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 드러낸 동시에 ‘여러분 오시기를 기다린다’는 메시지도 더해
피식대학, 지난 11일 ‘메이드 인 경상도’ 시리즈에서 영양 지역 비하 논란
구독자도 대폭 줄어…사과문서 “사장님들께 직접 방문해 사과드렸다”
지역 비하 논란이 인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경북 영양 지역 콘텐츠에 오도창 영양군수가 “많이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아직 이곳을 와보지 않은 이들에게 “여러분이 오시기를 기다리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오 군수는 지난 17일 매일신문 유튜브 ‘이동재의 뉴스캐비닛’ 인터뷰에서 “영양의 진짜 모습은 별 볼 일 없는 세상에서 별천지를 누리고, 자작나무 숲에서 천연의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곳”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전국에서 100세 인구가 가장 많은 최장수 군(郡)”이라며 “바쁜 일상이지만 영양에 오면 제대로 숨 한 번 쉴 수 있는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영양만의 느낌을 묘사했다.
오 군수의 짤막한 인터뷰 영상은 “‘당신을 기다린다’는 자작나무의 꽃말처럼 여러분이 오시기를 기다리겠다”며 “많이 찾아달라”는 메시지로 끝난다.
영상을 본 이동재 매일신문 객원편집위원은 “영상을 보니 한번 가보고 싶다”며 “콘텐츠를 만들 때 타인의 정서를 조금 더 헤아릴 수 있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앞서 경북 영양지역을 비하하는 유튜브 영상 논란에 휘말린 코미디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이 사과문을 올리고 해당 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지난 11일 ‘메이드 인 경상도’ 시리즈 중 하나인 ‘경상도에서 가장 작은 도시 영양에 왔쓰유예’ 제목 영상에서 출연진은 영양 한 빵집에 들러 햄버거빵을 먹으며 “여기 롯데리아가 없다 그랬거든. 젊은 아(애)들이 햄버거 먹고 싶은데 이걸로 대신 묵는 거야”, “못 먹으니까 막 이래 해가지고 먹는 거 아니야”라고 말했다.
한 백반식당에서는 “메뉴가 특색이 없다. 이것만 매일 먹으면 아까 그 햄버거가 꿀맛일 거야”라고 비꼬았다. 마트에서 산 블루베리젤리를 가리켜 “할머니 맛. 할머니 살을 뜯는 것 같다”라고 하거나, 영양 지역 하천서는 “위에서 볼 때는 예뻤는데 밑에서 보니까 똥물”이라고 비하성 표현을 썼다.
버스터미널에서 일부 지명을 보고는 “여기 중국 아니냐”라며 반응했고, “내가 공무원인데 여기 발령받으면… 여기까지만 할게”라거나 “코미디언으로서 한계를 느꼈다”라는 등 영상 내내 영양지역을 무시하는 듯한 말을 이어갔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보는 내내 불편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예의가 없다’라거나 ‘당신들도 개그맨으로 못 떠서 유튜브로 도망쳐온 것 아니냐’, ‘우리 부모님이 이런 꼴 당한다고 생각하면 진짜 마음 찢어질 것 같다’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피식대학 구독자도 순식간에 318만명에서 310만명으로 줄어 10만명 가까운 구독자를 잃었다.
피식대학은 문제의 영상을 올린 지 일주일만인 지난 18일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 게시판에 사과문을 올리고 “신속한 사과가 중요함을 잘 알고 있었으나, 이번 일과 관련된 당사자분들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직접 드리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며 “충분한 반성이 동반되지 않은 사과문으로 진심이 부족하게 전달되는 게 걱정돼 숙고 끝에 오늘 사과문을 올렸다”고 해명했다.
이어 “‘메이드 인 경상도’ 시리즈는 어수룩함과 위화감을 코미디로 풀어내는 게 기획의도였지만, 회차가 진행됨에 따라 경상도 여러 지역의 문물을 경험하는 내용이 추가돼 자연스레 지역 홍보적 내용을 포함했고, 해당 지역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력에 대해 깊게 숙고하지 못했다”며 고개 숙였다.
그러면서 “콘텐츠에서 직접적인 언급으로 피해를 겪으신 두 분의 사장님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콘텐츠에서 직접 언급해 문제가 된 제과점과 백반식당에 피식대학의 이용주·정재형·김민수가 방문해 사과드렸다”고 알렸다.
계속해서 “영양에서 근무하시는 공직자와 한국전력공사 분들께도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저희 콘텐츠로 불쾌함을 느끼신 모든 분들께도 사과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이번의 일을 계기로 코미디언의 사회적 역할을 다시 한번 되짚어보겠다”며, “앞으로 더욱 발전하는 피식대학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사과문에는 ‘개그라는 이름으로 무례를 범하지 말라’ 등의 누리꾼들 질타가 재차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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