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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들 ‘몰빵 투자’ 옛말… 연금·월급 다층 설계로 미래 대비 [연중기획-포스트 코로나 시대]

입력 : 2021-09-09 06:00:00 수정 : 2021-09-09 07:3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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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고수익’ 두 토끼 잡는 투자자들

‘2030 주식 열풍’ 빛과 그림자
코로나 사태 이후 주식시장에 돈 몰려
청년세대 적극 합류… ‘빚투’ 부작용도
비싼 수업료 덕에 투자 행태 바뀌어
4050의 ‘주식=도박’ 고정관념도 깨져

장기적 안목으로 노후 준비
퇴직연금 적립금 90%가 원리금보장형
수익률 낮자 자신이 직접 공부해 운용
은행에 여러 펀드에 분산투자 등 요구
수익구조 다양화 통한 재테크에 나서

서울 관악구에 사는 직장인 조모(35)씨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주식 투자 열풍이 한참 불던 5월 ‘동학개미운동’에 동참했다. 조씨는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재테크라고 하면 그저 월급의 절반 이상을 저축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정기예금 금리가 물가상승률에도 훨씬 못 미치는 1%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저축은 오히려 마이너스’라는 생각을 갖게 되더라. 그때쯤 주변에서 주식으로 수천만원을 벌었다는 얘기도 들려와 ‘지금부터라도 주식을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덜컥 뛰어든 초보 주식투자자 조씨의 출발은 아슬아슬했다. 무슨 종목에 어떻게 투자해야 할지 감을 못 잡던 조씨는 ‘추천하는 종목만 매수하면 회비 이상으로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3개월 회비 150만원을 내고 주식 리딩방에도 들어갔다. 추천 종목 중 일부 오른 것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마이너스였다. 어느덧 손실액이 1000만원까지 치솟고 나서야 그는 리딩방을 빠져나왔다.

그 뒤로 조씨는 주식 관련 공부를 제대로 하기로 마음먹고 투자 태도를 바꿔 나갔다. 그는 “단타가 짧은 시간 돈을 벌 수 있다는 매력이 있지만, 위험성도 높고 주식 앱을 지켜보느라 내 본업에도 집중할 수 없었다”면서 “그래서 투자하려는 기업에 대해 꼼꼼히 살펴보고 최소 2~3년은 보유한다는 마음으로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어느덧 잃은 돈은 복구하고 이제 수익이 나더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저축과 주식 투자의 비중을 반반으로 해서 안전과 고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미래를 대비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조씨처럼 초보 투자자에서 공부하는 개미로 변신한 사례가 늘고 있다. 요즘 ‘2030주식 스터디 모임’도 활발하다. 유튜브에는 전문가 패널을 초청해 그들의 분석을 듣는 형식의 증권채널이 인기를 끈다. 주요 증권사 유튜브도 상종가다. 급등하는 증시나 가상화폐 등에 ‘묻지마’식 단기투자에 큰 수익을 올리려는 투자자들도 여전히 존재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2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투자 행태가 바뀌는 것이다. 주식이나 가상화폐에 대해 진지하게 공부를 하고, 장기적인 안목을 바탕으로 수익구조와 노후자금을 다층적으로 설계하는 투자자들이 증가한 것이다. 이른바 ‘스마트 투자자’들이다.

◆‘빚투’의 빛과 그림자

8일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9년 말만 해도 27조3932억원이었던 증시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8월 말 기준 69조5952억원으로 2.5배 이상 급증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대로 낮춰 유동성을 높인 결과, 부동산과 주식 시장에 돈이 몰리는 ‘머니무브’가 생긴 것이다.

주식 시장에 모여든 돈이 개인 투자자들의 쌈짓돈만은 아니다. 빌린 돈의 비중도 투자자예탁금이 커진 만큼 올랐다. 2019년 말 9조2132억원이었던 신용공여 잔고는 지난 8월 말에는 24조9205억원으로 이 역시 2.5배 이상 늘었다. 너도나도 돈을 빌려 주식투자 대열에 합류하면서 증권사들이 증권담보대출을 일시 중단하는 일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현재 우리 국민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거래 활동 계좌 수는 5000만개에 달한다. 주식거래 활동계좌는 예탁자산이 10만원 이상, 6개월간 한 번 이상 거래한 적 있는 증권 계좌를 말한다. 한 마디로 전 국민이 주식하는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주식 열풍을 이끈 주역은 청년 세대였다. 지난해 국내 주요 증권사의 신규 개설 주식계좌 추이를 살펴보면 2030세대의 비중이 50%를 넘는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5개월 만에 국내 주식 거래 계좌 수가 1000만개가 늘었는데, MZ세대에게 익숙한 토스증권은 출범 5개월 만에 가입자 수가 400만명을 돌파했고, 아직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을 출시하지도 않은 카카오페이증권의 가입자수도 500만명을 넘어섰다.

2030 청년세대의 주식 열풍 이면엔 ‘그림자’도 존재한다. 한국에서 재테크의 양대산맥은 부동산과 주식이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폭등한 부동산은 청년세대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벽이 되고 말았다. 월급만으로는 미래를 대비할 수 없다는 절박함과 지금 아니면 영영 기회를 놓칠 것 같은 공포 속에 청년들은 빚을 내서라도 주식 투자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 2030세대 중 증권사로부터 주식 매수 비용을 대출하는 신용 융자를 행한 이들의 수는 10대 증권사 기준으로 5만4554명에 달한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9년 말(2만6224명)에 비해 2배가량 증가했다.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0%에서 0.75%로 올렸고 추가인상 가능성도 남은 만큼, 빚투는 고스란히 청년세대들에게 더 큰 부담이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나마 빚투의 ‘빛’이라고 하면 4050세대들까지만 해도 ‘주식 투자는 패가망신의 지름길’, ‘주식은 도박’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그 편견이 깨졌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1년 반 동안 비싼 수업료를 내가며 주식 시장의 무서움을 알게 된 2030세대들은 이제 주식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유튜브 채널과 각종 커뮤니티, 스터디 모임 등을 통해 똑똑해지고 있다. 주식 동아리에서 주식 공부를 하고 있다는 대학생 김모(25)씨는 “처음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주식 공부를 했는데, 하다 보니 세상의 흐름을 파악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는 공부가 됐다. 주식 시장이 사회·경제·문화 등 모든 세상만사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주식 공부가 자연스레 취업 준비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똑똑한 개미들, 이젠 노후 준비도 스스로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총 적립금은 2019년 말(221조2000억원)보다 34조3000억원 증가한 255조5000억원이다. 퇴직연금 적립금은 2017년 168조4000억원, 2018년 190조원 2019년 221조2000억원 등으로 기업의 퇴직연금 신규도입과 경과 연수에 따른 부담금 납입 증가, 세제혜택을 위한 근로자의 자기부담금 납입 증가 등으로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늘어나고 있다.

퇴직연금 적립금 255조5000억원 중 원리금보장형이 228조1000억원으로 대부분(89.3%)을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10.7%가 실적배당형으로 27조4000억원이다.

문제는 퇴직연금 적립금 중 90%가량을 차지하는 원리금 보장형의 수익률이 1.68%로 매우 낮다는 점이다. 실적배당형의 수익률은 10.67%로 격차가 매우 크다. 이러한 수익률 차이가 나는 것은 퇴직연금 상품 운용이 원금보장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노후 연금은 크게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사적연금까지 3개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국민연금은 국가에서 전문가들에게 운용을 맡기니 개인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사적연금은 비교적 여유가 있는 근로자들만 가입할 수 있다. 평범한 직장인들이 자신의 노후를 위해 스스로 굴려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노후 연금은 퇴직연금뿐이다. 특히 퇴직연금은 직장에서 은퇴 후 국민연금을 수령하기 전까지 발생하는 소득공백기에 중요한 가교 자금이 될 수 있어 최근 더욱 그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엔 자신이 공부해 퇴직연금을 운용하려는 투자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직장인 최모(39)씨도 “올해 초 퇴직연금 계좌를 열어봤더니 수익률이 1.4% 수준밖에 되지 않더라. 공부해보니 내 퇴직연금이 원금보장형 상품에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면서 “다행히 확정기여형(DC·Defined Contribution) 퇴직연금에 가입된 것이었기 때문에 내 스스로도 운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부랴부랴 열심히 공부해서 수익률이 좋을 것 같은 여러 펀드에 분산해 투자하도록 은행 측에 운용지시를 내렸다. 앞으로도 더 공부해서 퇴직연금을 불려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퇴직연금도 개인이 처한 재무현황이나 자산구조 등의 상황에 따라 맞춰서 운용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의 황명하 연구위원은 “임금피크를 앞둔 근로자의 퇴직연금이 근무기간과 평균임금에 의해 사전에 확정되는 확정급여형(DB·Defined Benefit)일 경우 DC형으로 바꾸는 게 유리하다. 임금피크 이후 급여가 삭감되면 퇴직연금 원금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어 DC형으로 전환해 원금을 지키며 직접 운용하는 게 퇴직연금 적립금 측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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