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영수회담 실무협상 공전에… 이재명 “민생 시급, 다 접고 만날 것” [심층기획-영수회담 29일 개최]

입력 : 2024-04-26 19:00:00 수정 : 2024-04-27 10:13:5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尹·李 ‘의제없는 만남’ 전격성사 배경

용산 “만남 먼저” 상견례 성격 부여
민주당, 25만원 지원금 등 성과 집중
사전조율 난항… 무산 땐 책임론 부담
李 “일단 만나서 대화로 해결책 모색”
의제 접고 급선회… 회담 주도권 노려

양측 3명씩 배석… 독대는 계획 없어
역대 최다 영수회담은 ‘DJ정부 8회’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29일 첫 영수회담은 “의제 제한 없이 만나자”는 대통령실의 뜻을 이 대표 측이 수용하면서 전격 성사됐다.

대통령실은 이번 회담에 ‘상견례’ 성격을 부여하는 반면, 민주당은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며 윤석열정부의 국정기조 전환부터 전 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윤 대통령 부부를 겨냥한 특검 수용 요구 등 구체적 성과를 요구하고 있다.

협치 ‘시동’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9일 오후 2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영수회담을 하기로 합의했다. 왼쪽 사진은 윤 대통령이 지난 23일 대통령실 청사 앞에서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을 영접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26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이제원 선임기자

대통령실 홍철호 정무수석은 2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실무 회동에서) 각 의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하면 (의제 설정에) 제한이 많아진다”며 “그래서 의제에 제한을 두지 않고 (영수회담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에서 사실상 이 대표의 선거 공약이 된 ‘25만원 지원금’이 현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뿐 아니라 최근 고물가 상황에 맞지 않다고 보고 있다. 불가피하게 정치적 타협을 하게 되더라도 대상과 규모 조절이 불가피하다는 기류다.

또한 현 정부의 정책 방향과 기조는 지난 대선에서 국민이 선택한 것으로, 집권 이후 태도·소통의 문제가 커 이번 총선에서 국민 심판을 받은 것이라는 인식도 있다. ‘해병대 채 상병 관련 특검’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관련 특검’은 윤 대통령 부부를 직접 겨냥하고 있어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 때문에 영수회담을 위한 2차 실무회동에서 해당 이슈에 대한 입장을 묻는 민주당 요구에 대통령실이 제대로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일단 만남을 먼저 하자는 취지다.

홍철호 정무수석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 회담 3차 실무회동 결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대통령실에선 이번 영수회담을 시작하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또 총리 인선에 대해 이 대표의 의견을 구하며 협치 의미를 살릴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총리 인선 협조 요청을 할 것인지’에 대해 “가장 중요한 건 민생 현안”이라면서도 “이 대표와의 만남 속에서 국민적 관심 사안들에 대한 어떤 모멘텀을 찾으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선 ‘상견례’보다는 국민의 요구사항을 전달하며 구체적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전날까지만 해도 정책 이슈부터 전반적인 국정 기조 전환, 특검 수용, 윤 대통령의 사과, 대통령 거부권 행사 자제 등 의제를 확대하며 공세적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협상이 막히고 회담이 불투명해지자 일단 윤 대통령을 직접 만나 민생 문제의 심각성을 전달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보고 이 대표가 전격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그간 언급된 의제를 다 가져가서 논의할 것이냐’는 질문에 “물론이다”며 “총선 민심에 반영된 의제에 대해 가감 없이 전달하고 방안을 찾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경제 문제나 정치 현안 등 중요한 사안에 대해 대통령실의 입장을 밝혀야 영수회담이 가능하다. 우리가 그렇게 선결 조건을 내걸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민생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회담을 준비하는 데만 시간을 보낼 수 없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었다”고 전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랜만에 하는 영수회담이라 의제를 미리 정리하고 사전조율해야 하는데 녹록지 않은 것 같다”며 “그래서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했고, 대통령실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곧바로 열린 3차 실무 회동은 오전 11시에 시작해 10분 만에 일사천리로 끝났다. 이에 국민의힘도 “협치와 소통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양측이 만남을 서두르면서 첫 영수회담은 용산 대통령실에서의 ‘4+4 차담’ 형식이 됐다. 대통령실 홍 수석은 “(원래는) 차담이 아닌 오찬이었는데 일정 조율을 하다 보니 날짜를 마냥 늦출 수 없어서 차담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대표 비서실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 천 실장도 “차담이 여러 가지로 자유롭게 대화 나누는 데는 유리하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천 실장은 ‘회담 정례화’와 관련해 “제가 단정 지을 부분이 아니다”며 “두 분의 논의 과정에서 필요성을 확인한다면 자연스럽게 그런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영수회담을 가장 많이 한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 재임 기간 제1야당 대표를 8번 만났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3번, 노태우·김영삼·노무현 전 대통령 2번, 문재인 전 대통령 1번, 박근혜 전 대통령 0번이었다. 대통령실은 이번 회담을 시작으로 만남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양측은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일대일 회담을 할지에 대해선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29일 회담 과정에서 두 사람이 단독으로 만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현미·배민영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천우희 '미소 천사'
  • 트와이스 지효 '상큼 하트'
  • 한가인 '사랑스러운 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