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메밀꽃 볼까 허브향 즐길까 서둘러 오는 평창의 가을향기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23-09-13 16:08:48 수정 : 2023-09-13 16:08:47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2023 평창효석문화제 8∼17일 봉평면 일원서 열려/효석문화마을·평창무이예술관 소금 뿌린 듯 하얀 메밀꽃 만개/평창백일홍축제 22일∼10월1일 평창강 둔치서 열려/평창허브나라농원엔 싱그러운 허브향기 가득

 

평창무이예술관 앞 메밀꽃.

굵은 소나기 퍼붓듯 하늘에서 하얀 왕소금 마구 쏟아부었나 보다. 찬바람 불기 시작하자 여름내 오로지 초록만 무성하던 들판과 산허리에 하얀꽃 지천으로 피어 숨이 막힐 지경이다. 높고 파란 하늘이 초록 줄기 위에 얹힌 순백의 꽃과 어우러지는 낭만적 풍경. 해 저물고 달빛마저 흐드러지면 또 얼마나 가슴을 흔들어 놓을까. 봉평마을 메밀꽃 사이로 걸어 들어가니 성급한 가을향기 서둘러 달려온다.

 

효석문화제 행사장 메밀꽃.

◆지난해 못 본 메밀꽃 올해는 흐드러지다

 

강원 평창은 가을이 조금 앞서 온다. 평균 해발고도 700m로 여름에도 에어컨이 필요 없을 정도로 서늘하기 때문이다. 봉평면으로 들어서자 한낮의 햇살은 아직 따갑지만 여름의 끝자락을 훠이훠이 내모는 선선한 바람 부니 계절의 변화가 살갗으로 느껴진다. 봉평마을 사람들은 메밀꽃 피는 9월이 가장 바쁘다. 매년 이맘때 평창효석문화제와 평창강 백일홍축제가 함께 열리기 때문이다.

 

현대 문학의 대가 가산 이효석의 고향인 봉평면 효석문화마을로 들어서자 그의 대표작 ‘메밀꽃 필 무렵’에서 묘사된 풍경이 정확하게 눈앞에서 펼쳐진다. 광활한 들판을 만개한 하얀 메밀꽃이 뒤덮은 예쁜 수채화 같은 풍경. 들판도 모자라 저 멀리 산허리까지 하얗게 덮이기 시작하니 여심을 흔들고도 남겠다.

 

효석문화제 행사장 메밀꽃.

메밀꽃 사이로 걸어 들어간 연인들은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때를 한 장의 추억으로 남기느라 셔터를 누르기 바쁘다. 아이를 어깨에 목말 태운 아빠의 얼굴은 오랜만에 활짝 펴지고 동창들과 여행 나선 60대 아주머니 얼굴에도 메밀꽃 같은 하얀 미소가 피었다. 문화제 기간에 펼쳐질 거리상황극을 준비하는 출연진들은 소설 속 주인공 분장을 한 채 구슬땀을 흘린다. 그래도 오늘 연습이 만족스럽나 보다. 왁자지껄 떠들며 익살스러운 포즈로 단체사진을 찍는다. 관객들을 만나 재미있는 공연을 펼칠 생각을 하니 벌써 가슴이 뛴단다. 지난해 문화제 때는 메밀꽃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비가 많이 내려 메밀씨앗이 물러지면서 거의 꽃을 피우지 못한 탓이다. 참 다행이다. 지난해 아픔을 보상받듯 이렇게 풍성하게 메밀꽃을 피었으니. 문화제를 주최하는 이효석문학선양회 곽달규 이사장은 “어제도 비가 많이 와 메밀꽃이 쓸려 갈까 봐 노심초사했는데 피해가 전혀 없어서 다행”이라며 “올해는 메밀밭 사이에 고랑을 내 물길을 만드는 등 만반의 준비를 마친 만큼 효석문화제 기간에 풍성한 메밀꽃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밝게 웃는다. 

 

평창무이예술관 코스모스.

 

 

평창무이예술관 앞 메밀꽃.

 

효석문화마을 메밀밭은 원두막 덕분에 운치를 더한다. 차로 5분 거리 평창무이예술관 앞에도 메밀꽃이 탐스럽게 열렸다. 꽃송이가 아주 크고 키도 어른 허리까지 닿는 풍성한 메밀꽃밭이 여행자를 기다린다. 평창무이예술관으로 들어서자 넓은 마당에 다양한 조각 작품들이 펼쳐진다. 메밀꽃보다 먼저 여행자를 반기는 꽃은 여리여리한 분홍 코스모스. 산책로를 따라 한들한들거리며 활짝 피어 가을의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가는 것 같다. 무이초등학교는 7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폐교됐던 곳. 흉물로 방치될 뻔했지만 서양화가 정연서, 서예가 이천섭, 조각가 오상욱, 도예가 권순범 등 많은 예술인들이 모여 2년여의 준비 끝에 평창무이예술관을 만들어 2001년 문을 열었다. 병풍처럼 둘러선 산이 어머니 품처럼 따뜻하게 품는 예술관에선 사계절 자연과 어우러지는 문화예술의 향기를 즐길 수 있으니 평창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다. 조각 작품들을 감상하는 테라스에 앉아 커피 한잔 느긋하게 즐긴다. 향긋한 커피향과 가을향이 어우러지니 잊을 수 없는 여행의 추억으로 기억된다. 예술관 2층으로 올라가면 조각공원 넘어 하얀 메밀꽃이 끝없이 펼쳐진 환상적인 풍경을 만난다. 

 

달빛언덕

 

 

효석문화마을 이효석 안경과 펜 조형물.

 

복원한 이효석 생가.

 

◆효석문화제 갈까 백일홍축제 갈까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는 2023 평창효석문화제는 8∼17일 봉평면 일원에서 열린다. 이효석을 기념하는 문화제뿐 아니라 문학마당, 전통마당, 자연마당으로 구성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특별한 추억여행을 즐길 수 있다. 특히 효석문화제는 봉평마을 주민들이 만들어가는 순수한 축제여서 의미가 더 깊다. 소설 속 장면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효석문화제의 압권은 단연 메밀꽃밭. 산책길을 따라 꽃밭을 걸을 수 있고, 소설 속 주인공처럼 나귀를 타는 체험도 즐길 수 있다. 메밀꽃 열차를 타고 꽃밭의 정취를 느끼는 이색체험도 추천한다. 메밀꽃을 배경으로 한 포토존에선 ‘추억의 DJ-Box’, ‘사랑의 엽서쓰기’ 등이 펼쳐진다.

 

하얀 메밀꽃 질 무렵엔 백일홍 붉은 꽃바다가 유혹한다. 백일홍축제는 오는 22일∼10월1일 평창강 둔치에서 열리며 올해도 약 3만㎡ 꽃밭을 가득 채우는 백일홍 100만 송이를 즐길 수 있다. 100일 동안 붉게 피는 백일홍의 꽃말은 인연, 행복, 순결. 다양한 색깔의 백일홍과 단풍나무길, 대왕참나무숲길이 조성돼 초가을로 접어드는 정취를 만끽하기 좋다. 

 

허브나라농원 루드베키아.

◆허브향기 맡으며 힐링해 볼까

 

“당신은 스카보러 시장에 가시나요. 파슬리, 세이지, 로즈마리 그리고 타임. 그곳에 사는 사람에게 내 안부를 전해주세요. 그녀는 한때 진실한 내 사랑이었어요♩♬∼” 평창허브나라농원으로 들어서자 가을이 오면 즐겨듣는 ‘스카보러 페어’(Scarborough Fair)가 잔잔하게 흘러나온다. 미국의 전설적인 포크록 듀오 사이먼 앤 가펑클이 1961년에 내놓은 노래. 로즈마리 등 온갖 허브향이 온몸을 감싸니 마치 스카보러 페어를 거니는 듯, 향기만으로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실제 허브는 중세시대부터 상처받은 이들을 치유하는 데 사용했다. 그리스인들이 사랑의 증표로 주고받던 로즈마리는 항균, 살균 작용이 뛰어나다. 특유의 향이 뇌의 기능을 활발하게 만들고 기분 전환에 큰 효과가 있다. 톡 쏘는 향이 특징인 세이지는 소염과 소화를 돕고 파슬리는 간장 해독, 타임은 부패방지 효과가 뛰어난 서양요리의 필수 식재료이기도 하다. 

 

허브나라농원.

 

엄마의 정원.

 

허브나라농원은 효석문화마을과 차로 15분 거리여서 함께 묶어 여행하기 좋다. 1996년 문을 연 한국 최초의 허브 테마 농원으로 990㎡로 시작해 지금은 3만3000㎡에 달하는 광활한 허브의 천국으로 변신했다. 허브나라농원은 허브와 꽃을 재배하는 농지와 허브를 보며 휴식할 수 있는 관광농원을 아우른다. 라벤더, 세이지, 메밀 등 150여종 허브를 테마별로 나눈 10여개의 테마정원이 마련돼 머리를 식히며 천천히 산책하기 좋다. 정원마다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기에 지루할 틈이 없다. 포시즌가든과 유리온실을 지나면 셰익스피어 흉상이 세워진 셰익스피어 가든을 만난다. 그의 작품에서 언급된 허브들로 꾸몄다. 바로 앞에는 노란색 루드베키아가 군락으로 피어 화사하다.

 

허브나라농원 분수.

코티지가든과 락가든을 지나면 벌과 나비가 좋아하는 밀원식물을 심은 나비가든이 반긴다. 식탁에 오르는 다양한 허브가 자라는 키친가든과 맘스가든도 만난다. 허브박물관, 터키갤러리, 만화갤러리도 조성됐고 건강한 허브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 카페와 펜션도 마련돼 나른한 휴가를 보내기도 좋다.

 

사계절 맑은 물이 흐르는 흥정계곡을 품고 있는 것도 큰 매력. 정원을 거닐다 장쾌한 물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된다. 족욕을 할 수 있도록 계곡 지류 물 위에 벤치를 놓았다. 편하게 앉아 발을 담그고 물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는다. 허브향까지 온몸에 퍼지니 진정한 쉼이 바쁜 일상을 온전히 내려놓게 만든다.  


평창=글·사진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김하늘 '반가운 손인사'
  • 김하늘 '반가운 손인사'
  • 스테이씨 수민 '하트 장인'
  • 스테이씨 윤 '파워풀'
  • 권은비 '반가운 손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