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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前 총장 아들 ‘세자’로 부르고 ‘면접 만점’에 합격까지 [선관위 채용 비리 복마전]

입력 : 2024-04-30 19:04:32 수정 : 2024-04-30 22:5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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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급·지역 가리지 않고 자녀 채용 청탁
채용 과정 평정표 조작… 증거 인멸까지
공고 없이 사무차장 딸만 특혜 채용도

간부, 장기 무단 결근해 해외여행 하고
허위 병가 등 복무기강 해이도 수두룩

감사원 “선관위 내부감사 단순점검만
위반사항 사후 조치도 하지 않아 부실”

#1. 2021년 서울선거관리위원회 경력경쟁채용(경채) 과정에서 연필로 작성된 평정표 조작이 이뤄졌고, 그 결과 서울선관위 전 상임위원의 자녀는 채용에 합격했다.

 

#2. 2021년 경북선거관리위원회 인사담당자는 과거 본인의 상급자 자녀가 경채 응시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서류전형 위원에게 ‘아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고, 해당 자녀는 최종 임용됐다.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건물 앞 조형물 모습. 뉴시스

감사원이 30일 발표한 선관위 자녀채용 비리 감사 결과에 따르면, 선관위에는 직급과 지역을 가리지 않고 직원들의 자녀채용 청탁과 그에 따른 채용 점수 조작, 증거 인멸이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자녀 채용 청탁이 드러난 선관위 직원과 인사담당자 등 27명을 검찰에 수사 요청하고, 22명에 대해 수사 참고자료를 송부했다.

 

감사원이 확인한 선관위 채용 비리는 주로 지방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지역 선관위 경채과정에서 일어났다. 김세환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의 아들은 2020년 강화군청에서 인천선관위로 이직했는데, 채용 전 과정에 특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선관위는 2019년 인천선관위 선발 인원을 추가 배정했고, 인천선관위는 서류전형에서 김 전 총장 아들에게 유리한 우대요건을 적용했다. 또 3명의 면접위원 모두를 김 전 총장과 친분이 있는 내부위원으로 구성했다. 이 가운데 2명이 김 전 총장 아들에게 만점을 준 것으로 파악됐다.

중앙선관위는 채용 이후에도 김 전 총장 아들이 대검찰청 주관 교육에 선발되도록 소속과 경력을 직접 수정하고, 인천선관위는 김 전 총장 아들이 관사 제공 대상자가 아니고 예산도 없는데도 한도를 초과해 월세 지원액을 지급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선관위 직원들이 내부 메신저에서 김 전 총장 아들을 ‘세자’로 칭하며 대화하거나 김 전 총장의 ‘과도한 자식 사랑’ 등을 언급했던 사실도 공개했다. 김 전 총장은 2021년 말 인천선관위가 방호직을 행정직으로 전환하려는 계획을 세우자 지인을 채용하라고 지시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김 전 총장의 후임이었던 박찬진 전 총장 딸 채용 과정에서는 평정표조차 작성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박 전 총장 딸이 응시한 2022년 전남선관위 경채 면접시험에서 내부 위원인 4급 과장 등 2명은 외부 위원들에게 순위만 정해주고 점수는 비워둔 채 서명해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이후 인사담당자는 박 전 총장 딸을 포함해 사전에 합격자로 결정된 6명의 점수를 높게 기재해 이들을 합격시켰다.

2023년 6월 9일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고위직 간부 자녀 특혜 채용 의혹 관련 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당시 내부위원이었던 전남선관위 과장은 지난해 선관위 자체 특별감사 결과로 수사 의뢰되자 하급자인 인사담당자에게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이 정리된 면접시험 관련 파일에 대한 변조를 종용했다. 다만 감사원은 박 전 총장의 직접적인 청탁 정황이 확인되지 않아 그를 수사 의뢰하지 않고, 수사 자료만 송부했다고 밝혔다.

 

충북선관위는 2018년 3월 송봉섭 당시 사무차장의 청탁을 받아 채용공고를 하지 않고 송 전 차장 딸만을 대상으로 내부위원만 참여한 면접시험을 치러 그를 특혜채용했다. 송 전 차장은 지난해 자녀채용 경위에 대한 국회 질의를 받자 허위 답변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옥천군선관위 담당자가 2019년 11월 옥천군에서 근무하던 청주시상당구선관위 국장의 자녀가 경채에 응시하자 옥천군수에게 해당 자녀의 전출에 동의하도록 수차례 압박한 사실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채용 청탁이 드러난 선관위 직원과 인사담당자들에 대한 검찰 수사 요청 외에도 선관위 차원의 징계 요구를 검토하고 있다. 특혜로 채용된 자녀들은 고발과 징계 요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해당 자녀들은 여전히 선관위에 근무 중인 것으로 파악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 과정에서 선관위의 복무 기강 해이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도덕 불감증’ 선관위 경기 과천에 위치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감사원은 3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녀채용 비리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감사원은 “선관위 간부가 장기간 무단결근해 해외여행하고, 직원이 근무시간 중 로스쿨을 다녀도 ‘선관위는 근태가 철저히 이루어지지 않는 분위기’라며 당연시한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한 시 선관위 사무국장은 ‘셀프 결재’를 통해 8년간 100여일 무단결근하고 허위 병가를 80일 사용해 70여 차례, 170일 이상 무단으로 해외여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외에도 선관위는 4·5급 직위에 3급을 배치하는 등 고위직인 3급을 과다 운용하거나 재외선거관 파견을 명목으로 3급을 증원하고 실제로는 국내 승진자리로 활용하기도 있다.

 

감사원은 아울러 선관위 내 내부통제가 허술한 점도 문제 삼았다.

 

선관위는 법령에서 정한 ‘정원감사’는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았고, ‘인사감사’도 중앙선관위 인사부서가 실시하며 사후조치가 없었다. 감사원 관계자는 “인사감사 수준은 단순규정위반 사항을 체크리스트로 점검하는 수준”이라며 “위반사항에 관해 사후조치도 하지 않아 부실이라고 진단했다”고 밝혔다.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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