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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록다운’ 거론되는 일본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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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8-22 23:20:33 수정 : 2021-08-22 23: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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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폭증에 의료체제 붕괴 현실화
광역단체장들 도시 봉쇄까지 요구
올림픽 이후 “터질게 터졌다” 참담
日지도자 오판에 국민 안전 위협

“도움받을 가능성 있던 아기가 숨진 상황에 슬픔밖에는 없습니다…. 구할 수 있는 생명은 구할 수 있도록 의료가 정비되기 바랍니다.”

 

최근 일본 도쿄 인근 지바(千葉)현에 거주하는 임신 29주차의 30대 여성이 코로나19에 감염됐으나 입원할 병원을 찾지 못해 집에서 조산한 아기가 응급처치를 못 받고 숨지는 참극이 발생했다. 건강검진을 맡았던 진료소 의사가 NHK방송에 아기가 사망한 것에 대한 비통함을 전했다. 현(縣) 조사 결과, 보건당국이 입원처 확보를 위해 9개 의료기관에 요청했으나 코로나19 환자 폭증에 따른 병상 만상(滿床)을 이유로 거절당한 안타까운 사실이 드러났다.

김청중 도쿄 특파원

일본은 도쿄올림픽 종료와 함께 터질 게 터졌다는 참담한 분위기다. 제어불능의 폭발적 감염 상황에 직면하면서 비극이 속출한다. 도쿄, 오사카(大阪), 가나가와(神奈川), 사이타마(埼玉), 아이치(愛知), 도치기, 오키나와(沖繩) 등에서 병상 부족으로 자택 대기 중 급사한 사례가 잇따라 보도되고 있다. 숙박 요양시설에 있다가 갑자기 숨진 사례도 있다. 감염 폭증에 따른 의료체제 붕괴가 현실화한 것이다.

 

코로나19 관련 지표는 일본의 위기를 보여준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2일 기준 인공호흡기나 집중치료실(ICU) 치료를 받는 중증환자는 1891명으로 열흘 연속 최다 기록을 세웠다. 이들은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그나마 의료기관 치료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는 불행 중 다행이다. 후노성은 지난 18일 기준 병원에 입원하지도 못한 자택요양자가 전국에 9만6709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1주일 전인 11일보다 2만2646명 증가해 10만명에 육박하는 엄중한 상황이다.

 

전국 4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일본 정부 기준으로 폭발적 감염 상황을 의미하는 스테이지4 단계에 해당하는 곳은 도쿄를 포함해 3분의 2에 가까운 28곳에 이른다. 도쿄의 경우에는 감염자 중 10%에도 못 미치는 9.5%만 겨우 입원한 상태다. 도쿄에서는 지난 9∼15일 자택요양 확진자 중 2259명이 증상이 악화해 119에 연락해 도움을 요청했으나 62.6%(1414명)가 이송되지 못했다. 급기야 23일부터 도쿄 도심 시부야에 입원하지 못하는 긴급환자에게 산소를 공급하는 130명 대응 규모의 산소 스테이션이 문을 연다.

 

의료체제가 무너지는 와중에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감염 불길이 잡히지를 않는다. 지난 3일 이래 20일 연속 매일 1만∼2만명대 확진자가 쏟아진다. 하루 평균 1만8000명을 넘는 숫자로 육군 1개 사단 이상 규모가 매일 신규 감염되고 있다. 19∼21일엔 사흘 연속 2만5000명을 넘어 이번 주 하루 3만명 초과가 우려된다. 오마가리 노부오(大曲貴夫) 국립국제감염증센터장은 도쿄도(都) 대책회의에서 현 상태를 “제어불능 상황”으로 규정하고 “파악되지 않은 다수의 감염자가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결국 광역지방자치단체장 모임인 전국지사회가 도시 봉쇄를 의미하는 록다운(lockdown)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사회는 지난 20일 “전국적 감염 폭발을 억지하기 위해 소위 록다운과 같은 철저한 유동인구 억제책과 관련해 한시적 긴급조치로서 특별조치법·여행업법 등의 필요한 법 정비 검토”를 주장했다. 일본 중앙정부는 그동안 록다운과 관련해 사권(私權)을 제한할 법령이 없다는 신중한 입장이었다.

 

도쿄올림픽이 강행될 때 일본 내에서는 국민 생명과 안전을 걸고 도박을 한다는 비판이 거셌다. “국민 생명이 최우선”이라던 도박사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 주장은 허언(虛言)이었음이 드러났다. 과거 잘못된 판단으로 전화(戰禍)를 불러왔던 일본 지도자들이 이번에는 국민을 역화(疫禍)의 참상으로 밀어넣고 있다.


김청중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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