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 투기’ 이영선 전 후보 공천 취소에 따른 ‘어부지리 당선’ 시선과 맞닿은 것으로 보여
더불어민주당 탈당파로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세종갑 당선이라는 기적 신화를 일군 김종민 당선인에게 때아닌 민주당 지지자들의 ‘다시는 배신하지 말라’는 식의 메시지가 쏟아지고 있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총선을 앞둔 선거운동 기간부터 심지어 김 당선인의 당선 후에도 의원실 전화번호 등에 ‘민주당으로 돌아오라’는 뉘앙스의 메시지가 쇄도한다. 민주당을 박차고 나가 미운털이 박힌 상황에서 ‘갭 투기 의혹’에 따른 이영선 전 후보 공천 취소로 류제화 국민의힘 후보와의 맞대결에서 승리한 김 당선인에게 ‘민주당원 덕분에 이겼으니 복당하라’는 취지 메시지가 온다는 정치권 전언이다.
메시지 발신 주체가 민주당원인지는 확실하지는 않다. 다만, 온라인 커뮤니티나 ‘엑스(X·옛 트위터)’ 그리고 김 당선인 관련 기사에는 ‘좋아서 찍은 게 아니지만 당선을 시켜줬으니 민주당원들에게 감사해야 한다’, ‘회개하라’, ‘민주당이 당신을 구했다’는 투의 댓글들이 달린다. 일부는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를 비하하는 별명을 언급하면서, 앞으로는 민주당에 무조건 협조하라고 촉구까지 해 사실상 비슷한 요구의 주체가 민주당원임을 추측하게 한다.
김 당선인더러 민주당에 고마워하라며 다시 돌아오라는 메시지는 이 전 후보의 공천 취소로 그가 ‘어부지리’로 배지를 달았다는 일부 야권 지지층의 시선과도 맞닿아 있다. 민주당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그 자리를 대신해 국민의힘 후보를 누르고 여의도에 머물게 됐으니, 김 당선인이 복당 등으로 민주당에 일종의 ‘빚’을 갚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일부 누리꾼들은 ‘민주당 후보가 있었다면 김종민은 힘도 못 쓰고 사라졌을 것’이라는 주장을 편다.
김 당선인은 당선 직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많은 분들이 소중한 뜻으로 김종민을 선택해주셨다”며, “후보가 중도에 사라져 망연자실했을 민주당 당원분들과 민주당을 지지하는 시민분들이 저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주셨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계속해서 “대의를 위해 작은 차이를 뛰어넘는 수준 높은 연대·연합 정치의 모범을 보여주셨다”며 “정권 심판 대의를 위해 서운함과 혼란을 털고 민주시민의 역량을 보여주신 민주당 당원, 지지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해 민주당과의 끈을 놓지 않았다는 점을 시사했다.
김 당선인은 세종갑 유권자 총 17만1472명 중 12만1921명이 표를 던져 이 중 무효(6700표)를 제외한 총 11만5221표 중 6만5599표로 득표율 56.93%를 얻으면서, 총 4만9622표(득표율 43.06%)를 받은 류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총선을 앞두고 충남 논산·계룡·금산에서 세종갑으로 지역구를 옮긴 그는 ▲세종시 상가활성화 ▲세종미래산업클러스터 조성 ▲KTX 세종공주역 설치 ▲대통령집무실 세종 이전 ▲국회 세종의사당 이전 완수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보장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김 당선인을 겨냥한 민주당에 돌아오라는 메시지 속에서도 같은 야권 지지자 사이에서는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라며 그의 과거 행보를 끄집어내는 반응이 적지 않다. 김 당선인은 민주당에 있을 때부터 대표적인 ‘비이재명계’로 분류돼 ‘개딸(개혁의딸)’로 불리는 강성 지지층의 거센 비난을 받았었고, 지난달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는 또 다른 민주당 탈당파인 홍영표·설훈 의원 등과 함께 “지금의 민주당은 ‘이재명 사당’, ‘이재명당’”이라며 거듭해서 날을 세우기도 했다. 김 당선인의 민주당 복당을 반대하는 이들의 주장은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지난 1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김 당선인은 ‘새로운미래와 민주당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계획인가’라는 질문에 “정권심판, 정권교체를 위해 힘을 합치겠다고 말씀드렸다”면서도 “합당 문제에 대해서는 민주당 의견도 있고, 새로운미래 당원들의 의견과 마음이 모아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함께 논의해서 결정해야 할 문제니까 함께 논의해보고 판단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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