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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주문 사라진 어버이날… 불경기에 화훼시장도 ‘시들’

입력 : 2024-05-06 07:00:00 수정 : 2024-05-05 18: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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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달’ 대목 사라진 상인들 울상
“손님들 꽃바구니 대신 다발만 찾아”
“용돈만 준비” 실용주의 세태도 한몫

카네이션 경매 거래량 2년새 반토막
중국산 공세에 도매가도 3년새 8% ↓
지자체들 소비 활성화 캠페인 나서

“지금이 원래 카네이션 예약이 연중 가장 많을 때인데, 가정의 달 ‘황금연휴’가 시작됐는데도 올해는 유독 더 조용해요.”

지난 2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한 화훼 농가에서 관계자가 어버이날 등을 앞두고 카네이션 출하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버이날을 사흘 앞둔 5일 서울 동대문구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A씨는 카네이션 바구니를 만들며 한숨을 푹 쉬었다.

A씨는 “예전에는 10만원이 넘는 꽃바구니 위주로 나갔다면 요즘은 꽃다발이나 1만원대 작은 바구니를 사 가는 손님이 많다”며 “꽃을 아예 생략하거나 형식만 갖추기 위해 저렴한 상품을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매년 5월 사랑과 존경의 마음을 담아 부모님과 선생님에게 선물하던 카네이션 판매량이 해마다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네이션 특수’가 사라지면서 가정의 달 5월 성수기에 분주해야 할 화훼농가와 꽃집들이 오히려 울상을 짓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공판장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4일까지 카네이션 경매량(절화·折花=뿌리를 잘라낸 꽃 기준)은 3만5528단(1단 20송이)을 기록했다. 평일인 어버이날에 앞서 근로자의 날(1일)과 어린이날 대체휴일(6일)을 더한 5월 황금연휴 기간이 시작되면서 애초 판매량이 예년 수준을 이어 갈 것으로 기대됐으나 오히려 경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5만6366단)보다 37%가량 감소한 것이다. 2022년 같은 기간 거래량 7만5937단과 비교하면 53.2%로 뚝 떨어진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때문에 스승의날 특수도 사실상 실종된 점을 생각하면 15일 이후에도 카네이션 판매량은 크게 늘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올해는 장기간에 걸쳐 진행 중인 내수 경기 침체가 꽃 시장에도 찬바람을 날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반적으로 소비가 부진한 상태에 빠지면서 카네이션 소비가 크게 줄었다는 풀이다.

이날 서울 서초구 화훼 도매상점을 운영하는 B씨는 “꽃을 찾는 고객들이 해마다 점차 줄긴 했지만 최근 경기가 어려워진 탓인지 손님이 체감상 예전에 비해 3분의 1은 준 거 같다”며 “꽃을 다 팔지 못하면 폐기를 해야 하니 주문량을 크게 줄였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부모님에게 현금이나 안마의자, 건강식품 등 실용적인 선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려는 세태 변화도 카네이션 외면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KB국민카드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2%가 이번 어버이날에 용돈을 선물로 준비했다고 했다. 카네이션을 준비한다는 응답자는 24%에 그쳤다.

카네이션 내수 급감과 수입 증가로 농가는 말 그대로 ‘잔인한 5월’을 맞고 있다. 우선 국내 수요는 줄었는데 물가 상승으로 인건비·기름값은 급등해 생산비용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달했다.

저렴한 중국산 카네이션이 대량으로 들어와 시장을 잠식한 것도 농가의 시름을 더 깊게 한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발간한 2022 화훼재배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 카네이션은 1760t으로, 1만7116달러어치에 달한다. 외국산 카네이션 수입 금액은 2019년 6987달러(917t), 2020년 7372달러(922t), 2021년 1만1882달러(1296t) 등 조사를 시작한 2001년부터 꾸준히 증가 추세다.

또 이 두 가지 큰 요인이 시장 카네이션 값을 깎고 있다. 지난달 1∼30일 카네이션 한 단당 도매가 평균은 6813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7023원)과 비교하면 3% 낮은 가격이다. 최근 3개년 평균(7368원)에 비해선 8% 하락했다. 올해 카네이션 수확량이 줄어든 것을 고려하면 농가가 체감한 하락 폭은 더 클 수밖에 없다.

화훼농사 3년 차라는 박성열(43) 가훼하우스 대표는 “생화는 수입이 안 되는데 절화는 가능해 많이 수입된다”며 “중국 등 외국의 경우 땅덩어리가 넓어 비행기로 씨 뿌리고 비료 주고 인건비도 훨씬 싸니까 수입 절화의 가격경쟁력을 국내 화훼농가가 따라갈 수가 없어 화훼농사를 포기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최근 들어 많이 수입되고 있는 중국산 조화도 우리나라 카네이션 농가의 수익을 줄어들게 하는 원인”이라며 “꽃은 사치품이라 경기가 안 좋으면 찾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최근 인건비, 재료비, 연료비 모두 오른 상황과 경기 불황이 맞물리면서 수요가 줄고, 조화 등 더 싼 제품을 찾는 소비 패턴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카네이션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위축된 꽃 소비 활성화에 나섰다. 기후가 따뜻해 국산 카네이션 주산지로 꼽히는 경남 김해시 칠산서부동에서는 시 공무원과 자생 단체 회원 등을 중심으로 카네이션 꽃바구니를 1만원에 판매하는 등 카네이션 소비 촉진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권이선·채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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