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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대선 위해 안보 버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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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2-01 23:33:28 수정 : 2021-12-01 23:3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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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만에 삭감된 방위력개선비
무사안일 방사청이 초래한 참사
국방예산, 표퓰리즘 예산과 바꿔
각 군 총장의 직무유기도 한몫

미래의 군은 현재보다도 고도화된 전문성을 갖춘 군대로 변모할 것이다. 규모는 작지만 더욱 치명적인 형태를 띨 것임이 분명하다. 여기에는 첨단무기체계가 자리한다. 우리 군이 강조하는 ‘작지만 강한 군대’의 지향점이다. 무기체계는 군사력의 우위와 유사시 전장의 승패를 가르는 요인 중 하나다. 나라마다 무기체계를 선정하고 이를 적시에 도입해 전력화하는 데 공을 들이는 이유다.

 

지난달 16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내년도 국방예산 가운데 무기체계 도입 등에 투입되는 방위력개선비가 15년 만에 처음 삭감됐다. 방위력개선비는 각 군에서 제기된 소요를 한데 모아 방위사업청이 국회에 상정한다. 이날 깎인 예산은 6122억원.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방위력개선비 17조3365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다. 더구나 문재인정부 들어 국방예산을 줄인 게 처음은 아니지 않은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재난지원금 마련 차원에서 지난해 4월과 7월 추경에서 거푸 삭감됐다. 이처럼 국방예산은 성역이 아니다. 사안에 따라 줄이거나 없앨 수 있다. 그렇다고 함부로 다뤄서는 안 된다. 우선순위를 정하고 전략적 사고가 뒤따라야 한다. 고무줄 늘리듯 짜깁기할 경우 미래 안보를 담보할 수 없다.

박병진 논설위원

국회 국방위에서 예산이 삭감된 방위력개선사업은 모두 41개. 사업타당성 부족과 불요불급(不要不急) 등의 이유로 예산 심의과정에서 더러 잘리기는 했으나 이번처럼 대거 제동이 걸린 전례는 드물다. 군이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그것도 패트리엇 PAC-3 미사일, F-35A 성능개량, 대형공격헬기, 대형수송기, 경항모, 조기경보통제기 등 각 군의 주요 핵심장비가 망라됐다. 사업 추진이 해를 넘긴다면 전력화에 차질은 불가피하다. 물론 삭감된 사업 가운데는 기본설계와 예산편성지침에 부합하지 않거나 사업타당성 조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들이 수두룩했다. 일일이 입에 담기 창피할 정도다. 관련 예산을 다뤄온 방사청의 부실 업무처리에 기인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사업타당성 조사나 선행연구가 끝나지 않은 예산이 삭감된 경우는 그렇다 치자. 반드시 포함돼야 할 무기체계가 뒷전으로 밀린 경우도 있다. 성능저하 문제로 전력공백 문제가 불거진 F-15K 전투기 성능개량 예산은 아예 상정조차 안 됐다. 이 또한 방사청이 거들떠보지 않은 탓이다. 국회 국방위의 한 관계자는 방사청의 업무 태도를 이렇게 평했다. “예산을 주면 좋고, 안 주면 말고”. “누구 하나 불평하거나 따지지 않는 무사안일의 전형”이라고도 했다. 기본설계 예산 72억원 가운데 68억원이 삭감되고 달랑 간접비 5억원만 남긴 해군 경항모 사업을 보면 우려는 배가된다. 이 사업은 그동안 사업추진을 두고 논란이 적잖았다. 국방위 예산 심의에 앞서 서욱 국방부장관이 국방부 실장들에게 직접 의중을 물어볼 정도였다. 실장들은 모두 찬성 의견을 표시했고 장관도 역시 경항모의 전략적 가치를 인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관련 예산은 국회에서 삭감됐고 이후 국방부는 입을 닫았다.

 

방위력개선비 ‘줄삭감’이 이뤄진 지난달 국방위에선 전력화 차질을 우려하는 여당 의원들 반대 목소리도 찾기 어려웠다. 여야가 다투던 과거와는 달랐다. 예산 삭감이 여야 합의로 이뤄졌다는 의미다. 덕택에 그동안 지켜온 문재인정부의 ‘자주국방’ 기조는 빛이 바랬다. 대선을 앞두고 ‘매표’용 포퓰리즘 예산 확보를 위해 국방예산을 ‘엿 바꿔’ 먹은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는다. 여기에 국방부와 방사청이 ‘꿀먹은 벙어리’ 행세를 하며 거들었다는 추정까지.

 

정녕 대선을 위해 안보를 희생할 것인가. 국회와 정부 부처를 믿을 수 없다면 이제 군인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각 군 참모총장들이 앞장서 국회와 방사청에 쓴소리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지난달 25일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이 해군 페이스북에 경항모 예산 삭감에 대한 유감과 사업 추진의 당위성을 역설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육군과 공군은 뭘 하고 있나. 누더기가 된 군 전력증강 예산을 보고만 있을 텐가. 총장님들이 입을 닫는다면 그것은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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