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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군포시 아파트 화재 참사… 50대 부부 생사 달리해 [사건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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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1-02 16:20:33 수정 : 2024-01-02 16: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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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前 25층 아파트 화재 때도 4명 사망 ‘참사’
당시 ‘사다리 의인’이 초등학생 등 3명 목숨 구해
군포 15층 아파트 9층서 불이 나 50대 남성 사망
아내와 주민 13명 부상, 유족 “아버지 거동 불편해”
소방 “연기 잘 배출되는 구조…스프링클러 미설치”

“아버지는 평소 몸이 편찮으셔서 잘 움직이지 못하셨어요. 갑자기 이런 일이 생길 줄이야…”

 

2일 오전 50대 남편이 숨지고 아내가 크게 다치는 등 10여명의 사상자가 난 경기 군포시 산본동의 15층 아파트 화재 현장에는 유가족이 몰려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2일 1명이 숨진 경기도 군포시 산본동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숨진 A씨의 아들인 20대 남성 B씨는 진입 통제선이 처진 아파트 입구 앞에서 불이 나기 전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미 불이 꺼져 까맣게 그을린 아파트를 올려다보며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주변에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다른 가족들이 있었다.

 

B씨에 따르면 그는 평소 부모님과 셋이 불이 난 아파트 9층에 살고 있었다. 지난 주말부터는 연휴를 맞아 10대인 조카가 놀러 와 있었다고 한다. 이날 오전 6시30분쯤 출근하기 위해 홀로 집을 나섰고, 출근 중 조카로부터 “집에 불이 났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아버지는 유명을 달리한 뒤였고 집에 접근할 수 없었다. 

 

경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15분 ‘아파트에 불이 났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불은 15층짜리 아파트 9층에서 시작됐다. 소방당국은 소방관 122명과 장비 49대를 투입해 1시간여 만인 오전 8시26분 화재를 진압했다.

2일 경기도 군포시 산본동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잔불 정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화재로 9층 집에 있던 남성 A씨가 숨지고, 아내인 50대 여성 C씨가 연기를 들이마셔 호흡 곤란을 호소하는 등 중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옆집 주민인 80대 여성 D씨 역시 연기 흡입으로 인해 중상을 입었고, 9~12층 주민 12명이 연기를 마시는 등 크고 작은 상처를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부상한 주민들은 대부분 60대 이상의 고령인 것으로 파악됐다.

 

화재 당시 집 안에는 A씨 부부와 10대 손녀 등 3명이 있었다. 아내 C씨와 손녀는 탈출했지만 거동이 불편한 A씨는 미처 집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이 난 아파트는 1993년 사용 승인이 난 건물로, 해당 층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화재를 알리는 비상벨은 화재 당시 계속 울리고 있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현장 브리핑에서 “(건설) 당시에는 (해당 층에 스프링클러는 설치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었다”며 “이 아파트는 연기가 잘 배출되는 구조라 비교적 피해가 작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0년 12월 1일 경기 군포시 산본동 25층짜리 아파트 12층에서 화재가 발생한 현장. 4명이 사망하고 7명이 부상을 입었다.소방청 제공

군포시의 아파트에서 큰불이 나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건 3년여 만이다. 2020년 12월에도 군포시의 25층 아파트 12층에서 불이 나 4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

 

당시 불은 30여분 만에 꺼졌으나 사상자가 11명이나 났다. 인테리어 공사 현장에 있던 자재들이 내뿜은 유독가스 때문으로 알려졌다.

 

불은 아파트 인테리어 공사 중이던 12층에서 일어나 인테리어 업체 직원 2명이 난간에 매달려 있다가 변을 당하고, 옥상으로 대피하던 주민 2명은 옥상 직전 계단참에서 질식해 숨졌다. 인근에 있던 사다리차 기사가 초등학생 등 주민 3명을 구해 ‘사다리차 의인’으로 불리기도 했다.


군포=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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