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논란’엔 “발언하지 않은 내용까지 왜곡된 점 유감”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국가정보원 등이 관여한 것으로 의심받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유인촌 문체부 장관 후보자가 “이명박 정부에서는 블랙리스트가 없었다”고 밝혔다. 최근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를 비판했다 여권 등의 맹공을 받은 그룹 자우림의 김윤아씨에 대해선 “공개적 표현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인촌 후보자는 3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김윤아씨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일본 오염수 방류를 비판한 사례처럼 유명인이 사회적 이슈에 대한 견해를 표현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의에 “누구나 자유롭게 자기 견해를 표현할 수 있지만,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경우 책임도 따르기 때문에 공개적 표현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명박 정부 장관이 다시 지명된 것이 과거로의 회귀라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선 “우려가 기대로 바뀔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평생 현장에서 활동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정책을 만들겠다”고 답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시행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야당 의원들에게는 “장관 재임 시절 문화예술계를 겨냥한 리스트를 생산하도록 지시하거나 개입한 사실이 없다”며 당시 국정원이 작성한 ‘문화·연예계 정부 비판 세력’ 등 문건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답했다.
유 후보자는 과거 문체부 장관 재임 시절 산하 기관장 사퇴 압박 논란과 관련해 “전 정부에 임명된 기관장들에 대해 일괄 사퇴를 종용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유 후보자는 당시 임기를 채우지 못한 김윤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 김정헌 전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이 제기한 해임무효확인 소송에서 국가가 패소한 데 대해 “해당 기관장들의 경우 기관 운영상 효율성이나 성과 측면에 한계가 있었고, 감사 결과 각종 규정 위반 등 사례가 발견돼 인사조치한 것”이라며 “(국가 패소는) 대부분 절차상 문제 등에 따른 결과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치적으로 임명된 기관장의 경우 정권 교체 시 물러나는 게 바람직하며, 국회 차원에서 제도화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관해서는 “블랙리스트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며 블랙리스트와 같은 문화예술계의 대립적 구도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불행한 일”이라면서 “장관에 임명된다면 앞으로 문화정책 추진 시 블랙리스트와 같이 불행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잘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하는 ‘가짜뉴스 근절’과 관련해 “최근 AI(인공지능),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가짜뉴스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며 사회 갈등, 반목을 조장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우리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면서 “필요한 경우 관련 기관(방송통신위원회, 경찰청, 소관 부처) 협력을 통해 강력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언론 장악을 위해 유 후보자를 문체부 장관에 임명하려 한다는 주장에는 “언론이 특정 권력이나 세력에 의해 장악되기는 어렵고, 될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유 후보자는 과거 장관 시절 “찍지마, XX” 등 막말 논란을 빚은 데 대해 “발언하지 않은 내용까지 왜곡된 점에 대해 유감”이라며 “향후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발언에 신중을 기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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