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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여우 CF-1616은 다리가 잘려 돌아왔다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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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5-31 14:25:00 수정 : 2022-05-31 16:3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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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공단, 10년 가까이 복원사업 진행
방사된 여우 1년에 10마리꼴로 다쳐서 복귀
복원한 붉은여우 262마리 중 148마리 생존

'중간포식자' 여우, 유해동물 억제 효과
불법엽구수거·폐농약용기함 보급 사업 진행
소백산 권역 100마리 이상 복원 목표
경북 영주시 국립공원연구원 중부보전센터 생태학습장에서 지내고 있는 붉은여우. 국립공원연구원 중부보전센터 제공  

“저 친구는 다리를 다쳐 여기 들어왔다가 출산을 했어요.”

 

30일 경북 영주시 국립공원연구원 중부보전센터 생태학습장. 서희옥 자연환경해설사가 이렇게 말하며 가리킨 여우는 오른쪽 앞다리가 잘린 채 서 있었다. 

 

이 여우 이름은 ‘CF-1616’. 이는 중국(C)에서 도입된 암컷(F)으로 2016년(16)에 태어나 중부보전센터가 관리번호 16번(16)을 부여했다는 뜻이다. CF-1616은 국립공원공단의 여우복원사업 일환으로 방사됐다가, 올무에 다리를 걸린 채 구조돼 생태학습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한참 서 있던 CF-1616가 날래게 몸을 움직인 곳에는, 다른 개체보다 몸집이 작은 새끼 여우 두 마리가 경사를 오르락내리락하며 놀고 있었다. 다리를 잃은 CF-1616이 생태학습장에서 낳은 새끼들이었다. 이들은 이곳에서 지내다 야생 적응력이 충분히 길러졌다고 판단될 경우 자연 방사가 이뤄지게 된다. 다만 CF-1616는 여기 계속 남을 예정이다. 

 

원혁재 중부보전센터장은 “방사된 여우 중 1년에 10마리꼴로 다쳐서 돌아온다. 이들은 더 이상 자연에서 살아남는 게 어렵다고 판단돼 생태학습장에서 계속 지내게 된다”고 말했다. 국립공원공단이 복원 중인 토종여우의 정식명칭은 ‘붉은여우’다. CF-1616처럼 국외에서 들여온 경우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토종여우와의 유사도가 검증된 개체들이다.

 

방사되는 여우의 생존률(생존기간 3∼6개월 기준)은 70% 정도다. 유사한 해외 사례의 생존률(30%)보다 크게 높은 수치인데, 인근 지역사회 협조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국립공원공단 측 설명이었다. 

 

당장 방사된 여우는 깊은 산에서만 지내지 않는다. 마을 부근까지 내려와 터전을 마련하는 경우도 잦다. 그러다보니 과거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고라니나 멧돼지를 줄이고자 설치해놓은 올무나 쓰고 남은 농약에 여우가 다치거나 죽는 일이 자주 발생할 수밖에 없다. CF-1616는 올무에 걸렸지만 구조돼 살아남았으니 그나마 다행인 경우라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을 줄여보고자 공단 측은 지역사회와 불법엽구수거·폐농약용기함 보급 사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폐농약용기(약 2385㎏) 수거에 따른 수익금(약 561만원)은 마을기금으로 활용됐다.

경북 영주시 국립공원연구원 중부보전센터 생태학습장에서 지내고 있는 붉은여우. 국립공원연구원 중부보전센터 제공  

이런 금전적 이익이 아니더라도, 자연에서 사는 붉은여우가 늘어나면 인근 주민들에게 이로운 결과를줄 수 있다. ‘중간포식자’인 여우의 활동량이 늘어나면 다른 인위적 조치 없이 유해동물이 자연스레 억제되기 때문이다. 붉은여우는 잡식성이다. 최근 공단은 폐사한 개체를 통해 작은 새나 뱀, 개구리를 잡아먹은 걸 확인했다. CC(폐쇄회로)TV를 통해서는 여우가 고라니 새끼를 사냥하는 모습이 촬영됐다.

 

원 센터장은 “토종 여우가 생태계 먹이사슬에서 중간포식자 위치를 점한다는 사실이 계속 확인되고 있다”며 “주민들께도 여우가 유해동물을 걸러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지역사회에 이롭다는 설명을 계속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2012년 첫 방사 이후 10년 가까이 복원사업을 진행 중인 국립공원공단이 현재까지 복원한 붉은여우는 총 262마리다. 이 중 현재까지 생존 중인 개체는 148마리. 절반 이상인 76마리가 자연에서 지내고 있다.

 

이들 중 대개 개체는 중부보건센터가 자리한 소백산 권역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2015년에는 여우 한 마리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개성공단까지 넘어간 게 확인된 적도 있었다. 복원 여우에 부착된 발신기 기능 한계를 고려한다면 그 이상까지 활동 반경이 미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자연에서 지내는 붉은여우 중 17마리는 국외에서 도입되거나 생태학습장에서 증식한 경우가 아닌 자연에서 출생한 개체다. 이들에 대한 전수 확인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실제 방사된 여우 간 번식을 통해 자연적으로 늘어난 개체 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공단은 2025년까지 소백산 권역 내 붉은여우 100마리 이상 복원을 목표로 삼고 있다. 구체적으로 소백산 권역 내 5개 지역에 20∼25마리 수준의 소개체군이 형성돼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게 한다는 것이다.


영주=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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