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철학, 정당의 지향점은 그들의 메시지에서 나온다. 특히 선거는 말의 전쟁이다. 누가, 왜, 이 시점에, 어디서 그런 발언을 했느냐는 선거 판세를 읽는 지표다. 세계일보는 4.10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선거 현장 곳곳에서 쏟아지는 정치인들의 메시지를 정리해 <총선 말말말> 코너로 소개한다.
①한동훈 “정치를 조롱하지 않아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대위원장은 6일 “일제 샴푸, 위조된 표창장, 법인카드, 여배우 사진을 들고 투표장에 가도 되겠나”라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사전투표소 내 정치 행위를 막기 위해 대파 반입을 제한한 것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파틀막’이라고 비판하자, 한 위원장이 이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연상케 하는 물품을 예시로 들며 맞대응한 것이다.
한 위원장은 이날 부산 유세에서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측에서 '투표장에 대파를 들고 가지 못하게 한다'는 걸 갖고 계속 희화화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물가를 저희가 더 잘했어야 한다. 최선을 다했지만 부족했다"며 "저희가 더 최선을 다해 물가를 잡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민주당은 뭐했나. 이런 식으로 대파를 흔들며 희화화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 말고 한 게 있나"라며 "정치를 조롱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 해프닝을 보고 우리는 진지하게 여러분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다짐을 더 강하게 한다"고 강조했다.
②이재명 “안되면 회초리를 드는 것이 부모 심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6일 오전 첫 일정으로 서울 지역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서울 중·성동을을 찾아 박성준 후보를 지원 사격했다. 그는 “(여당이) 지금보다 표를 더 많이 받으면 그들은 '이렇게 해도 괜찮다는 뜻이구나'하고 이 나라를 나락에 빠트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치를 외면하면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에게 지배받는다'는 플라톤의 말처럼 우리가 관심 갖지 않고 외면하면 그 외면하는 몫만큼이 바로 악의적인 소수 기득권자의 몫이 된다”며 “투표를 포기하면 주권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부승찬 경기 용인병 지원 유세에서는 "윤석열 정권이 성공하기 위해서라도 이번만큼은 확실하게 책임을 물어야 정신을 차리고 제대로 갈 길을 갈 것"이라며 "사랑하는 자식일지라도 잘못된 길을 가면, 야단치고 그래도 안 되면 회초리를 드는 것이 바로 부모의 심정이 아니냐"고 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권이나 윤석열 대통령이 불행한 결과를 맞이하지 않고 국민도 이 나라도 불행한 사태를 맞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번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민주당이 부족한 것이 많지만 충직한 국민의 일꾼, 유능한 국민의 도구가 되겠다”고 지지를 당부했다.
③조국 “누가 히틀러에 가깝나?”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6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전날 자신을 겨냥해 히틀러를 언급한 데 대해 “한 위원장이 저보고 히틀러라고 하는데, 거울을 보고 얘기하는 것 같다”고 맞받았다.
조 대표는 이날 서울 청량리역에서 지지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 위원장이) 저보고 온갖 얘기를 하는데, 개의치 않고 제 길을 가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위원장은 전날 서울 동작구 총선 유세에서 “허경영도 아니고 개인 이름으로 당을 만드는데 농담 같은 것 아니었나”라며 “히틀러가 처음 등장할 때도 농담 같았다고 다들 웃었다”고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조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정치 이념으로 가장 극우적인 정치 집단이 어딘가”라며 “우리나라 정치 지도자 중 가장 기괴한 행동을 보이는 사람이 누군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누가 히틀러에 가깝나”라는 자신의 질문에 지지자들이 '윤석열'이라고 대답하자 “제 말보다 시민 여러분의 답변을 한 위원장께 돌려드려야 한다”고 밝혔다.
④홍준표 “막바지에 우리 지지층이 뭉쳐 그나마 기대”
홍준표 대구시장이 국민의힘이 이번 총선에서 전면에 내세웠던 선거 전략인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홍 시장은 6일 대구 중구 삼덕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배우자 이순삼 여사와 함께 투표에 참여했다. 홍 시장은 투표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586(5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운동권 심판론을 주장하다가 최근에 와서는 ‘이·조 심판론’을 주장하는데 이재명, 조국 그 두 사람이 범죄자인지 국민이 모르나”라고 여당 지도부의 총선 전략을 꼬집었다.
그는 “이재명과 조국이 범죄자인 건 국민 5000만이 다 안다. 범죄자인데 왜 (국민이) 열광적으로 지지하고 있을까, 그걸 봤으면 우리(여당)가 국민한테 호소하는 전략이 좀 잘못되지 않았나”라며 “‘나라를 정상화할 수 있도록 국민이 도와달라’는 식으로 처음부터 국민에게 애절하게 접근했어야 좋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홍 시장은 그러면서도 “막바지에 우리 지지층이 뭉치고 있으니 그나마 기대를 한 번 걸어본다”며 지지층을 향해 “꼭 투표에 참여하셔서 나라가 정상화되고 잘 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병관·최우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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