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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진 환경부 장관 "경제 살리면서 환경가치 지키는 규제 개혁 부처 될 것" [세계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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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6-03 06:00:00 수정 : 2022-06-02 21:4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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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발달로 낡고 불합리한 규제
선진화하고 과학적·합리적 개선 추진
‘현장이 제대로 일할 수 있게’ 의견 수렴

경제 개발·환경 보전 조화와 균형 중요
원전 포함한 ‘K택소노미’ 보완할 계획
안전기준 적용 시점 EU보다 늦어질 듯

미군기지 오염문제 ‘선반환·후협의’로
위해성 등 국민 우려 없도록 최선 조치
환경부 목소리 내야 할 땐 그렇게 할 것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한강홍수통제소에서 규제 합리화에 주안점을 둔 새 정부의 환경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환경부는 전통적으로 ‘규제 부처’로 인식된다. 경제부처에서 개발이라는 액셀을 밟으면, 환경부는 환경적 요소를 살펴 감속시키는 게 일반적이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인사청문회 때 그리고 취임사에서도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난 환경 정책을 강조했다. 청문회 땐 “환경부가 규제에 집중돼 있다”고 했고, 취임사에선 “규제의 틀에서 벗어나 민간 자율과 창의를 이끌어내겠다”고 했다. 환경부 정책 무게중심의 이동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 한강홍수통제소에서 만난 한 장관은 ‘침착하고 조용하다’는 세간의 평가처럼 한 시간 동안 차분한 어조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러다가도 기자의 질문에 제도 후퇴, 규제 완화 같은 표현이 등장할 때면 ‘부득이한 유예’ ‘규제 합리화’로 용어를 바로잡으며 원칙은 지키되 강약 조절은 필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다음은 한 장관과의 일문일답.

 

―취임하신 지 보름 정도 지났다. 그동안 국회 업무가 많아 짧은 시간에 벼락치기하듯 업무를 익히셨을 것 같다.

 

“원래 취임하고 몇 개월 후에 예산 관련된 얘기를 하게 되는데 올해는 국회 일정이 5월에 집중됐다. 특히 추경 예산으로 국회 업무가 바빴다. 아직 업무는 파악 중이다.”

 

―통상 환경부는 규제 부처로 여겨지는데, 어떤 부분에서 규제 완화를 생각하고 있나.

 

“규제 완화보다 규제 합리화, 규제 개혁이라 말하고 싶다. 규제 개혁은 새 정부의 핵심 정책기조이기도 하다. 환경부도 경제를 살리면서 환경 가치와 국민의 건강·안전 보호 등 본연의 가치도 지키려 한다. 규제가 만들어질 당시에는 그럴 충분한 이유가 있었겠지만, 시간이 지나며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도 축적돼 시대에 뒤떨어지는 규제도 있다. 불합리한 규제는 선진화하고, 과학적·합리적으로 개선하자는 생각이다. 환경부가 규제 부처란 말을 들어도 규제 당사자는 현장이다. 현장이 제대로 일할 수 있게 해줘야 해 현장 목소리를 더 많이 듣겠단 뜻이다.”

한화진 환경부장관 20220527 남제현 선임기자

―규제 합리화와 관련해 특별히 염두에 두고 있는 사업이 있나.

 

“최근에 중소기업 현장 목소리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규제 개선이 있으면 좋겠단 분야가 화학물질과 자원순환 분야였다. 환경부 내 ‘환경규제현장대응TF(태스크포스)’도 만들었다. 그간 우리가 유독물질을 지정하고 관리할 때 물질들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는데, 독성 유형별로 크게 급성·만성·생태독성을 나눠 관리해야 현장에는 더 적합하다. 또한, 화학물질은 부처 내 과별로 혹은 부처 간 유사 규제도 존재한다. 이런 중복 규제를 통합하는 것도 할 일이다. 자원순환 관련해서는 순환자원인정제도라고, 폐기물 중에서 심사를 거쳐 순환자원으로 인정하고 폐기물에서 제외하는 제도가 있다. 앞으로는 순환자원 품목을 정부가 먼저 고시하고 그에 해당하는 품목에 대해 사용 실적만 신고하게 하는 방향으로, 현장에서 자원순환이 더 활성화되게 추진하려 한다.”

 

―이번 정부가 산업계에 힘을 실어주다 보니 인사청문회 때부터 환경부가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온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한 입장은.

 

“산업계 의견을 대변한다는 말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환경부 존재의 이유가 있고 나름의 미션이 있다. 많이들 말하는 지속가능발전의 핵심수단은 탄소중립과 녹색성장이다. 지속가능발전 관점에서 보면, 환경이나 경제 어느 한 가치를 이분법적으로 보면 안 된다. 개발과 보존, 우리 세대와 미래 세대, 나아가 경제발전, 사회의 안정, 환경보전의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데 핵심이다. 과거에는 산업계나 경제 부처가 개발을 앞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기후환경 문제가 국제질서를 견인한다는 사실을 산업계도 다 안다. 이제 지속가능발전을 중요하게 보는 시각은 어느 부처나 많이 성장했다고 본다. 그렇지만 만약 환경 가치의 근간을 훼손한다고 하면 단호히 대처하겠다.”

한화진 환경부장관 20220527 남제현 선임기자

―윤석열정부는 유럽연합(EU) 기준을 참고해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하겠다고 했다. EU의 택소노미 포함 조건이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어떤 식으로 반영할 것인지 궁금하다.

 

“EU 택소노미를 보면 인정기준이 크게 네 가지인데, 여기서 중요한 게 환경 측면이다. 온실가스 배출이라든지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이라든지, 사고저항성 연료 이런 걸 모두 고려해 하반기에 EU택소노미가 확정될 예정이다. 우리는 아무래도 이런 국제동향을 살펴 K택소노미 보완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초안을 마련하기 위해 이해관계자와 협의해 의견을 수렴 중이다.”

 

―EU는 2050년까지 방폐장 세부 계획을 세우고, 2025년부터 사고저항성 핵연료를 사용하도록 했다. 우리는 지금 시작해도 2050년 방폐장 건설이 현실적으로 어려운데 이런 시점이 뒤로 밀린다고 보면 될까?

 

“아무래도 국내 여건을 고려해야 하니까 이런 시기를 EU처럼 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시기는 좀 봐야될 것 같다.”

 

―용산미군기지 반환 관련해 환경부는 토사피복 등을 한다고 밝혔다. 정화 계획은 없는 것인가.

 

“2019년 이전에 미군기지 반환은 반환 뒤 정화 주체를 협의하느라 아주 긴 시간이 걸렸다. 논의 장기화로 반환이 지연되기도 했다. 2019년부터 문재인정부는 먼저 반환하고 다음에 협의한다는 ‘선반환·후협의’로 정했다. 이 연장선상에서 ‘우리는 미군기지 반환과 관련해 앞으로 어떻게 조치할 것인가’라는 고민으로 이해해 달라. 조기 반환된 부지는 오는 9월 임시개방 전에 토양환경보전법상 위해성평가 지침을 준용할 것이다. 법에 부지 활용법에 따른 토양의 안전성, 위해성, 필요한 저감조치 등이 나온다. 이 내용을 토대로 인체 유해성, 국민 우려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한화진 환경부장관 20220527 남제현 선임기자

―토사피복은 원인 해결이 아닌 임시방편 느낌인데.

 

“토양오염도를 갖고 우리가 건강 위해성을 분석하는 방법이 있다. 과학적인 방법이다. 얼마만큼, 예컨대 주 3일, 일주일, 평생 등 얼마나 자주 노출돼 있는지를 따져서 위해성을 분석한다. 건물을 짓는다면 토양을 완전히 정화해야 하는 식으로 부지 활용법에 따라서도 필요한 조치가 조금씩 다르다. 물론 이걸 더 국민의 시각에서 말할 필요는 있다. 결론적으로 환경부는 국민 우려가 없도록 조치하겠다.”

 

―인사청문회에서 가습기살균제 종국성 문제(가해 기업에 더는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것)와 관련해 ‘현행법상 신규 피해자에 대해 기업의 부담을 면제하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한 달 사이에 바뀐 입장이 있나.

 

“가슴 아픈 일이다. 10년 이상 문제가 이어지고 있어 제가 해결하고 싶단 강한 의지는 있다. 종국성을 보장하려면, 기업의 종국적 부담 면제를 위한 특별법 개정이 필요하다. 이건 국회와 협의해 진행해야 한다. 피해구제 조정위원회에서 정부는 사실 당사자가 아니라 먼저 입장을 표명하기 어렵다. 다만, 조정이 원만히 성립될 수 있도록 관련 자료를 지원하고, 조정 미참여자는 특별법에 따른 구제·지원이 지속된다.”

 

―신임 환경부 장관으로서 느낀 고충은 있나.

 

“환경부 수장으로서 환경부를 대표하지만, 정부 전체적으로 장관은 국무위원이기도 하다. 환경계에서 어떤 목소리가 나와도 전체적으로 국가 운영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때론 후퇴라기보다 양보할 필요가 있을 때도 있다. 국무위원으로서 전체 흐름에서 강약 조절이 필요하더라. 다만 어떤 사업을 추진하려 할 때, 이런 정책이 국제 흐름상 환경부가 목소리를 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되면 당연히 그렇게 할 것이다.”

한화진 환경부장관 20220527 남제현 선임기자

―‘한화진 환경부’는 어떤 성과를 내고 싶나.

 

“제게 주어진 역할은 아무래도 탄소중립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 탄소중립을 미래 도약의 계기로 확고히 만드는 것이 첫 번째다.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내년 3월까지 세부이행방안을 수립하게 돼 있다. 이를 통해 녹색투자 활성화와 순환경제 전환을 이루겠다. 두 번째는 기후환경위기에서 국민의 건강과 안전, 쾌적한 삶을 최우선으로 보호하는 것이다. 새 정부 국정과제에도 있듯이 초미세먼지 농도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중위권 수준으로 개선하겠다.”

 

―오는 5일은 환경의 날이다.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이번에 와서 보니까 환경의 날이 1972년에 만들어져 올해 50년이 됐다. 처음 제정됐을 때 주제가 ‘하나뿐인 지구’였다. 올해 환경의 날 주제는 ‘하나뿐인 지구, 자연과 조화로운 지속가능한 삶’이다. 앞으로 50년 후 지구에서 자연과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친환경적인 생활습관을 실천하자고 뒤에 말이 추가된 게 아닌가 싶다. 3일에는 환경의 날 행사를 진행한다. 기후변화를 완화하고 미세먼지를 줄여 환경문제로부터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행사가 될 듯하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1959년 대전 출생 ●1977년 창덕여고 ●1981년 고려대 화학과 ●1983년 고려대 이과대학원 물리화학 석사 ●1988년 미국 UCLA 화학 박사 ●1993년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원 ●2009년 대통령실 환경비서관 ●2010년 한국환경연구원 부원장 ●2011년 원자력안전위원회 비상임위원 ●2012년 환경부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 ●2014년 국무조정실 녹색성장위원회 위원 ●2016년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소장 ●2022년 5월 제20대 환경부 장관 취임

대담: 윤지로 환경팀장, 정리=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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