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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출판유통 투명성’ 샅바싸움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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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7-30 22:56:19 수정 : 2021-07-30 22:5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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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답답함이라거나 짜증기는 어디에서 왔던 것일까. 사실 시간에 맞추느라 갈 때는 더운 줄도 몰랐다가 간담회가 모두 끝나고 한국출판문화협회 사무실 밖으로 나오자 비로소 덥다는 걸 깨달았다. 잠시 더위를 피해 볼까 하고 출협 사무실 근처의 경복궁 입구 나무 그늘에 앉았는데, 가슴 한편에서 답답한 기운이 슬금슬금 올라오는 것 아닌가.

그러니까, 대한출판문화협회 윤철호 회장은 지난 6월30일 협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7월부터 자체적으로 독자적인 ‘도서판매정보시스템’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저자와 출판인, 외부 인사들이 참여하는 운영위원회의 감시감독도 받겠다는 것이다.

김용출 선임기자

출협에 따르면, 공유시스템은 단행본 매출 시장의 약 70%를 차지하는 교보문고와 예스24, 알라딘, 영풍문고 등에서 이용하는 서점 온라인 판매데이터 관리시스템(SCM)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저자는 출판사로부터 계정을 부여받은 후 공유시스템에 접속해 자신의 책이 대형서점에서 얼마나 팔렸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가 이미 오래전부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산하 기관인 한국출판문화진흥원을 통해 서지정보와 출판사의 출고 기록, 서점의 판매 기록까지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출판유통통합전산망’ 구축을 진행해 왔고 9월 운용을 예고했다는 점에서 출협의 행보를 선뜻 이해하기 어려웠다. 결과적으로 출협의 정보시스템과 문체부의 통합전산망이 따로따로 도서판매 정보를 제공하게 돼 샅바싸움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문체부의 통합전산망과 출협의 공유시스템 모두 투명한 도서출판정보 제공을 목표로 하면서도 엇비슷한 시스템 구축에 이중삼중으로 재원과 인력을 투입하는 데다가 제공되는 도서출판 판매정보 역시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어 혼란이나 혼선을 초래할 가능성도 커 보인다. 책은 수천 곳의 출판사에서 연간 8만여 종이나 생산되고 전국 1500여개 서점에서 판매되는, 매우 복잡한 생태계를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서로에 대한 깊은 불신이나 오래된 불만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문체부는 ‘출협이 과연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고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고, 출협 역시 ‘도서데이터를 정부가 관리할 경우 자칫 블랙리스트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데다가 민간에서 관리 운용하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해 왔다.

양측 모두 이런저런 이유와 논리를 내세우며 시스템의 관리를 주장하지만, 저자나 독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라 투명한 도서출판 판매정보 아닌가. 소설가 장강명씨나 ‘90년대생이 온다’의 저자 임홍택씨의 경우처럼 문제 해결의 기준 역시 시민들을 위한 도서출판 판매정보의 투명한 공개여야 한다. 영화나 연극은 실시간으로 티켓 판매량이 집계되는데 왜 책은 되지 않느냐 말이다.

문체부와 출협은 지금이라도 시스템 구축과 통합은 물론 향후 관리 운용에서 협력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언제까지 주도권을 두고 신경전에, 샅바싸움까지 벌일 텐가. 국민들은 지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기승을 부리는 무더위에 짜증나고 답답하다. 문체부와 출협의 샅바싸움에까지 답답해할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얘기다.


김용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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