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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대는 지방공항 시대… 비틀대는 빚더미 공항들 [심층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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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8-29 06:00:00 수정 : 2023-08-29 07:5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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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길만 있던 끝단 섬도 서울서 1시간이면 ‘OK’

울릉공항 2026년 하반기 개항 목표
제트여객기 시범비행도 무사히 마쳐
흑산공항 사업추진 13년 만에 본궤도
예타 통과 백령공항은 현지실사 열어
새만금·대구경북신공항도 건설 속도

전국 공항 14곳 중 10곳 매년 적자
무안공항 최근 5년간 839억원 손실
사업성 낮은 서산, 당정협의로 부활
“좁은 국토에 지자체별 공항은 억지
운항 지속할 수요 이어질지도 의문”

서울에 거주하는 50대 이승용(가명)씨 가족은 그동안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울릉도로 여름휴가를 가고 싶어했다. 하지만 서울에서 포항까지 2시간 넘게 KTX로 이동해서 다시 배를 타고 4시간 동안 가야 하기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했다. 더구나 아내가 뱃멀미를 해서 쉽게 계획을 세울 수 없었다. 이씨는 최근 ‘울릉공항’ 공사 뉴스를 접하고 기분이 좋아졌다고 밝혔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2026년 하반기엔 비행기를 타고 1시간이면 울릉도 여행이 가능할 것 같아서이다. 이씨 부부는 “그동안 뱃멀미가 심해 울릉도에 가보고 싶어도 엄두를 못 냈는데 훌륭한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앞으로 3∼4년 후 서울에서 동(울릉도)·서(백령도)·서남(흑산도)해 끝단까지 비행기를 타고 1시간이면 오갈 수 있는 지방공항 시대가 열린다. 현재는 흑산도로 가는 교통수단은 목포항에서 2시간 이상 소요되는 여객선이 유일하다. 울릉도도 경북 포항에서 4시간 동안 배를 타고 가야 한다. 서해 최북단의 인천 옹진군 백령도도 편도 4시간가량 걸리는 여객선에만 의존하고 있다.

28일 정부의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2021∼2025)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총 15개 공항이 운영되고 있다. 신공항을 계획 수립하고 있거나 건설 중인 곳은 울릉공항, 흑산공항, 백령공항, 제주제2공항, 새만금 신공항, 대구공항 이전, 가덕도 신공항 등 7곳에 이른다. 여기에 충남 서산공항까지 최근 가세했다.

서울∼국토 동·서·남단 비행 1시간 시대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여객선이 유일한 교통수단인 지역들에서는 이르면 2026년 상반기에 개항할 지방공항의 등장을 반기는 분위기다. 우려도 크다. 공항 건설과 시설 운영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도 적자를 면치 못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울릉공항 조감도. 울릉군 제공

◆울릉·흑산·백령 소형공항 뜬다

경북 울릉공항 건설사업은 2020년 11월 착공해 2026년 하반기 개항을 목표로 순항하고 있다. 7월 말 기준으로 전체 공정률은 약 34%로 우회도로인 공항터미널을 개통했다. 현재 공항부지 조성을 위해 울릉읍과 서면 경계지역에 있는 가두봉 절취 작업과 해상매립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해상매립공사는 외곽공사인 호안공사부분 중 케이슨 구간의 전체 총 30함 중 현재까지 10함을 거치 완료했다. 공항의 기본윤곽이 드러나자 5월엔 항공기 제작사 엠브레어사 주력 제트기인 E190-E2을 타고 포항경주공항을 이륙해 울릉도 상공을 선회하는 왕복 80여분간의 시범비행도 무사히 마쳤다. 울릉공항 활주로 길이가 1200m의 제약된 상황에서 제트여객기의 이착륙 가능 여부에 대한 우려가 있던 가운데 이뤄진 시험비행이었다.

전남 신안 흑산공항 건설사업은 조기착공을 위해 행정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 4월 서울지방항공청 주최로 열린 흑산공항 건설사업을 위한 환경영향평가협의회에서 사업의 첫걸음을 떼는 평가항목과 범위 등이 결정됨에 따라 사업추진 13년 만에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신안 흑산면 예리 일원에 들어서는 흑산공항은 1833억원을 들여 길이 1200m 활주로와 계류장, 터미널 등 부대시설을 갖춘 50인승 이하 항공기 이착륙이 가능한 공항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2026년 개항하면 서울에서 7시간 걸리던 것이 1시간대로 단축돼 섬 주민과 관광객의 이동권 개선은 물론 응급상황 발생 시 긴급출동이 가능해 의료서비스 등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흑산공항 조감도. 신안군 제공

서해 최북단 인천 옹진군에는 백령공항이 들어선다. 지난해 12월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백령공항은 총사업비 2018억원이 투입된다. 사업 주체인 국토교통부는 올해 6월 백령·대청면 현지실사와 타당성 평가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 착수보고회를 가졌다. 인천시는 백령공항이 완성되면 편도 4시간가량 걸리는 여객선에만 의존했던 섬 주민들의 이동권·정주여건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주 제2공항 전환점… 새만금·대구경북 탄력

8년째 찬반 갈등을 겪던 제주 제2공항 사업은 전환점을 맞고 있다. 지난 3월 4년 만에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를 통과하고 현재 국토교통부가 제주도의 의견을 토대로 기본계획 고시를 앞두고 있다. 당초 2025년 개항을 목표로 했지만, 8년째 찬반 갈등으로 전략환경영향평가가 보완과 반려를 거듭하면서 표류했다. 정상 추진하더라도 빨라야 2030년쯤 완공될 것으로 보인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결론이 난 게 아니다”라며 주민투표를 요구하지 않는 대신 항공 수요 예측 등 5가지 쟁점 사안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촉구하기로 했다. 제주도가 진행할 환경영향평가 동의 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전북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 사업은 속도를 내고 있다. 전북도는 새만금 국제공항이 국책사업으로 진행 중인 새만금 개발사업을 촉진하고 물류·여객 수송에 따른 경제·산업 파급효과와 함께 관광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역균형 발전의 교두보 역할과 전북도민의 항공교통 서비스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에서 건설의 당위성까지 내세우고 있다. 새만금 국제공항은 군산시 옥서면 현 군산공항 활주로에서 서측으로 1.35㎞쯤 떨어진 새만금 사업 부지에 국비 8077억원을 들여 3.4㎢ 규모로 건설한다. 2024년 착공해 2028년 완공하고, 시험 운항을 거쳐 2029년 개항을 목표로 한다.

새만금 국제공항 조감도. 전북도 제공

대구경북신공항은 특별법이 지난해 12월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건설 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 대구시는 2030년 민간·군 복합공항 형태로 대구경북신공항을 개항한다는 목표다. 2025년 착공 예정이다. 군 공항과 민간 공항 건설에는 각각 11조4000억원과 1조4000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됐다. 군 공항은 16.9㎢(511만평), 민간 공항은 1.87㎢(56만5000평, 1단계 기준) 규모가 될 예정이다. 민간 공항은 국토교통부가, 군 공항은 국방부와 대구시, 사업대행자가 협력하는 방식으로 각각 추진한다. 민간 공항은 기본계획 수립-기본 및 실시설계-착공 순으로 추진하며, 돌발 변수가 없는 한 2025년 착공이 가능할 것으로 시는 전망했다. 군 공항은 민간 공항보다 속도를 내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2030년까지 중남부권 첨단 물류·여객 공항을 완공해 대기업 유치, 일자리 창출 등 지역이 더욱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무한경쟁시대 자칫하면 문 닫을 수도

강원 양양국제공항을 모기지로 사용하는 항공사인 플라이강원이 최근 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밝게 된 것을 계기로 지방공항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2019년 취항한 플라이강원은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와 투자 협상 결렬, 부채 누적 등으로 경영난을 겪다가 지난 5월23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 개시 신청서를 제출했다. 플라이강원은 법원의 회생개시 결정에 따라 채무를 조정해 새로운 투자를 유치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됐지만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지방공항이 개항을 해도 적자를 면치 못하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선교 의원(국민의힘)이 한국공항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2017년∼2022년 6월 기준) 전국 공항 당기순이익 현황’에 따르면 전국 14개 공항(인천공항 제외) 중 10개가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무안공항의 경우 839억원으로 손실액이 가장 많았고, 양양공항 732억원, 여수공항 703억원, 울산공항 641억원, 포항경주공항 621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도 지자체마다 기존 공항의 부대시설 확장이나 공항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청주국제공항은 충청권 유일의 공항으로 ‘활주로 확장’이 숙원이다. 올 상반기 이용객은 163만2142명으로 1997년 개항 후 300만명을 돌파했다. 청주공항은 활주로 길이가 짧고 폭도 좁아 이착륙 항공기에 위협을 주고 있다. 활주로 양쪽 끝에 15~20m에 달하는 절벽과 주변에 충북선이 오가고 있다. 도는 F급 대형항공기(크기로 A~F까지 6단계) 이착륙을 위해 활주로를 3200m로 늘리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의 명칭을 ‘이순신 국제공항’으로 명명하자는 여론도 확산하고 있다. 미국 뉴욕의 관문 공항인 존 F 케네디 공항처럼 공항 이름에 인명을 넣자는 것이다. 충남 서산공항은 최근 당정 협의를 거쳐 부활했다. 2016년부터 추진했던 서산공항은 사업성이 부족해 국토교통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였다. 국민의힘과 기재부는 최근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2024년도 충청권 지역 예산으로 서산공항을 포함시켰다. 충청 서해안권은 전국 광역 단위 지역 중 유일하게 민간공항이 없는 지역으로 공항 접근성을 개선해달라는 지역민들의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항공업계 안팎에서는 지역민들의 요구와 정치권의 수용 등으로 지방공항이 들어서고 있지만, 비용 대비 효과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비판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익명을 원한 중부권의 광역자치단체 고위공무원은 “KTX로 2∼3시간이면 거의 모두 갈 수 있는 좁은 나라인데, 수십조원을 투자하는 지자체별 공항 신설은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항공 운항을 지속할 정도의 수요가 이어질지도 의문”이라고 밝혔다.


신안·백령·울릉·서산=김선덕·강승훈·이영균·김정모 기자,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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