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컴·브이엠웨어 합병 '호환성 보장' 조건부 승인

공정위 "시장 독점화 우려 있어
10년간 경쟁사 호환성 보장" 전제

미국 반도체업체인 브로드컴과 클라우딩 컴퓨팅업체 브이엠웨어(VMware)의 기업결합이 조건부 승인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두 기업 간 합병으로 시장독점화가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며 10년간 경쟁사 제품에 대한 호환성을 현재보다 낮추는 것을 금지하는 등의 시정 조치를 부과했다.

공정위는 브로드컴과 브이엠웨어의 기업결합 신고 건에 대해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고 23일 밝혔다. 브로드컴은 미국에 본사를 둔 통신용 반도체 중심의 하드웨어 업체로, 전 세계 ‘파이버채널(FC) HBA(Host Bus Adapter)’ 1위 사업자다. FC HBA는 서버와 스토리지 네트워크(SAN) 간의 연결을 지원하는 어댑터로서 서버의 한 부품으로 사용된다.

구태모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과장이 2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미국 반도체 회사 브로드컴이 소프트웨어 업체 브이엠웨어의 주식 전부를 취득하는 기업결합 건에 대한 심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브이엠웨어는 ‘서버 가상화 소프트웨어’ 부문 1위 사업자다. 이 서버 가상화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이와 호환되는 FC HBA를 서버 하드웨어에 장착해야 한다.

공정위는 브로드컴과 브이엠웨어의 기업결합이 이뤄지면 브로드컴의 경쟁자가 시장에서 배제될 우려가 있다고 봤다. 가상화 서버 소프트웨어 생태계에서 사실상 표준의 입지를 가진 브이엠웨어가 브로드컴 경쟁사의 FC HBA 호환성 인증을 거절하는 경우, 소비자들이 대거 브로드컴의 FC HBA로 부품을 교체하면서 경쟁 제품이 시장에서 퇴출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이에 두 회사의 기업결합을 승인하면서 의결일로부터 10년간 브로드컴을 제외한 제3자의 FC HBA와 브이엠웨어 서버 가상화 소프트웨어와의 호환성 수준을 현재 수준보다 낮추지 말라는 조건을 달았다. 또 제3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30일 이내에 브로드컴의 FC HBA 드라이버 소스 코드와 라이선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협조 의무도 조건에 포함했다.

세종=이희경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