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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민주당 1인자 20년 만에 용퇴
민주주의·여성·인권분야 ‘큰 획’
후임에 50대 선출 한 세대 젊어져
새 시대 화두 대선까지 이어질 듯

“새로운 세대를 위한 시간이 왔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지난달 17일(현지시간) 20년 동안 지켜온 민주당 1인자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1940년생, 만 82세의 펠로시는 1987년 47세의 나이로 하원에 입성한 뒤 18선(하원의원 임기 2년)을 이어가며 민주당을 이끌었다.

박영준 워싱턴 특파원

지난달 8일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가 끝나고도 한동안 자신의 거취에 대해 함구하며 의구심을 샀던 펠로시는 결국 지도부에서 물러나겠다는 4년 전 약속을 지켰다. 그는 “새로운 날이 다가오고 있고, 미국의 새롭게 펼쳐질 이야기를 기대한다”고 세대교체 화두를 던졌다.

펠로시의 퇴장은 마지막 연설만큼 아름답지만은 않다. 펠로시는 민주당이 소수당이던 2003년 원내대표 자리에 올랐다. 이어 2007년 미국 역사상 여성 최초로 국가 의전서열 3위에 해당하는 하원의장 자리에 올랐다. 110대(2007∼2009년), 111대(2009∼2011년) 의회에서 하원의장을 지내고 8년 동안 공화당에 하원의장직을 내줬다. 이후 116대(2019∼2021년), 117대(2021∼2023년) 의회에서 다시 하원의장을 지냈다.

2018년에 있었던 116대 하원의장 선출 과정에서 펠로시를 향한 세대교체 요구가 쏟아졌다. 펠로시 단독으로 나선 민주당 내 하원의장 선출 투표에서 235명 민주당 의원 가운데 32명이 펠로시에 반대표를 던졌다. 의장 재선에 반대한다는 연판장도 돌고, 실제 본 투표에서 12명의 반란표가 나오기도 했다.

미국 의회에 정통한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이미 2008년 하원의장 선출을 앞두고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측근인 람 이매뉴얼 하원의원을 의장으로 선출해야 한다는 세대교체 주장이 일었다. 이후 이매뉴얼이 오바마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일하고, 시카고 시장에 출마해 재선하고, 주일본 대사로 일하고 있는 지금까지도 펠로시는 하원 1인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세대교체가 그만큼이나 늦어졌다는 의미다.

펠로시는 지도부에서 물러난다고 밝혔지만 중간선거에서 또다시 당선되며 19선 하원의원으로서 의정활동을 이어간다. 펠로시가 계속해서 민주당의 상왕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도 높다. 외신들은 펠로시가 자신의 지역구를 자신의 딸 크리스틴 펠로시에게 넘겨줄 수 있다고도 전망한다. 이쯤 되면 노욕이라는 비판도 과하지 않다.

1인자 자리에서 일찌감치 물러났어야 한다는 비판, 하원을 공화당에 내준 뒤 떠밀려서 물러난다는 비판에도 펠로시는 미국의 위대한 정치인으로 남을 것임은 분명하다.

47세, 다섯 명의 아이를 둔 가정주부가 하원의원 선거에 나서 당선되고, 이후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하원의장에 오른 것은 그의 말처럼 유리 천장(glass ceiling)이 아닌 대리석 천장(marble ceiling)을 깨트린 위대한 역사가 됐다.

민주주의와 여성, 인권 분야에서도 획을 그었다. 재선의원이던 1991년 중국 베이징 톈안먼(天安門)광장에서 1989년 6·4톈안먼 사태 희생자를 추모하는 시위를 벌이다 중국 공안에 구금됐고, 이후에도 지속해서 중국의 민주탄압·인권침해 문제를 제기했다.

2007년에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의 공식 사과를 촉구하는 결의안이 하원을 통과하는 데 역할을 했다. 그는 이후 “내가 하원의장으로서 첫 번째 처리한 법안이 위안부 결의안이라는 점이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지난 7월에는 괴롭힘에 반대하는 분홍색 재킷을 입고 대만을 전격 방문해 중국의 위협에 맞서 대만 민주주의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BBC는 펠로시의 대만행을 두고 “임기를 끝내는 역사적인 여행”이라고 평가했다. 그의 업적을 보면 세대교체라는 말이 무색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펠로시의 퇴장은 정치에서의 세대교체가 얼마나 지난하고 오랜 시간을 거치는지 보여준다. 그 과정이 아름답거나 낭만적이지도 않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미국 민주당은 세대교체에 돌입할 태세다. 차기 민주당 원내대표로 하킴 제프리스(52)가 선출되면서 한 세대가 젊어졌다. 세대교체 바람은 민주당 지도부를 넘어 2024년 대선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박영준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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