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16강서 탈락… 마지막 희망
金 따면 국내 네 번째 그랜드슬램
레슬링은 그동안 올림픽에서 전통의 ‘효자 종목’으로 통했다. 한국의 올림픽 역사상 첫 금메달도 레슬링에서 나왔다. 1976 몬트리올올림픽에서 양정모가 따낸 금메달이다. 레슬링이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에 안긴 금메달은 모두 11개로 2016 리우올림픽까지 매 대회마다 적어도 메달 1개 이상은 꼭 따냈다.
그러나 이번 2020 도쿄에서는 45년 만에 노메달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림픽 시작도 전에 레슬링 대표팀에는 악재가 터졌다. 지난 5월 올림픽 본선 출전권을 따내기 위해 세계 쿼터대회를 준비하던 중 대표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했고, 대다수 선수가 대회 출전이 어려워지면서 도쿄행 티켓을 따내지 못했다. 그 결과 그레코로만형 130kg급의 김민석(28)과 67kg급의 류한수(33)만이 올림픽에 나서게 됐다. 김민석은 지난 1일 펼쳐진 16강전에서 아민 미르자자데(이란)에게 0-6으로 완패하면서 생애 첫 올림픽을 단 한판 만에 마감했다.
이제 한국 레슬링에 남은 희망은 류한수뿐이다. 그의 어깨에 한국 레슬링의 자존심이 모두 걸려 있다. 동갑내기 친구인 김현우와 한국 레슬링의 쌍두마차 역할을 해온 류한수는 유독 올림픽과는 인연이 따르지 않았다. 2012 런던 때는 김현우와 체급이 67kg급으로 같아 그에게 올림픽 출전이 밀렸다. 김현우는 2012 런던올림픽 때 금메달을 따냈다.
김현우가 런던 이후 체급을 73kg급으로 올리면서 67kg급의 세계적인 강자로 올라선 류한수는 2016 리우올림픽 때 첫 올림픽 도전에 나섰다. 그러나 8강전에서 판정 불이익을 받아 탈락했다. 세계선수권대회(2013·2017년)와 아시안게임(2014·2018년), 아시아선수권대회(2015년)를 이미 제패한 류한수는 이번 도쿄에서 금메달을 따내면 박장순, 심권호, 김현우에 이어 한국 레슬링 사상 네 번째로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 류한수 역시 “목표는 무조건 금메달이다. 선수 생활 마지막 올림픽인 만큼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치겠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3일 류한수가 출전하는 그레코로만형 67㎏급에는 프랭크 스태블러(독일), 이스마엘 보레로 몰리나(쿠바), 아르템 수르코프(러시아) 등 넘어야 할 세계적인 강자들이 많다. 특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차례(2015·2017·2018년) 금메달을 딴 스태블러는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다. 이번 올림픽부터 레슬링 인기 회복의 일환으로 ‘파테르’가 부활했다. 그라운드 기술보다는 스탠딩 기술이 뛰어난 류한수에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스태블러는 그라운드 기술에 특화되어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류한수가 금메달로 가는 길은 더욱 험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연 류한수가 도쿄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위기에 빠진 한국 레슬링도 구해내고, 자신의 그랜드슬램도 달성해낼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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