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김포와 구리의 서울 편입 문제로 불거진 지방자치단체 ‘통합’ 바람이 울산에도 불어닥쳤다. 지자체 통합을 당론으로 정한 여당 측 인사가 최근 울산을 찾아 메가시티 ‘부울경’에 속도를 내보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울산이 PK(부산·경남) ‘부울경’에서 빠져 TK(대구·경북) ‘경주·포항’과 새로운 ‘통합’을 하겠다고 나서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울산의 속내는 무엇일까. 어떤 셈법으로 부울경에서 빠져나오려는 걸까.
울산의 부울경 빠지기 행보 공식화는 지난 7일이다. 국민의힘 조경태 뉴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울산을 찾았을 때다. 그는 김두겸 울산시장과 비공개 면담 후 기자회견에서 “부울경 메가시티 동참 여부, 경제동맹 찬성 여부 등을 확인하러 (울산에) 왔다”고 했다. 최근 국민의힘은 김포와 구리를 서울에 편입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 수도권을 비대화하는 차별적 정책이라는 지적에 영호남에도 비슷한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는데, 영남지역 첫 목적지로 울산을 선택한 것이다. 부울경은 오랫동안 ‘원팀’으로 구성돼 있던 곳이고, 한때 메가시티 구성을 추진했던 만큼 수월하게 지역통합을 할 수 있다고 여긴 것으로 보인다.
김 시장은 이 제안을 거절했다. “지역내총생산(GRDP)이 전국 1위인 만큼 경제적 역량이 충분한 울산이 부산·경남과 통합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부울경 메가시티는 2018년 6월 이들 3개 도시 광역단체장이 동남권 상생협약 체결을 하면서 본격화됐다. 지난해 4월엔 부울경 특별연합의 규약안이 행정안전부의 승인을 얻었고, 메가시티 탄생을 목전에 뒀다. 그러나 지방선거 후 단체장이 바뀌었고, 경남과 울산이 탈퇴를 선언하며 출범하지 못했다.
메가시티 대신 김 시장은 포항·경주와 맺은 ‘해오름동맹’에 무게를 두고 있다. PK가 아닌 TK와 ‘원팀’을 구성해 지방소멸과 수도권 일극체제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울산은 현재 ‘해오름동맹’을 통해 30개 협력사업을 공동 추진 중이다. 부울경도 놓지 않았다. 부울경초광역발전계획을 수립해 정부 지방시대 종합계획에 반영하는 등 경제동맹을 진행하고 있다. ‘울포경 해오름동맹’, ‘부울경 경제동맹’을 저울질하면서 어떤 ‘합치기’가 울산에 유리할지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지역에서도 어느 지자체와 손을 맞잡을 것인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이진형(36·남구 두왕동)씨는 “지자체 간 통합에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해 정부와 여당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 (국민의힘) 당론으로 정해진 부울경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울포경에 찬성하는 목소리도 있다. 국민의힘 강대길 울산시의원은 “울산은 해오름동맹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경제규모를 1인당으로 환산하면 부울경은 3600만원, 해오름은 5600만원”이라고 밝혔다.
프로 야구와 축구의 실력 있는 선수들은 자신의 역량에 맞는, 스스로의 값어치를 높일 수 있는 곳을 찾아 팀을 옮기기도 한다. 스포츠계에서 이적은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진다. 팀을 옮긴 뒤 새로운 선수들과 시너지 효과를 내기도 한다. 울산시는 이득을 준다면 부울경 경제동맹과 울포경 해오름동맹 모두를 품겠다는 계획이다. 어느 것이 울산에 가장 유리할 것인가. 울산이 주연이 될 수 있는, 울산의 강점을 활용할 수 있는 ‘통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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