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이준석, 결국 통화 원본 공개 안 해…사실상의 잘못 인정으로 생각”

원희룡 “윤석열 편들기도 아니고, 원희룡 홍보도 아닌…우리 경선을 구하기 위한 행동”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게 통화 녹음 원본 공개를 촉구했던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가 “이준석 대표는 앞으로 공정 경선을 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이를 반드시 실천에 옮기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원 전 지사는 지난 18일 오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결국 이준석 대표는 전화 통화 녹음파일 원본을 공개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매우 유감이지만 이준석 대표가 자신의 잘못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생각하며, 이런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고 직언했다.

앞서 원 전 지사는 같은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제 기억과 양심을 걸고 분명히 다시 말씀드린다”며 “‘곧 정리된다’는 이준석 대표의 발언 대상은 윤석열 후보가 맞다”고 주장했다. 그는 녹취록의 존재 자체의 옳고 그름은 논하지 않겠다며, “내부 분란을 더 이상 키워서는 안 된다는 우려와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책무감 사이에서 정말 고민을 거듭했고, 결론적으로 이 대표와 제가 분명한 사실관계를 밝히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는 말로 기자회견 배경을 설명했다. 또 이날 오후 6시까지 원본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인공지능(AI) 기술로 녹음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는 서비스인 ‘클로바노트’ 기록을 공개하며 논란을 받아쳤던 이 대표는 “딱하다”는 말로 원 전 지사의 기자회견에 대한 반응을 보인 뒤, 지금까지 이렇다 할 글은 올리지 않고 있다. 그는 논란이 된 대화의 주어 ‘저거’가 윤 전 총장이 아닌 경선 과정의 갈등이라고 주장해왔다.

같은 맥락에서 이 대표는 국회방송 인터뷰에서도 “(윤석열) 캠프와의 갈등 상황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곧 그런 상황이 정리될 것이라고 한 것”이라며, 원 전 지사를 향해 “자신 있다면 주어가 윤 전 총장이었다고 확실히 답하라”고 정면 반박에 나서기도 했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가 지난 18일 오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의 일부. 원희룡 전 지사 페이스북 캡처

이에 원 전 지사는 18일 글에서 “제가 문제를 제기한 이유는 공정 경선 없이는 정권교체가 어렵기 때문”이라며 “특정 후보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경선룰이 만들어지는 상황에서 본인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한 후보들은 이 상황을 즐기기만 했을 뿐, 아무도 잘못을 바로잡으려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경선이 짜여 설사 이긴다 해도 그런 경선으로 쪼개지고 분열된 우리 당을 국민들은 대선에서 결국 외면할 것”이라며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그런 식으로 배반하는 건 역사에 큰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당 대표와의 대화 내용을 두고 진실공방을 한 건 윤석열 편들기도 아니고 원희룡 홍보도 아닌, 우리 경선을 구하기 위한 행동이었다”며 “공정 경선에 대한 나의 진심과 당 대표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깨닫게 하려는 충정에서 비롯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갈등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경선을 살리는 것이고, 국민의 신뢰를 얻어 정권교체라는 목표를 성취하는 것”이라며 “공정한 경선이라는 목표를 위해서라면 앞으로도 나의 모든 것을 던져 할 수 있는 역할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그것이 제가 정치를 하는 이유고 경선에 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며 “이준석 대표는 앞으로 공정경선을 하겠다는 약속을 다짐하고 이를 반드시 실천에 옮기기 바란다”고 재차 당부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