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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고용장려금 4조 썼는데… 60% 3년 못 채우고 퇴사 [겉도는 文정부 청년 일자리 정책]

입력 : 2021-10-20 17:41:28 수정 : 2021-10-21 12:4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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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의 열악한 업무환경에 못 버텨
“사업주 편의만 고려 선심 정책” 비판

오랫동안 취업준비생이었던 A(32)씨는 지난해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제도의 도움을 받아 경기 성남 분당의 게임 관련 중소기업에 들어갔으나 1년도 안 돼 다시 취업준비생으로 돌아왔다. 생계 문제 해결과 업무 경험을 쌓으려고 입사했지만 과중한 업무량에 비해 배우는 게 적었기 때문이다. 나아질 기미가 없는 열악한 업무 환경과 상사의 잦은 폭언도 퇴사 결심을 거들었다. 구직사이트를 전전하며 재취업 자리를 알아보고 있는 A씨는 “입사 3개월 차부터 퇴사를 생각했으나 고용장려금 지원 최소기준인 ‘6개월 고용유지’를 충족해야 한다는 사측의 압박 분위기에 그러지도 못했다”며 “청년의 이름을 걸고 만들어진 지원제도라고 해도 중소기업의 체질 개선이 뒤따르지 않는 한 단기 일자리 양산에 불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안정적인 청년 일자리 확대를 위해 2017년부터 4조원가량의 예산이 투입된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제도가 실효성이 낮아 겉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장려금을 지원받은 사업장에 채용된 청년 10명 중 6명이 3년을 못 채우고 퇴사했을 정도다. 중소·중견 기업의 청년 장기근속 활성화를 통해 청년 고용의 안정성 확보라는 제도 도입 취지를 무색케 한다. 외형상의 청년 일자리 확대에 급급한 예산 퍼붓기식 대책의 한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실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청년 고용 시 3년간 인건비를 매달 1인당 75만원씩 보조하는 청년추가고용장려금을 지원받은 사업장에서 신규 고용한 청년 고용유지율은 6개월을 기점으로 급락했다. 규정상 지원대상 기업이 최소 6개월간 청년을 고용해야 장려금을 신청할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연도별로는 사업 시작 연도인 2017년 입사자의 경우 6개월차 고용유지율이 93.2%에 달했으나 1년(12개월) 차 81.1%, 2년(24개월) 차 56.6%로 떨어졌다.

 

장려금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간인 3년(36개월) 차에는 고작 39.3%의 청년만 회사에 남았다. 한시 사업인 이 제도는 올해 5월 종료됐는데, 2018∼2020년에 입사한 청년들의 고용유지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청년들이 바랐던 장기근속 일자리 창출과 거리가 먼 결과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지난해 청년추가고용장려금의 실효성 문제를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관련 보고서에서 “고용 효과 중 대체 효과와 전치 효과 등의 상쇄효과를 고려하면 순수 고용 효과는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지급 대상자의 약 30∼50% 정도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바꿔 말하면 장려금을 지원받은 청년 중 50∼70%는 장려금이 없었더라도 고용됐을 거란 얘기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청년 정책은 그들의 관점에서 정책을 만들어야 하는데 사업주의 편의만 고려했다”며 “중소기업 체질을 개선하지 않고 선심성 정책을 내놔 반짝 효과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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