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의료기관 역할 모색·정부 지원 촉구
상급종합병원(3차 의료기관) 전공의·교수들의 집단사직 등으로 지역·필수의료 공백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전국 주요 의료취약지 병원급(2차 의료기관) 병원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정부의 인력·시설 지원 등을 촉구할 예정이다.
17일 비수도권 병원급 의료기관장 협의체인 ‘농어촌 의료취약지 병원장협의회’(협의회장 김인기 영남제일병원장)에 따르면 협의회는 18일 전북 KTX익산역에서 ‘취약지 병원의 현실에 대한 토론회’를 연다. 협의회는 지난해 1월 전남 완도군에서 농어촌 주민 의료서비스 향상을 위해 의료취약지 소재 종합병원 40여곳이 모여 발족했다.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응급의료 취약지는 전남 완도군과 경북 의성군 등 전국적으로 98개 시·군에 이른다.
협의회 소속 병원장들은 이번 토론회에서 서울 ‘빅5’(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 병원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로 촉발된 지역·필수의료 공백 사태가 비수도권 의료기관에 미치는 영향을 진단하고 거주지와 상관없는 중증·응급질환자의 적절한 치료 등을 위한 2차 의료기관의 역할 등을 모색할 예정이다. 아울러 정부를 향해 만성화한 지역 의료기관의 인력난 완화 및 수가·시설 지원 확대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이양 협의회 부회장(완도대성병원장)은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시골에 의료인력이 오지 않는 등 의료취약지 병원들은 정부 지원 없이는 경영난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며 “고향에 개원한 일부 병원장은 지역 주민을 살리겠다는 소명의식으로 사재를 털어 가며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의료취약지 종합병원급 의료진은 ‘필수의료의 선봉장이자 최후의 보루’라는 사명감 하나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협의회에 따르면 의료취약지에서 개인 또는 법인이 운영하는 병원 대부분은 100병상 안팎으로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와 정형외과, 신경외과, 응급실 등 필수의료 분야 전부 또는 일부를 운영한다. 이들 병원은 응급 및 거점 의료기관으로서 정부 지원을 받고는 있지만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의료 시설과 장비, 인력 등에 대한 투자 여력이 없어 환자가 줄고, 그 결과 수익이 악화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정부가 올 2월 내놓은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에도 의료취약지에 소재한 종합병원에 대한 지원 방안은 빠졌다는 게 협의회 설명이다.
실제 자기공명영상(MRI) 설비나 응급실 설치 기준과 운영 규정이 상급종합병원에 맞춰져 있어 지역 병원에서 정밀진단 후 치료해도 될 환자들조차 상급종합병원으로 향하고 있다. 또 응급실 당직 의사나 간호사의 경우 대도시보다 급여를 더 많이 지급하고 있지만 자녀 교육 등 정주 여건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는 의료진이 많다는 전언이다. 전 부회장은 “농어촌 의료취약지 병원을 공공의료 수행기관으로 규정하고 군 단위 필수의료 진료과를 1개 이상 지정하는 준공영제를 도입하면 필수의료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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