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 191차례 찔러서 살해 후 스스로 신고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에게 200번 넘게 흉기를 휘둘러 잔혹하게 살해한 20대가 항소심에서 원심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 민지현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류모(28)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3년을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이 처한 어려움을 잘 표현하지 않을 뿐 아니라 어려운 상황에 대해 과도하게 신경을 쓰고 불안해하는 성격적인 특성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이 범행 직전에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곤경에 처했다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고 결국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범행이 매우 끔찍하고 잔인하며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상황과 동기를 모두 고려하더라도 결혼을 약속한 피해자를 무참히 살해한 건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며 “피고인은 자신의 행위와 그 결과에 고통스러워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피해자 유족의 아픔에 비할 바 아니며, 유족에게 진지하게 사과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중증 장애가 있는 부모 아래서 어렵게 자랐다. 피고인과 피해자 모두 쉽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성실하게 각자의 삶을 꾸려오던 우리 사회의 청년들이었다”며 “애통한 마음으로 고심을 거듭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양형 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사의 구형에 가까운 형을 선고하기로 했다”며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다만 검찰에서 청구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은 원심과 마찬가지로 기각했다.
류씨는 지난해 7월 24일 낮 12시 47분쯤 강원 영월군 영월읍 덕포리 한 아파트에서 정혜주(사망 당시 24세)씨를 흉기로 191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6분 뒤 “여자친구를 죽였다. 난도질했다”며 스스로 경찰에 신고했다. 범행 뒤 자해를 시도했던 류 씨는 이후 수술과 중환자실 치료를 받은 뒤 수사를 거쳐 구속돼 법정에 섰다.
류씨는 옆집과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겪어 스트레스를 받았고 결혼을 앞두고 경제적으로 곤궁한 상황에 처해 스트레스가 쌓이던 중 ‘여자친구를 살해하면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순간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 도중 “피해자에게 정신지체냐라는 말을 듣고 격분해 범행했다”고 진술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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