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등 운영 따라 인력 확보 난항
수익 창출 불확실 등 걸림돌 꼽혀
市 응모 기준 낮췄지만 다시 원점
“사용 허가 조건 더 완화 방안 검토”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는 가운데 전국 최초로 제주에서 추진되고 있는 민관협력 의원이 개원에 차질을 빚고 있다. 민관협력 의원은 의료취약지의 응급환자 수용과 야간·휴일 진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2020년부터 추진된 의료지원 사업이다. 지방자치단체가 건물과 의료장비를 지원하고 민간 의료진이 운영하는 방식이다.
28일 제주 서귀포보건소에 따르면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에 마련된 ‘서귀포시 365 민관협력 의원’과 입주 계약을 맺은 의사 A씨가 최근 포기서를 제출했다. 포기 이유는 기존 병원의 인수인계 문제로 알려졌다.
서귀포시는 국비 등 47억4500만원을 들여 대정읍 상모리 3679번지 일대 4885㎡ 부지에 연면적 885㎡의 의원동과 81㎡ 면적의 약국동을 지었다. 준공은 지난해 1월 완료됐는데, 흉부방사선과 내시경, 복부초음파, 물리치료 등 의료장비 15종, 46대를 갖췄다. 아울러 서귀포시는 의료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제주특별자치도 공유재산 관리 조례’까지 개정해 공유재산인 건물과 부지 사용료를 대폭 감면한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해 2월15일부터 5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의료진 모집에 나섰지만 응찰자가 없어 모두 유찰됐다. 수익 창출이 불확실한 데다 휴일·야간 운영에 따른 의료진 확보에 대한 어려움, 건강검진기관 운영 부담, 의료진 주거 문제 등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서귀포시는 응모 기준을 대폭 낮췄다. 기존에는 필수 과목(내과·가정의학과·응급의학과) 전문의 1명을 포함한 의사 2∼3명으로 구성된 팀을 꾸려야 했지만, 네 번째 공고에서는 ‘전문의 자격을 가진 의사’로 완화, 대표 의사 1명으로도 민관협력 의원을 개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후 가까스로 A씨가 같은 해 8월 낙찰을 받으며, 개원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이번 포기서 제출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그동안 대정읍·안덕면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가벼운 감기 증상에도 평일 저녁이나 휴일에는 1시간 거리에 있는 제주시나 서귀포 시내로 방문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 왔다. 제주도의회 양병우 의원(대정읍)은 “서귀포시 365 민간협력 의원은 의료취약지역 주민들 입장에서는 최고의 선물”이라며 “공고 이전에 제주 지역 병원을 통한 의사 유치 등을 원점에서부터 짚어 개원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귀포시는 다섯 번째 공고를 낼 예정이다. 공고 시점은 3∼4월로 예상된다. 서귀포보건소 관계자는 “사용 허가 조건을 좀 더 완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최대한 이른 시일 내 민관협력 의원이 개원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