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과 목 등 20차례 넘게 때려 다발성 손상
살해 고의 없었다지만, 피고인 2심도 징역 10년
40대 A씨는 고향 선배로 알고 지내던 50대 B씨와 말다툼 끝에 주먹다짐을 벌였다. 한 PC방에서 B씨를 넘어뜨리고 마구 때렸다. B씨가 본인을 함부로 대하고 돈을 빌려 놓고 갚지 않아 평소 쌓인 불만이 터진 것이다. 결국 B씨는 다발성 손상으로 사망했다. 항소심 법원은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형이 무겁다는 A씨와 형이 가볍다는 검찰 주장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6일 법조계 이야기를 들어보면 수원고법 형사1부(고법판사 문주형 김민상 강영재)는 A씨의 살인 혐의 사건 항소심에서 검찰과 피고인이 각각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제기한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10년 및 보호관찰 5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6월4일 오후 10시18분 경기 이천시 한 PC방에서 고향 선배인 B씨를 넘어뜨린 뒤 얼굴과 목, 배 부위를 20차례 넘게 때려 배 부위 등의 다발성 손상으로 숨지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평소 자신을 비롯한 지인들을 함부로 대하거나 도박자금을 빌려 가 변제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B씨와 갈등 관계에 있던 중 사건 당일 술에 취한 상태에서 B씨와 말다툼하다가 격분해 범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1심은 판결문에서 “피고인의 범행으로 생명을 허망하게 빼앗긴 피해자의 고통과 억울함을 가늠하기 어렵고 유족들 역시 지속적인 고통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은 유족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피해 회복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다만 “우발적 범행으로 보이는 점, 살인의 고의를 다투는 것과 별개로 자신의 행위로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게 된 것에 대해 진심으로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는 점, 우울증, 양극성 정동장애 등 장기간 정신과 치료를 받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덧붙였다.
A씨는 “피해자를 살해할 고의가 없었으며 1심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검찰 역시 “선고형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2심은 이들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쌍방이 주장하는 양형 요소들은 이미 원심의 변론 과정에 드러났거나 원심이 충분히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여러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원심의 양형은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항소 기각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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