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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세 아이 아직도 혈뇨·악몽”… 안산 집단식중독 사태 1년2개월

입력 : 2021-08-16 18:24:19 수정 : 2021-08-16 21:4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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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은 진행형

원아 등 발병자 118명 중 17명 해당
두 돌배기 등 아이 6명은 투석치료
“신장 안 좋아 조금만 열나도 철렁”

‘징역 5년’ 원장 항소… 18일 재판
“사과·반성 없어… 엄벌하라” 탄원
집단 식중독이 발생한 경기도 안산시 소재 B유치원 전경. 연합뉴스

“지금도 아이 소변에 피가 섞여 나와요. 아이가 밤이면 악몽에 시달립니다.”

 

A씨에게 지난해 여름은 고통스러운 기억이다. 유치원에 다녀온 둘째(당시 7세)가 “배가 아프다”더니 혈뇨와 혈변을 쏟아냈다. 황급히 달려간 병원 응급실에는 같은 유치원 아이들이 누워 있었다. 유치원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때만 해도 단순 장염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아이의 상태는 점점 심각해졌고 작은 몸으로 신장 투석까지 견뎌야 했다. 지난해 6월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안산 유치원 식중독 사건’ 피해자 중 한 명이다.

 

16일 B유치원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당시 안산의 B유치원에서 원아 등 118명이 식중독 의심증상을 보였고 이 중 71명은 장 출혈성 대장균(O157) 감염 진단을, 17명은 ‘햄버거병’이라 불리는 용혈성 요독증후군(HUS) 진단을 받았다. 정부 조사 결과 유치원 냉장고의 성능 이상으로 급식에서 대장균이 증식한 것으로 추정됐고, 원장과 조리사, 영양사는 올해 2월 업무상 과실치상 등의 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징역 2년∼5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18일 3차 공판을 연다.

 

사건이 발생한 지 1년 2개월이 지났지만, A씨 가족의 고통은 ‘현재진행형’이다. A씨의 둘째는 HUS, 셋째는 O157 진단을 받았다. A씨는 기억을 떠올리기 괴로운 듯 아이들 이야기를 하면서 자주 숨이 가빠졌다. 당시 둘째는 한 달 가까이 입원하며 수술을 하고, 어른도 견디기 어렵다는 투석을 15일 동안 해야 했다. HUS는 단기간에 신장을 망가뜨리고 후유증이 오래 남는 질환으로, 만성 신부전증으로 발전하거나 합병증에 시달릴 수 있어 장기적인 추적관찰이 필요하다. A씨는 “이 병은 완치가 없다. 앞으로 수십 년 동안 3개월에 한 번씩 병원에 가야 하고, 신장 기능도 100% 회복이 안 된다”며 “지금도 조금이라도 열이 나면 대학병원에 가야 한다. 항생제도 못 먹고 항상 세균에 감염될까 노심초사한다”고 토로했다.

 

아이의 배에는 관을 넣었던 흉터가 2개 남아 있다. 하지만 더 걱정되는 것은 마음의 상처다. A씨는 “치료과정이 워낙 고통스러워서 아이가 충격이 컸다. 악몽을 꿔서 소리 지르며 깰 때가 많다”며 “그 유치원이 지금 사는 아파트단지 안에 있는데 그 앞을 지나가는 게 괴로워 일부러 돌아다닌다”고 말했다.

안현미 비대위 위원장의 막내(당시 5세)도 HUS 진단을 받았다. 안 위원장은 “아이가 원래 주사를 잘 맞았는데 치료하면서 매일 채혈을 받아 트라우마가 생겼다”며 “이제는 병원 입구만 가도 ‘피 빼기 싫다’며 울고 도망간다. 예방접종을 할 때면 성인 두 명이 아이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7살이었던 둘째는 다행히 HUS는 아니었지만 아직도 심리센터에서 치료를 받는다. 안 위원장은 “아이가 ‘엄마, 나 그때 죽을 뻔했지’라며 죽음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는데 가슴이 찢어진다”며 “당시 갔던 병원 입구만 가도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당시 6명의 아이가 투석을 받았다. 그중에는 두 돌이 조금 넘은 아이도 있었다. 사촌 누나로부터 2차 감염된 아이였다. 부모들은 유치원 측의 미흡한 대처가 피해를 키웠다고 보고 있다. 한 부모는 “유치원이 아이들 몇 명이 아프다는 연락을 받고도 다른 아이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유치원 안에서 균이 계속 전파되는데도 일주일 가까이 계속 등원시키며 증거를 인멸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피해 부모들은 원장이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며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안 위원장은 “원장이 단 한 번도 진심으로 사과한 적 없다. 아이들 건강이 회복됐으니 형량을 줄여 달라는 식”이라며 “우리의 삶은 지난해 이후 완전히 바뀌었다. 아이는 물론 가족 모두에게 상처로 남았다”고 호소했다. 이어 “어딘가에는 이렇게 아이들 먹을 것으로 장난치는 유치원이 또 있을 수 있는 만큼 사회가 이런 행위를 용서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라도 반드시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구현모 기자 li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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