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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카멜레온 김원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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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8-16 22:58:47 수정 : 2021-08-16 22:58:46
김환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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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멜레온은 주변 기온과 기분에 따라 수시로 체색을 바꾸는 파충류다. 줏대 없는 정치인에게 ‘카멜레온’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다. 상황에 따라 소신을 바꾸니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다.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그는 18년간 세 차례의 파리 시장, 두 번의 총리, 12년간 대통령을 지내는 등 화려한 정치 인생을 살았다. 하지만 미국식 자유경제를 추구하다가 보호무역을 펴고, 유럽연합(EU)에 반대하다가 다시 지지하는 등 오락가락 행보로 국민을 헷갈리게 했다. 난국 돌파를 위해선 정치철학마저 바꿔 ‘카멜레온 보나파르트’로 불렸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의 ‘카멜레온 정치궤적’도 유명하다. 발칸반도의 극단적 인종주의자에서 세르비아의 EU 가입을 밀어붙이는 서방 친화적 온건 개혁파로 변모에 성공했다. “세르비아인 1명이 죽을 때마다 무슬림 100명을 죽일 것이다. 공습을 해볼 테면 해봐라” 그가 국회의원 신분이던 1995년 수십만명이 희생된 유고슬라비아 연방 내전의 와중에 했던 타인종 혐오 발언은 지금 들어도 소름이 돋는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과거에 실수와 잘못을 저지른 점을 인정한다”고 사과했다.

김원웅 광복회장이 그제 76번째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박근혜정부 등 보수 정부들을 친일반민족 정권으로 규정하고 친일청산의 필요성을 주장해 논란을 불렀다. 김 회장은 “촛불혁명으로 친일에 뿌리를 둔 정권은 무너졌지만 이들을 집권하게 한 친일반민족 기득권 구조는 아직도 철의 카르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김 회장은 1971년 박정희 정권의 민주공화당에 공채로 합격해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정치 입문은 전두환 정권 때의 민주정의당에서 했다. 당시 야당 지도자였던 유진산이나 윤보선보다는 박정희 대통령이 비전이 있다고 생각해 공화당을 선택했다고 회고한 바 있다. 박정희 대통령을 타도의 대상으로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의 극단적인 변신에 혀를 차게 된다. 친일파로 매도한 정권들의 집권 여당에서 부역했다면 자신도 친일파 아닌가. 하지만 반성은 없이 친일청산 깃발을 높이 든다. 몰염치한 그의 카멜레온 행각은 기네스북 등재 감이다.


김환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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