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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일까 기생일까… 인간 존재 향한 ‘물음표’

입력 : 2024-04-15 20:23:28 수정 : 2024-04-15 20:2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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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화제작 ‘기생수:더 그레이’

日 만화 원작… 글로벌 비영어 부문 1위
인간 뇌 장악, 신체 조종하는 기생물 그려
연상호 감독 메가폰… 캐릭터·줄거리 ‘새판’
“공생 관한 이야기”… 원작 확장 또다른 재미

‘지구에 사는 누군가는 문득 생각했다. 인간이 100분의 1로 준다면 쏟아내는 독도 100분의 1이 될까. 인간의 수가 절반으로 준다면 얼마나 많은 숲이 살아남을까. 지구에 사는 누군가는 문득 생각했다. 모든 생물의 미래를 지켜야 한다.’(‘기생수: 더 그레이’ 오프닝에서)

오컬트를 비롯한 ‘B급 장르물’의 대가 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에 대한 인기가 심상치 않다. 국내 인기는 물론이고 해외에서까지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최근 ‘기생수: 더 그레이’는 글로벌 톱10 시리즈 비영어 부문 1위까지 차지했다.

기생생물이 인간의 뇌를 장악해 신체를 조종하면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넷플릭스 ‘기생수: 더 그레이’를 연출한 연상호 감독은 “원작과 마찬가지로 한국에도 기생생물이 발생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설정에서 시작한 작품”이라며 “인간의 존재 의미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제공

‘기생수: 더 그레이’는 기생생물이 인간의 뇌를 장악해 신체를 조종한다는 기발한 상상력과 철학적인 메시지로 30개 이상의 지역과 국가에서 누적 판매 2500만부 이상을 기록한 이와아키 히토시의 만화 ‘기생수’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그렇다고 단순히 원작을 그대로 리메이크한 것은 아니다. 지난 9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연 감독은 “기생생물이 원작에서처럼 일본과 마찬가지로 ‘한국에도 발생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설정에서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시리즈는 기생생물만 원작과 같을 뿐 등장인물은 물론이고 이야기 전개 등이 전혀 다르다. 대신 시리즈만의 매력이 담겼다. 시리즈에는 주인공 정수인(전소니)이 죽을 위기에 처하고 기생생물이 그를 살리면서 공존하게 된다. 마치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처럼 정수인이 잠들거나 기절하면 기생생물인 하이디가 활동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정수인은 하이디의 존재를 오랫동안 알지 못한다. 더욱이 같은 몸을 사용하기 때문에 두 존재를 서로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이에 등장한 것이 편지. 연 감독은 “정수인과 하이디가 필담(글로 써서 묻고 답함)을 나눈다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며 “(원작처럼) 티키타카 할 수 있지만, 필담이라고 하는 것이 주는 소통의 결이 다르다. 필담이 주는 무게는 (바로바로 이야기하는 것과)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둘의 관계를 중요하게 느낄 수 있게 한다”고 필담을 사용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러한 부분은 원작자 이와아키 히토시도 좋아했던 부분. 그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한 인터뷰에 따르면 “주인공이 굉장히 긴 시간 자신에게 뭔가가 기생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그 ‘뭔가’로부터 받은 편지로 상황을 인지하는 설정이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며 “정수인이 하이디와의 공존과 소통의 방식에 대해 신선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기생수: 더 그레이’는 그것 나름의 설정이 있고 등장인물이 나오며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연 감독은 “원작에 대한 헌정”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생물은 공존하고 공생한다는 주제를 담고 싶었어요. 조직 안에서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인간은 기생하는가 의존하는가 공존하는가. 그런 인간을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조직, 예컨대 팀 그레이, 조폭, 마트 등. 심지어 기생생물들이 있는 교회까지 나옵니다.”

시리즈 말미에도 원작에 대한 헌정이 들어가 있다. 기생생물 전담부서 그레이팀의 최준경(이정현) 팀장에게 일본 르포 기자가 찾아오는데, 기생생물에 대한 최고 전문가로 제보할 게 있다고 한다. 그 인물은 바로 원작의 주인공 이즈미 신이치(스다 마사키). 연 감독은 “처음부터 (이야기의) 확장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며 “신이치는 헌정 느낌으로 나오는 것으로, 전체 내용의 8년 후라는 설정”이라고 밝혔다.

이야기 배경과 등장인물이 확장된 시즌2가 제작되냐는 질문에 연 감독은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면서도 “당시 스다 마사키와 이야기할 때 뒤 내용에 대한 구상이 있었다. 스다 마사키에게는 전체 구상 중 어떤 시점에 최준경을 만나러 온 것이라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즌2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다 구성을 해놨다”며 “이즈미 신이치가 나온다는 건 말할 수 있다.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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