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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정부 전방위 압박에 자구안 약속 이행한 태영 外 [한강로 경제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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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1-09 07:00:00 수정 : 2024-01-08 20:4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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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그룹이 워크아웃(기업구조 개선작업)을 위한 자구안으로 내걸었던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을 8일 납부하며 채권단과 협상에 숨통이 트였다. 정부도 “자구 노력 의지가 확인될 경우 워크아웃 절차를 정상 진행해달라”고 채권단에 당부하면서 워크아웃 개시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워크아웃 과정에 공적자금을 투입하지 않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 본사. 연합뉴스

◆ 태영건설, 워크아웃 성사 가능성에 무게 실려

 

TY홀딩스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중 채권단이 미이행했다고 판단한 890억원을 추가로 태영건설에 투입했다”며 “블루원 담보제공 및 매각, 에코비트 매각, 그리고 평택싸이로 담보제공 등을 통해 태영건설에 지원하겠다는 나머지 자구계획에 대해서도 성실 이행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태영그룹 측은 태영인더스트리를 매각한 자금 중 윤석민 회장과 TY홀딩스 측 자금 1549억원을 태영건설에 납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중 890억원을 TY홀딩스의 태영건설 연대채무 해소에 썼다. 이를 놓고 채권단은 ‘약속을 어겼다’고 반발해 왔다. 

 

정부는 “일부 진전이 있다”면서도 추가 자구안 마련을 압박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 등과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 후 기재부는 “태영이 충분하고 구체적인 추가 자구안 제시 등을 통해 채권단 신뢰를 얻을 필요가 있다는 점에 견해를 같이했다”며 “태영 측의 실효성 있는 자구노력 의지가 확인되는 경우 채권단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절차를 정상적으로 진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 부총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현안보고에서 “(태영건설이) 자구노력을 일정 부분 하겠다고 제시했지만 아직은 좀 미진한 부분이 있다”며 “태영 관련 부분은 저희가 엄중하게 생각하고 있고 태영 측에서도 이런 부분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태영건설에 공적자금을 투입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의에는 “없다”고 답했고, ‘태영건설 워크아웃 무산에 대비하고 있는가’라는 질의에는 “당연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또 “(태영건설이)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업’에 너무 의존한, 부채 의존적인 경영을 했다”고 태영 측을 비판했다.

 

이제 초점은 태영 측이 추가 자구안을 얼마나, 어느 정도의 규모로 내놓을지로 이동하고 있다. 당국과 채권단은 윤세영 명예회장을 비롯한 사주일가의 ‘고통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TY홀딩스 지분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원장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복잡한 방송법적 제약이 있는 SBS가 아니더라도 TY홀딩스 지분을 활용한 유동성 제공이 채권단이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윤 명예회장을 비롯한 태영 사주일가가 보유한 TY홀딩스 지분은 33.7%이다. 이날 시가총액(종가 기준)이 2393억원이므로, 금액으로는 800억원 수준이다. 태영건설 채권규모와 비교하면 소액이지만 당국과 채권단은 사주일가의 ‘진정성’ 여부를 파악할 시금석으로 지분 처리를 지켜보고 있다. 

 

이와 관련 TY홀딩스는 이날 공시에서 태영건설에 납입한 890억원 중 330억원은 윤 명예회장 딸 윤재연씨로부터 6개월 단기로 빌린 것이라고 했다. TY홀딩스는 담보로 SBS 주식 117만2000주, 전체 지분의 6.3%가량을 제공했다. 사주일가가 SBS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보인 것이다. ‘사재출연이 아니지 않느냐’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 

 

오는 11일 채권단협의회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데 추가 자구안 마련이 불발되거나, 수백명에 달하는 채권단 내부 이견으로 75%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할 경우 태영건설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로 전환될 확률이 높아진다. 회생절차에 돌입하게 되면 태영건설과 연관된 협력업체나 하청업체에 우선 큰 피해가 갈 것으로 전망된다. 태영건설이 전국에 진행 중인 공사는 140건으로, 이와 관련된 협력업체는 581개사이며 하도급계약 기준 1096건이다. 

 

정부는 “현재 85조원 수준으로 운영 중인 시장안정조치를 필요하면 충분한 수준으로 즉시 확대하는 등 상황별로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서 시민들이 두터운 옷차림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미혼인구 비중 늘면 男 노동공급은 줄고 女는 증가…총 노동공급은 감소”

 

미혼 인구가 늘어날수록 국내 총 노동공급은 줄어들게 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 조사국이 이날 내놓은 ‘미혼 인구 증가와 노동공급 장기추세’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만혼(늦은 결혼) 및 비혼화가 진행되면서 전 연령대에서 미혼 인구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결혼 여부가 노동공급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는 핵심 연령층(30∼54세) 내 미혼 인구 비중은 2000년 7.4%에서 2020년 24.6%로 17.2%포인트 증가했다. 평생 결혼하지 않는 인구 비중인 ‘생애 미혼율’도 2013년 약 5%에서 지난해 14%로 높아졌다. 

 

연구진 분석 결과 지난 10년간(2013∼2023년) 핵심 연령층 내 미혼 인구 비중 증가는 고용과 근로시간 측면에서 모두 총 노동공급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혼 인구 증가는 여성의 노동공급을 늘리지만, 남성의 노동공급 감소가 더 크게 나타나 전체적으로는 노동공급이 줄어들게 됐다는 것이다.

 

기혼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2013∼2023년 평균)은 각각 96%와 95%로 미혼 대비 13%포인트, 16%포인트 높았다. 반면 기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과 고용률은 각각 62%와 60%로 미혼 대비 19%포인트, 16%포인트 낮았다. 

 

보고서를 작성한 정선영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 과장은 “(혼인율 변화와) 장래인구추계에 반영된 출산율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노동공급 장기추세를 추계해 보면, 미혼 인구 비중 증가세가 지속할 경우 경제활동참가율 장기추세의 정점 시점은 당겨질 것으로 보인다”며 “정점 수준은 낮아지고, 정점 이후 감소 속도는 가팔라지게 되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런 충격을 줄이기 위해 인구 미혼화 완화(혼인·출산율 제고)·적응(미혼자 고려 노동 환경) 정책이 모두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닥사 로고. 닥사 제공

◆코인 투자자보호 조치 거래소마다 달라…유명무실해진 닥사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된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자보호 조치가 거래소마다 제각각이라는 문제가 제기됐다. 5대 가상자산 거래소가 모인 ‘디지털자산거래소공동협의체’(DAXA·닥사)가 있지만 사실상 자율규제 능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치코인, 버거코인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책토론회’ 개최와 함께 빗썸과 업비트에 상장한 크레딧코인(CTC)의 허위 발행량 공시 문제를 지적했다. 빗썸은 크레딧코인이 코인 발행량 정보를 허위 기재하는 등 공시를 위반한 정황이 있다고 보고 유의종목으로 지정했지만 업비트는 아무런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닥사는 유의종목 지정 등 거래소 간 조율 역할을 해야 하지만 사실상 아무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민 의원은 “닥사는 유의종목 지정과 상장폐지에 대해 가이드를 가지고 있지만 대형 거래소들이 이를 따르지 않더라도 방임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회에서는 가상자산 이상거래 감시 업무를 독립적으로 하는 기관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최진홍 법무법인 YK 변호사는 “향후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국제적 조사 협력 체계 구축 등을 고려한다면 자본시장법상 거래소 같이 이를 담당할 법률상 기구를 설치하는 것이 간명하다”고 말했다. 이정민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 연구위원도 “금융 당국의 경우 가상자산 시장에 집중할 인력이 부족하고 세밀한 시장 분석이 어렵다”며 “가상자산 시장을 공식적으로 분석하고 통합적인 기준을 마련할 수 있는 법정 자율규제 기구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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