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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혹 밝힐 물증 확보 늑장·녹취록 의존… 수사 의지에 ‘물음표’

입력 : 2021-10-21 19:00:00 수정 : 2021-10-21 19: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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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대장동 부실 수사’ 논란 왜

文 대통령 “진상규명” 지시에도
유동규 핸드폰 초기 입수 실패
의혹 핵심 4인방 중 유씨만 구속
정영학, 협조 이유 입건도 안해

檢 내부선 수사 방식 갈등설도
“절차따라 처리… 수사의지 분명”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21일 경기 성남시청 시장실과 비서실을 압수수색하자 직원들이 비서실 입구를 신문지로 가리고 있다. 성남=연합뉴스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의 행보가 많은 뒷말을 낳고 있는 것은 검찰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크다.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사건인 데다 문재인 대통령도 침묵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신속하고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여론이 압도적인데도 수사가 더디거나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심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검에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전담 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을 꾸리고 수사 인력도 대거 보강했다. 외형상 기대를 갖게 할 만한 수사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른바 ‘대장동 의혹 핵심 4인방’ 중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구속한 것 외에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실정이다. 오히려 수사 진행 과정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행보로 수사 불신을 키웠다.

유 전 본부장 거주지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도 유 전 본부장이 사용하던 휴대전화(아이폰)를 창밖으로 던지는 걸 막지 못한 데다 이후 찾지도 못했다. 문제의 전화기는 대장동 개발 의혹이 본격화한 시점에 유 전 본부장이 사용한 거라 의혹 관련자와의 입맞추기 통화내역 등이 담겼을 수 있는 중요한 증거물이었다. 하지만 검찰의 ‘유동규 아이폰’ 입수는 더디기만 했고 수사에 나선 경찰이 하루도 안 걸려 찾아내자 검찰은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송구스럽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일각에선 ‘검찰이 일부러 찾지 않은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그 이후에도 검찰의 수사 의지와 능력에 물음표를 던질 만한 상황이 이어졌다. 전·현직 검찰 관계자들은 특별수사의 기본은 신속하고 광범위한 압수수색과 계좌추적을 통한 객관적인 물증 확보라고 입을 모은다. 주요 관련자들이 입을 맞추거나 증거 인멸을 할 여지를 최소화하고 수사의 맥을 정확히 잡기 위한 기본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확보한 객관적 증거를 바탕으로 관련자들을 소환조사하는 대신, 검찰은 핵심 4인방 중 한 명인 정영학 회계사가 제출한 녹취록과 참고인 등 진술에 지나치게 의존한 듯한 인상을 풍겼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를 한 차례만 불러 조사한 뒤 문 대통령이 철저한 수사를 지시한 날 서둘러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가 법원에서 범죄 혐의 소명 부족으로 기각당한 것도 부실 수사 과정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사건이 터진 후 도주하듯 미국으로 잠적했다가 여권무효화 조치 후 귀국한 남욱 변호사를 체포해 조사한 뒤 구속영장도 청구하지 못한 채 석방한 것도 기존 특별수사에선 보기 드문 일이다. 그만큼 검찰 수사가 탄탄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남 변호사와 함께 2009년 대장동 개발 사업 초기부터 관여하면서 사업 설계 주도자로 꼽히고 천화동인 5호 소유주로 막대한 배당금을 챙긴 정 회계사를 피의자로 입건조차 하지 않은 것도 논란거리다. 정 회계사는 이번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데다 녹취록도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은 뺀 것으로 의심받고 있기 때문이다.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 수사의 핵심은 민관 공동 개발임에도 ‘초과이익 환수조항’이 빠져 소수의 민간사업자에게 천문학적인 수익을 안겨 준 경위를 밝혀내는 것이다. 그러려면 개발 인허가권을 가진 성남시와 당시 성남시장이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관여 여부를 규명하는 게 불가피하나 검찰은 정작 성남시를 압수수색 대상에서 장기간 제외했다.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에야 뒤늦게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시장실과 비서실은 하지 않았다.

이후 수차례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하면서 개발사업 당시 관여한 직원들의 이메일 기록 등을 확보할 때도 당시 이재명 시장과 최측근으로 꼽히는 정진상 정책비서의 이메일은 빼 논란이 많았다. 이 때문에 야당 등에선 검찰이 여당 대선 후보의 눈치를 보면서 부실·봐주기 수사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결국 검찰은 다섯 번째 성남시청 압수수색인 21일에야 시장실 등을 압수수색했지만 성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수사팀 내부에서는 구속영장 청구, 압수수색 장소와 대상 선정 등 수사 방식을 놓고 내부 갈등을 빚어왔다는 이야기마저 흘러나온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은 결국 수사를 통해서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며 “그러나 어느 만큼 성과가 나올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검찰 측은 “검찰의 수사의지는 분명하다”며 “(압수수색 등은) 절차에 따라 처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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