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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김재순 전 국회의장은 1980∼90년대 7선 의원을 지낸 정가 거물로, 92년 대선에서 김영삼(YS) 전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이었다. 다음 해 YS가 집권하자마자 공직자 재산공개에 나서면서 부정축재 의혹에 휩싸였다. 결국 김 전 의장은 사퇴 압력을 견디지 못해 토사구팽(兎死拘烹: 토끼를 잡고 나면 사냥개는 쓸모가 없어져 삶아 먹힌다)이라는 중국 고사성어를 읊고 정가를 떠났다. 이때부터 이 말은 세간에 널리 회자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 사례는 즐비하다.

이번에는 대장동 게이트. 이재명 경기지사는 시도 때도 없이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을 “단군 이래 최대 공익환수”, “성남시의 최대 치적”이라고 자화자찬한다. 그는 대장동 개발을 밑거름 삼아 경기지사를 거쳐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자리까지 올랐다. 그는 10여 년 전 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장을 하던 유동규씨와 인연을 맺고 시장직 당선 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 발탁해 대장동 개발을 맡겼다. 이 지사는 “내가 설계했고 유동규가 실무자”라고 했다.

유씨가 수뢰·배임 혐의로 구속되자 이 지사는 돌변한다. “산하기관 직원 중 하나”라고 측근 의혹을 부인하더니 “경기관광공사 사장을 그만둔 작년 12월 이후 연락한 적이 없다”, “배신감을 느낀다”고도 했다. 토사구팽의 전형 아닌가. 그제 국감에서는 “(유씨가) 지난해부터 이혼 문제 때문에 집안에 너무 문제가 있었다”며 “(지난달 29일) 압수수색 당시 자살한다고 약을 먹었다”고 했다. 유씨 비리를 개인 일탈로 몰아세우려는 빛이 역력하다.

그런데 유 전 본부장이 압수수색 당시 이불을 덮고 누워있다가 휴대폰을 창문 밖으로 던졌는데 이 지사는 알려지지 않은 극단적 선택 시도를 어떻게 알았을까. 이 지사는 “(누구한테 보고받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둘러댔다. ‘대장동 1타강사’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치명적 실수”라며 정곡을 찔렀다. 유씨는 휴대폰을 버리기 전 두 시간가량 통화했는데 그 대상이 “이 지사의 완전 복심이면서 유씨까지도 잘 알고 달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 지사 발언은 정영학 회계사 녹취록에 등장하는 ‘그분’ 의혹을 푸는 실마리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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