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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주국 자존심 구긴 태권도 ‘노골드’의 역설 [남정훈 기자의 여기는 ‘코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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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7-29 06:00:00 수정 : 2021-07-28 21:04:45
도쿄=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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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종목 채택 후 빠르게 세계화
낮은 진입 장벽… 저변 확대 결실
이대훈이 25일 일본 마쿠하리 메세 A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태권도 68㎏급 동메달결정전 중국 자오슈아이와의 대결에서 패배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지바=연합뉴스

“이번 올림픽에 와보니 처음 보는 나라, 처음 붙어보는 선수들도 있더라고요. 태권도가 세계화가 되어 좋은 쪽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요.”

27일 2020 도쿄올림픽 태권도 남자 80㎏ 초과급에서 동메달을 딴 인교돈이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남긴 말이다.

인교돈의 말대로 태권도는 2000 시드니 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빠르게 세계화에 성공했다. 2000 시드니 때부터 2016 리우까지 금메달 12개를 따냈던 종주국이자 최강국이었던 한국이 이번 도쿄에서 사상 처음으로 ‘노골드’에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로 패퇴한 것도 태권도 세계화의 한 예다.

이번 도쿄올림픽 태권도 종목에는 61개국 선수들과 난민팀 3명의 선수가 출전했다. 뉴욕타임스는 태권도의 출전국 수에 대해 “이번 대회 전까지 5번의 올림픽에서 치러진 정식종목치고는 놀라울 만한 다양성”이라고 평가했다. 금메달의 주인도 한곳으로 쏠리지 않았다. 태권도 남녀 4체급씩 총 8개의 금메달을 가져간 나라는 무려 7개다.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가 남자부에서 두 개를 따냈고, 이탈리아와 태국, 우즈베키스탄, 미국, 크로아티아, 세르비아가 각각 1개씩 챙겼다. 이는 엘리트 태권도 선수들이 세계 전역에 퍼져있고, 절대 강국도, 절대 강자도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태권도가 세계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비싼 장비나 넓은 공간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진입장벽이 낮은 스포츠라는 점이다. 세계 최빈국에서도 태권도를 즐기는 장면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1인당 국내총생산이 555달러에 불과한 최빈국 중 하나인 니제르의 이사카 이데 태권도연맹 회장은 “니제르와 같은 가난한 나라에 태권도는 최고의 스포츠”라고 말한 바 있다. 세계태권도연맹(WT)이나 코이카(KOICA), 해외 봉사단이 태권도 사범을 꾸준히 파견하여 태권도 보급에 애쓴 것이 결실을 본 것이다.

태권도는 그간 재미없다는 편견 때문에 올림픽 정식종목에서 퇴출당할 위기를 몇 차례 겪어왔다. 그러나 이번 도쿄에서의 노골드 수모는 역설적이게도 태권도가 세계화에 성공한 스포츠라는 것을 널리 알리게 된 계기가 됐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왜 태권도가 계속 살아남아야 하는지 증명한 셈이다.

한편 일본도 ‘국기’인 유도에서 2012 리우 때 금메달을 하나도 따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에서 27일까지 금메달 5개를 휩쓸었다. 한국 역시 이번 도쿄에서의 태권도 노골드에 너무 좌절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이제 파리에서 노골드의 수모를 씻을 수 있는 체계적인 선수 육성과 관리를 시작할 때다. 한국의 태권도 인프라를 고려하면 3년은 충분한 시간이다.


도쿄=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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