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10 총선 지원 유세를 이유로 그제 ‘대장동 배임 및 성남FC 뇌물 의혹’ 사건 재판에 또 불출석했다. 그는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 심리로 열린 16차 공판 대신에 강원도로 가서 민주당 후보 지원 유세를 벌였다. 그 전날 법원에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고 하지만 재판부가 허가하지 않은 상태였다. 지난 12일에도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한다는 이유로 오전 재판에 나가지 않고 오후에야 출석했다. 일반인이라면 상상조차 못할 일로, 사법부를 우롱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이 대표의 불출석으로 재판은 1시간여 만에 파행으로 끝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이 대표가 없으면 증언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 대표 측 변호인은 “다음 재판에도 불출석하느냐”는 재판장 질문에 “현실적으로 선거 때까지는 어려울 것 같다”고 답했다고 한다. 엊그제 위증교사 혐의 3차 공판에서도 이 대표 측은 4월 초 재판을 진행하자는 재판부 의견에 출석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1야당 대표에게는 재판 일정마저 마음대로 조정할 특권이라도 주어졌단 말인가.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재판 출석은 의무다. 오죽하면 재판부가 “정치적 입장을 고려해 재판을 진행할 수는 없다”면서 재판에 계속 불출석하면 구인장 발부 등 강제 소환을 검토하겠다고 했을까.
이 대표의 재판 지연은 ‘사법 리스크’ 방탄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가 ‘사법 리스크’를 돌파하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거대 의석을 앞세워 ‘방탄 국회’를 수시로 열고 변호인 교체 등 전략으로 재판을 끌어왔다. 이 대표는 어떻게든지 다음 대선 때까지 버텨 이기기만 하면 모든 위험을 한꺼번에 끝낼 수 있다고 여기는 듯하다. 그래서 ‘비명횡사’, ‘사당화’라는 당 안팎의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무리해서까지 경쟁자들의 싹을 아예 잘라낸 것 아니겠는가.
이런 식이라면 7개 사건 10개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의 재판이 언제 끝날지는 하세월이다. 정치인 한 명이 이렇게 법의 엄정성을 흐트러뜨려도 되나. 추태를 지켜보는 다수 국민의 공분이 커질 수밖에 없다.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국민을 우롱하는 행태에 사법부가 제동을 걸어야 한다. 이 대표에 대한 재판부의 “강제 구인” 발언이 경고에 그쳐서는 안 되는 이유다.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고 공정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법치주의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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