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에서 괄시를 받으며 사실상 귀양을 갔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인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이 13일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되며, 화려한 복귀를 앞두고 있다. 그의 지명으로 새 정권과 현 정권, 신·구 권력의 정면충돌이 예상된다. 한 후보자는 그간 현 정부에 대해 날을 세웠고, “거짓선동과 공작의 책임을 묻겠다”고 밝혀 왔다. 민주당은 ‘검수완박’에 박차를 가하고, 새 정부와 검찰은 이를 저지하기 위한 전선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당선인의 최측근… 검찰의 칼잡이 불려
한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윤 당선인의 검사 시절, 오랫동안 수사를 함께하며 호흡을 맞춰온 사이다. 그는 윤 당선인이 서울중앙지검장일 때 특수수사를 총괄하는 자리이자 중앙지검이 핵심 보직인 3차장검사를 맡아,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수사했다. SK그룹 최태원 회장,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 삼성그룹 이재용 회장 등을 구속시키는 데 관여하며, ‘칼잡이’, ‘저승사자’, ‘재벌저격수’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한 후보자는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이던 2019년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역대 최연소 검사장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기도 했다. 한 후보자가 윤 당선인의 최측근이라는 사실은 서초동의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잘 나가던 한 후보자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등장과 함께 가시밭길을 걸었다. 추 장관이 2020년 검찰총장이었던 윤 당선인과 갈등을 빚으면서, 그의 측근인 한 부원장은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좌천됐다. 이후 검언유착 의혹으로 불린 ‘채널A 사건’에 연루되며, 검찰 내 한직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다시 좌천됐다. 그나마도 처음에는 용인 분원으로 전보됐다가, 이후 진천으로 발령 나며 마치 귀양을 가는 듯했다.
◆검찰 인사권…수사지휘권 없어도 영향력 막강
그런 그의 법무부 장관 지명은 의미심장하다. 윤 당선인이 대선에서 승리한 후, 한 후보자가 중용될 것이라는 관측은 이미 나왔지만, 법무부 장관 임명은 한 후보자가 사법연수원 27기라라는 점을 고려할 때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으로 여겨진다. 사법연수원 20기 김오수 검찰총장은 자신보다 10살 어리고 7기수 낮은 장관의 ‘지휘·감독’을 받게 됐다.
한 후보자가 장관이 된다고 해서 검찰에 수사권을 마냥 휘두르기는 쉽지 않다. 윤 당선인은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겠다고 공언했고, 한 장관 후보자도 이날 수사지휘권 남용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수사지휘권이 당장 폐기된 것은 아니고, 인사권을 통해서도 법무부 장관이 검찰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지대하다. 그와 호흡을 맞춰온 검사들이 여전히 대거 검찰에 남아 있다는 점에서 법무부와 검찰이 그 어느 때보다 돈독한 공조체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친정부 검사들이 대거 검찰을 떠나거나 좌천될 가능성이 있다.
◆검수완박 저지 앞장 예고… 사정정국 올 수도
최근 민주당의 ‘검수완박’과 관련해 검찰이 강력 반발하고 있는 것도 주의 깊게 봐야 할 포인트다. 검찰을 옥죄려 한 것도, 윤 당선인이 파격 인선을 통해 한 후보자를 전면에 내세운 이유일 수 있다. 윤 당선인이 검수완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사실상 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 후보자 역시 이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검수완박을 저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 내부 여론의 추는 새 정부 쪽으로 기울고 있다.
검찰이 수사권을 유지한다면 그렇지 않아도 현 정부에 대해 반감이 큰 서초동 검찰과 법무부가 현 정권의 비리 파고들며 사정 정국을 몰고 올 가능성이 있다. 한 후보자는 최근 검언 유착 의혹에 대해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은 후 “거짓선동과 공작에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는데, 이를 직간접적으로 실천에 옮길 수 있다. 당시 그를 몰아붙였던 현 여권 관계자 등이 수사 선상에 놓일 수 있다. 윤 당선인 역시 대통령 후보 시절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 정권이 검찰을 이용해 얼마나 많은 범죄를 저질렀냐.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적이 있다. 한 후보자 지명으로 다급해진 여권은 검수완박에 사활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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