기설이 깨지는 셈이다. 반대로 이들의 대망이 무위로 끝나면 현실정치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한 고위공직자 출신의 대선 도전 실패 사례로 기록된다. 정치 초년생인 대선 후보 두 명과 국민의힘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포함해 범야권 후보 단일화를 통해 정권을 교체하면 이 대표는 성공한 대표로서 한국 정치의 ‘샛별’이 된다. 반면 야권 후보 단일화 실패 등의 이유로 대선에서 진다면 이 대표는 패장으로 남을 뿐 아니라 그의 ‘세대 교체’ 실험에도 제동이 걸린다.
◆리스크 안고 출발하는 윤석열, 최재형
전남도지사 출신의 허경만 전 국회부의장은 27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의 대선 출마와 관련해 “정치의 룰, 철학, 기본적인 도의가 없어서인지, (대통령이) 인사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건지 분간하기 힘들다”고 촌평했다. 그러면서 “보기 좋지 않은 난조 현상으로, 어느 쪽을 나무랄 수도, 잘했다고 할 수 없어 양쪽에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여야는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의 대선 출마를 둘러싸고 ‘탈영병’(더불어민주당), ‘학도병’(국민의힘)이라고 가시 돋친 설전을 벌일 정도로 이들의 정계 입문은 정치권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여권은 눈엣가시와 같은 두 명을 어떤 형태로든 침몰시키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여권뿐 아니라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대결을 펼쳐야 할 야권 대선 후보군 공세의 수위도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한층 거칠어져 전운이 감돌고 있다.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은 꽃가마를 타기는커녕 경선에서 국민의힘 후보와 한판을 겨뤄야 하고, 본선에서는 여당 후보를 상대로 싸워야 하는 등 갈 길이 멀고도 험난하다.
시위를 떠난 화살과 같은 상황에 놓인 두 명 중 누가 여야 후보를 제치고 과녁을 명중할지, 아니면 어이없이 무릎을 꿇을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지난 3월 4일 검찰총장직을 사퇴한 윤 전 총장은 6월 29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후 국민의힘 당직자의 거듭된 입당 재촉에도 뚜렷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중도층 등 외연 확대를 위한 정치 활동을 하며 ‘마이웨이’를 걸었다. 그런 그가 지난 25일 이 대표와 ‘치맥’ 회동 후 “결정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한 데 이어 국민의힘 의원 40명이 26일 윤 전 총장의 입당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해 그의 결단이 임박했다는 관측이다.
6월 28일 감사원장 사의 표명, 7월 7일 정치 참여를 선언한 지 일주일 만인 15일 국민의힘에 입당한 최 전 원장은 26일 대선 예비후보 등록을 하며 경선 준비에 본격 돌입했다.
이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한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은 대선 정국에서 살아남으려면 상대를 제압해야 하는 운명이다.
대통령 선거는 유권자의 정권심판 투표 성향도 있으나 미래 권력을 선택하는 측면이 강해 다른 선거에 비해 후보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편이다. 대선에서 후보자를 지탱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은 민심, 지지도다. 대선 후보로서 국민의 지지를 받으려면 나라를 앞으로 어떻게 이끌겠다는 국정운영 철학과 비전을 제시하며 유권자를 설득하는 게 급선무다. 국민 입맛을 사로잡는 브랜드, 즉 시대정신에 맞는 어젠다를 선점해 국민의 호응을 얻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다음으로 대통령으로서 자질과 역량을 갖췄음을 국민에게 보여주어야 하며, 이는 일상적인 언행을 통해 표출된다. 후보자의 국정 담당 능력과 품성, 감정은 TV 토론을 통해 여과 없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마지막으로 위기관리 능력과 용인술에 실패하면 후보자 스스로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정국 현안이 돌발했을 때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하며 우왕좌왕하거나 헛발질하고, 캠프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지 못한 정치 신인은 대부분 중도하차했다.
9월 중순의 추석 명절 민심은 윤 전 총장과 최 전 원장에게는 1차 관문이다. 추석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면 대선 경선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대표, ‘3사’ 작동하면 ‘3멸’ 새겨야 할 때
국민의힘 운명은 이 대표의 운전 실력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졸음운전을 하거나 제동을 걸어야 할 때 가속페달에 발을 잘못 올리면 달리던 버스가 대형 사고를 내듯 이 대표가 방심, 또는 한 발짝이라도 잘못 내디디면 국민의힘은 수렁에 빠진다. 국민의힘은 토론배틀로 대변인단을 선출해 호평을 받았고, 이 대표 취임 후 당 지지율이 꾸준히 상승하고 20∼40대를 중심으로 지난 한 달간 당원 수가 3만8000여 명이 늘어나는 등 당세가 크게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 대표가 사견으로 주장한 여성가족부와 통일부 폐지론이 당 안팎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만나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합의했다가 2시간 만에 번복해 당내에 일대 혼란을 초래한 일은 ‘0선, 30대’ 대표 출범 때 당내 일부에서 제기된 우려가 현실화했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특히 여가부와 통일부 폐지 문제는 당내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됐고, 정부조직법 개편 등 중대 사안은 대선 후보와 협의한 후 발표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의 제1 목표는 정권교체에 맞춰지고 당력도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진다.
당장 이 대표가 강조하는 ‘8월 경선 버스’ 정시 출발이 첫 시험대가 될 듯하다. 범야권 대선 후보 전원이 8월 경선 버스에 탑승해 출발하는 게 최선책이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버스에 승차하지 않은 후보가 궤도를 이탈하지 않고 다른 교통수단으로 이동하다가 정류장에 함께 모여 당 안팎의 대선 후보 중 가장 경쟁력이 높은 주자를 내세워 이기는 싸움을 하는 것도 차선책이다. 두 가지 방안 모두 쉬운 길이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궤멸 상태에서 지리멸렬했던 보수 진영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하고 정권교체 여론이 높게 나오는 등 정치지형이 나아지자 범야권 대선 후보는 무려 15명이 될 정도로 난립한 상황이다.
전에 없는 후보군 다원화 구도는 고차방정식으로 풀어야 할 난제가 많다는 의미다. 이 대표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대선 후보 경선 관리 및 당 운영과정에서 ‘3사(사심·사감·사익)’ 중 하나라도 발동하면 ‘3멸(이 대표·국민의힘·보수진영)’한다는 점을 마음에 새겨야 할 시기다. 이 대표가 엄정한 심판자로서 지켜야 할 중립성을 망각한 채 선수처럼 처신하며 차차기 대선을 의식해 자기 정치를 하거나 특정 후보에 편향된 태도를 보이면 당은 큰 혼돈에 빠져 정권교체는 물 건너갈 공산이 크다. 이 대표의 정치적 위상은 내년 3월 9일 치러지는 대선 결과에 좌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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