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드론시장 2025년 9700억
정식 자격증 취득자도 매년 폭증
2016년 900명→작년 2만6700명
사고 나도 당사자 간 처리 많아
신고 안 해도 별다른 제재 규정없어
국토부도 “사고규모 파악 어려워”
사전 정보 습득·안전교육 가장 중요
자동차처럼 보험가입 의무화 거론
실명제 확대 등 안전한 환경 조성을
# 경기 화성시 신도시에 사는 A씨는 지난 3월 초 아파트 단지 놀이터에 30개월된 아들과 있다가 가슴이 철렁한 사건을 겪었다. 한 초등학생이 무선 조종을 하던 드론이 나무에 부딪힌 뒤 아들 머리 위로 떨어지면서 아들 눈가 근처가 1㎝가량 찢어졌다. 상처도 속상하지만 눈에 정통으로 맞았다면 정말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그는 아들의 상처 부위 사진과 함께 사건 내용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뒤 비슷한 사고를 겪거나 당할 뻔한 경험이 있는 학부모가 여럿 있다는 사실을 알고선 심각한 상황임을 알았다. A씨는 “단지에서 보호자 없이 아이들끼리 드론을 날리는 모습을 종종 보면서 불안해하던 중에 그 일을 겪은 뒤에는 드론을 보기만 해도 가슴이 뛴다”고 말했다.
# 지난 8월 12일 오후 8시.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에서 1000대의 드론이 동원된 조명쇼가 펼쳐졌다. 피서객 16만명이 백사장에 앉아 밤하늘을 바라보며 반짝이는 드론 조명에 취해 있던 중 특수촬영용 드론 1대가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파가 몰려있던 백사장 2.5m 상공에서 신호가 끊긴 드론이 현장에 있던 피서객 2명을 덮치면서 각각 허벅지와 발등을 다쳤다. 경미한 부상이라 2명 모두 병원에서 치료받은 뒤 당일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 관계자는 “추락한 드론은 드론쇼를 찍던 촬영용 드론이었는데, 신호 오류로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며 “무게 500g 정도의 비교적 소형 경량 드론이어서 다행히 부상이 크지 않았다”고 했다.
하늘을 나는 드론이 우리 일상으로 빠르게 퍼지면서 시민의 안전도 위협받고 있다. 농업용과 산업용, 군용부터 촬영과 취미생활을 위한 분야까지 다양한 용도로 드론이 활용되면서 자연스럽게 드론을 둘러싼 각종 사건·사고도 늘어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드론사고 공신력 있는 통계도 없어
조종사 없이 운행할 수 있는 현대적인 형태의 드론은 1930년대 군용 무인 정찰비행기로 처음 개발됐다. 1980년대 일본에서 농업용 드론이 상용화됐고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 등에서 산업용 드론을 활용하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대중에 전파된 것은 중국의 민수용 드론 생산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2010년 이후다.
1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세계 드론 시장 규모는 2016년 7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43조2000억원으로 성장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6년 704억원이었던 시장규모가 2020년 4945억원으로 7배 커졌다. 2025년에는 9700여억원 규모로 커져 2020년 대비 거의 2배 수준으로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장이 커지면서 정식 국내 드론 자격증(무인동력비행장치 자격) 취득자도 폭증하고 있다. 2016년 908명이었던 자격증 취득자는 지난해 2만6701명으로 급증했다. 올해에는 지난달까지 1만9985명으로 늘었다.
시장규모의 확대, 자격증 취득자를 포함한 이용자의 급증과 함께 산업용, 농업용, 취미용 드론 사용이 늘면서 추락, 낙하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문제는 드론과 관련한 사고가 빈발하고 있음에도 공신력 있는 통계자료 하나 없는 한국의 현실이다.
주무 부처인 국토부는 드론 사고 미신고 시 제재하는 규정이 없어 신고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현재로선 사고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찰도 드론과 관련한 사고에 별도 코드를 부여해 사고접수를 하고 있지는 않다. 이에 따라 2019년 국토부의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사고 건수는 2015년 1건, 2017년 4건, 2018년과 2019년 각각 3건으로 전국에서 5년간 겨우 11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서는 드론 보험 가입률이 높지 않아 사고접수 없이 당사자 간 처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공식 사건 건수가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이 드론 이용 경험이 있는 소비자 46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의 경우 20.5%가 안전사고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유형은 드론 충돌로 인한 부상, 프로펠러에 의한 열상, 배터리 폭발 또는 발화 등이다.
◆실명제 확대·보험 의무가입 도입돼야
드론 사고를 예방하려면 사전에 드론과 관련한 정보 습득과 안전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 국토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최대이륙중량 250g을 초과하는 드론을 대상으로 사업용·비사업용에 관계 없이 드론 조종자격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드론의 위험도에 따라 1∼4종으로 세분화돼 있는데, 최대이륙중량 2㎏ 이하 드론을 운용할 수 있는 4종 자격은 별도의 자격시험 없이 무료 온라인 교육과정(6시간)을 수료하면 취득할 수 있다. 상위 자격의 경우 학과시험과 실기시험(2종 이상)을 통과하고, 일정 기간 이상의 비행경력을 채워야 한다.
이 과정에서 드론 운용에 필요한 기술과 주의사항을 습득하게 된다. 드론 조종사는 항공안전법 등에 따라 가시거리 범위와 주변 안전을 확보하고, 고도 150m 이내에서 운용해야 한다. 이 같은 안전사항을 지키지 않거나 비행금지구역, 야간 비행 등을 한 경우에는 최고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드론 관리와 관련한 제도 보완 필요성도 제기된다.
우선 드론 추락 사고 후 주인이 처리하지 않고 뺑소니하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드론실명제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1년 드론실명제 확대 시행에 따라 사업용이 아닌 취미용 드론도 최대이륙중량 2㎏ 이상이면 드론원스톱 민원서비스(drone.onestop.go.kr)를 통해 신고해야 하지만 기준 이하 중량의 경우 사고를 일으키고 주인이 도주해도 피해 배·보상이 쉽지 않다.
보험가입 의무화도 거론된다. 정부는 드론 보험시장 활성화를 위해 올해 초 보험사와 관계기관 등과 합동으로 드론보험 약관 표준안을 마련했다. 자동차와 달리 드론은 보험 가입이 의무사항은 아닌 만큼 정확한 안전사고 규모를 파악하거나 피해 조치 결과를 확인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 맹점이다.
박세훈 한국법제원 연구위원은 “드론에 의한 사고는 보상을 받기 위해 피해자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고, 가해자가 (경제적 능력이 없는) 무자력자일 경우 현실적으로 보상이 곤란한 상황도 있다”며 “취미용 드론에 대해서도 책임보험 등 자동차보험 수준의 의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드론 불법비행에 대응하기 위해 드론식별장치 장착 법제화와 드론식별관리시스템 개발 등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