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에서 거대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에서 ‘선(先)구제 후(後)회수’ 방안을 담은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 개정안 처리를 내세우면서 재원 소요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정부는 수조원대의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갈 것이라고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시민사회단체는 5000억원대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이장원 국토교통부 전세사기피해지원단 피해지원총괄과장은 24일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전세사기피해지원의 성과 및 과제에 대한 토론회’에서 전세사기 피해자의 보증금 규모를 5조원, 이들의 반환채권을 사들이는 데 3∼4조원이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부에 따르면 전세사기 피해자의 보증금 평균액수는 1억4000만원선이다. 현재 전세사기 피해자 신청이 매주 400∼500건씩 들어오는 상황이라 특별법 일몰 기한인 내년 5월말까지 피해자 규모가 3만6000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게 국토부 추산이다.
이 과장은 “재정 규모는 전세사기 피해 인정자 1만5000여명의 데이터를 토대로 가정에 가정을 거쳐 추산한 것“이라고 전제를 달면서도 “선구제 후회수에는 대규모 국가 재정이 소요되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선구제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된 이후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기 범죄자가 검거 뒤 재판 과정 등에서 피해액을 변제하는 사례가 극히 일부인 데다, 최근 전세 피해 주택이 경·공매에 무더기로 나오면서 낙찰가도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에게 선구제 후회수 방식의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을 운영하고 있지만, 최근 회수율은 10%대에 그치고 있다. HUG에 따르면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대위변제의 연간 회수율은 2021년 42%에서 2022년 24%로 하락했고, 지난해(7월 기준)에는 15%까지 떨어졌다.
시민단체는 정부가 선구제 후회수 방안을 반대하기 위해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액수를 부풀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 대책위원회는 전날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기자설명회에서 선구제 후회수에 4000∼5000억원대 예산이 소요된다고 추계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지난해 8∼9월 실시한 자체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피해자 수를 2만5000명으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보증금 일부조차 회수할 수 없는 후순위 임차인이면서 최우선 변제 대상이 아닌 이들을 50%로 가정하면 4875억원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피해자 수를 2만5000명이 아닌 3만명으로 늘려 잡아도 최대 5850억원이면 충분하다는 게 단체의 설명이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인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사기는 정부가 전세보증금으로 수백채씩 집을 살 수 있는 민간임대주택 등록 사업자를 양산해 발생한 사회적 재난”이라며 “주택도시기금과 복권기금 등에서 정부가 충분히 재원을 자체 조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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