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이사장 등 3인에 배상 청구
공적연금의 사회적 역할 관련
기관 아닌 개인에게 책임 물어
“책임 희석 방지… 소송 자체 의미”
2021년 ‘탈석탄 운용 정책’을 선언한 국민연금이 석탄 채굴 및 발전 산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자 화력발전소 인근 지역 주민 등 35명이 국민연금 이사장 등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나섰다. 공적연금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책임을 기관이 아닌 개인에게 묻겠다는 것이다.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은 시민들과 함께 21일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과 서원주 기금이사, 류지영 감사 3인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22일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손해배상을 낸 것은 국민연금이 2021년 선언한 탈석탄 운용 정책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국민연금은 석탄 발전 의존도가 높은 한국전력에 대한 투자를 계속해서 늘린 것으로 파악됐다.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국민연금의 한전채 보유액은 15조2000억원으로 5년 만에 3배로 늘었다.
이번 소송에는 경상남도 소재 화력발전소 인근에 사는 주민 3명이 원고로 참여했다. 이들은 국민연금이 직·간접적으로 투자해 온 석탄발전소에서 내뿜는 이산화황 등 대기오염 물질로 각종 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주장한다.
국내 기후변화 소송에서 개인에게 법적 책임을 물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원고 측 조원익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는 “공단을 상대로 소를 제기하면 그 책임이 분산될 수 있다”며 “모두의 책임은 모두의 책임이 아니기도 하지 않느냐. 책임이 희석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사 개인들을 상대로 소송을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3인이 각각 2050만원씩 배상할 것을 요구했다. 단체 측은 “2050년 탄소중립(넷제로·탄소배출량 0)을 달성하자는 의미에서 배상액을 산정했다”고 전했다.
기후변화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국내에선 관련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다만 소송이 승소나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낸 사례는 아직 없다. 국내 첫 기후변화 소송으로 꼽히는 2018년 강원 삼척 화력발전소 사업계획 승인처분취소 소송도 패소했다.
조 변호사는 “현실적으로 국내에서 기후 소송이 승소하기 어려운 건 사실”이라면서도 “그럼에도 소송을 제기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패소해서 기후·환경 문제가 사법적인 측면으로 해결이 안 된다는 게 확인되면 입법·행정적으로 다시 한 번 살펴보자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책임을 묻는 헌법소원 첫 공개변론은 오는 4월에 열린다. 2020년 3월 청소년 19명이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등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불분명해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소를 제기한 지 4년 만이다.
윤현정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는 “기후 소송이 승소한다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수립하는 기준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이 아닌,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할 수 있는’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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