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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 접촉사고 17번… 한의원 다니며 보험금 7800만원 챙긴 시내버스 기사 [사건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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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1-20 14:06:24 수정 : 2023-11-20 14: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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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경찰청, 보험사기 등 혐의로 131명 검찰 송치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차량을 고의로 들이받거나 주택가 골목에 서행 중인 승용차에 발을 집어넣어 보험금을 챙긴 사기범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 사기범은 교통법규와 보험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며 범행을 반복했는데, 시내버스 운전기사부터 전직 보험설계사까지 교통사고에 대한 지식이 있는 직업군도 다수 포함됐다. 울산경찰청은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A씨 등 131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20일 밝혔다. 세계일보가 경찰 수사결과로 이들의 보험사기 행각을 재구성했다.

지난 9월 14일 울산 동구의 한 주택가 골목에서 40대가 서행하는 승용차에 일부러 발을 집어넣어 사고를 내고 있다. 울산경찰청 제공

30대 A씨는 2019년 울산의 한 시내버스 기사로 취직했다. 그는 각종 운전면허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운전 베테랑’이었다. 지난해 12월 17일 오전6시20분 A씨는 시내버스를 몰고 울산 남구 무거동 신복로터리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런 A씨의 눈에 시내버스 앞으로 승용차 한 대가 차선 변경을 해 들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신복로터리는 최근 5년간 교통사고가 120건 발생했을 정도로 교통사고가 잦은 곳이다. A씨는 멈춰 서는 대신 가속페달을 밟아 그대로 승용차에 부딪혀 사고를 냈다. 그러고 자신이 가입한 보험사에 상해치료비와 위로금 명목으로 보험금을 청구해 370만원을 받았다.

 

경찰 조사결과 A씨의 이런 사고는 처음이 아니었다. 시내버스를 운행하다가 차선을 변경하는 차량을 발견하면 비슷한 방식으로 사고를 냈다. A씨가 일부러 낸 사고때문에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이 넘어져 다치는 일도 있었다. 단순한 접촉사고 일때도 한의원 등에서 과잉진료를 받아 합의금을 받았다. A씨가 2020년2월13일부터 올해 6월30일까지 41회에 걸쳐 받아낸 합의금과 치료비 등은 7800만원에 달한다. 돈은 생활비 등으로 사용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시내버스 회사에서 사고를 내면 버스 배차를 받지 못해 운행을 못하거나 집에서 먼 차고지를 배정받는 불이익이 있었다”며 “하지만 A씨는 보험금을 받았을 때 이익이 더 크다고 봤는지 징계를 받은 며칠 뒤 또다시 고의사고를 냈다”고 전했다.

 

보험에 대한 지식을 활용한 보험사기범도 있었다. 20대 B씨는 2021년7월부터 3년 정도 보험설계사로 일했다. 그러면서 교통사고가 났을 때 과실비율이 어떻게 정해지는지, 보험금이 얼마나 나오게 되는지 등을 알게 됐다. 보험설계사 일을 그만둔 B씨는 보험사기를 벌이기로 했다. 교통법규를 위반한 차량과 접촉사고가 났을 땐 위반차량에 더 많은 과실비율이 정해지는 점을 노렸다. 북구의 교차로는 주 범행 장소였다. 직진이 금지된 좌회전 전용차선에서 직진하는 차들이 많아서다. 좌회전 차선에서 직진하는 차를 발견하면 직진차로에서 뒤따라가다 갑자기 속력을 내 부딪쳤다. 이렇게 14번의 사고를 내서 받아낸 보험금은 5300만원이다. 지인들에게 범행수법을 공유하고, 함께 범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B씨를 포함한 18명이 2018년 4월부터 2022년 4월까지 남구·북구 일대를 돌며 교통법규 위반 차량만 노려 접촉사고를 낸 뒤 41차례에 걸쳐 2억5000만원의 보험금을 편취했다. 이들 중엔 차량정비업, 래커 기사 등이 포함돼 있었다.

 

주택가 골목에 서행 중인 차량에 이른바 ‘발 집어넣기’ 로 10회에 걸쳐 보험금 550만원을 타낸 40대 사기범도 검거했다. 이 40대는 동구 일대를 다니다 골목길에서 천천히 지나가는 차량과 맞닥뜨리면 발을 슬쩍 집어넣거나 집어넣는 시늉을 한 뒤 다친 척 사고를 가장했다. 경찰은 또 차량 2대를 나눠타고 허위사고를 유발, 보험사로부터 진료비와 합의금 등으로 9730만원을 타낸 20대 사기범들도 붙잡았다.

20일 울산경찰청 프레스룸에서 울산경찰청 교통조사계 곽정호 조사관이 교통사고 보험사기 집중단속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울산경찰청 제공

경찰 관계자는 “붙잡은 사기범 131명은 여러 수법으로 210차례에 걸쳐 12억8000만원 상당의 합의금과 차량 미수선 수리비 등을 챙겼고, 받은 보험금은 유흥비나 생활비 등으로 탕진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검거된 사기범의 60%가 20~30대로, 갈수록 보험사기범의 연령대가 어려지고 있다”며 “범죄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범행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최근 보험사기는 증가추세다. 금융감독원의 ‘보험사기 적발통계’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1조 818억원. 적발 인원은 10만 2679명이다. 보험 사기 적발 금액은 2019년 8810억원, 2020년 8990억원, 2021년 9430억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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