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김천시에 ‘김호중 소리길’을 철거하라는 요청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최근 음주 뺑소니 등 혐의로 구속된 가수 김호중(33)이 ‘트바로티’(트로트와 성악가 파바로티의 합성어)라는 별명과 함께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자 김씨가 졸업한 김천예고 일대에 2021년 조성된 길이다.
26일 김천시청 홈페이지를 보면 시민마당 자유게시판에 김호중 소리길을 철거하라는 민원이 쇄도하고 있다. 한 게시글 작성자는 ‘음주 뺑소니길 철거’란 제목의 글에서 “우리 아이들이 (김씨를 보고) 배울까 걱정”이라며 “당장 (김호중 소리길을) 철거 하는 게 맞지 않나”라고 주장했다.
다른 게시글 작성자는 “지금 전 국민이 부글부글 끓고 있고, 김호중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음주 뺑소니 범죄자’라고 하는데 김천시는 너무 김호중을 감싸는 듯하다”면서 “(김씨에 대한 재판 결과가) 실형이든 집행유예든 (김호중 소리길을) 철거하는 게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게시글에선 해당 길을 ‘뺑소니 추모길’로 명명하면서 “김호중은 한마디로 범죄자 낙인이 이미 찍힌 자”라며 “구속 상태로 조사 후 실형을 살든 안 살든 그게 관건이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글쓴이는 “더 X팔리지 않도록 김천시의 현명한 결단으로 과감히 철거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김천시는 김씨가 2020년 TV조선 트롯 경연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터트롯’에서 최종 4위에 오르며 스타가 되자 이듬해 김호중 소리길을 만들었다. 소리길에는 김씨 얼굴을 그린 벽화와 포토존 등이 설치됐다. 김천시에 따르면 김호중 소리길엔 매년 10만명 이상 방문한다고 한다.
관광 명소가 돼가던 이 길은 그러나 김씨가 지난 9일 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도로에서 술을 마신 채 차를 운전하다 반대편 도로의 택시를 들이받고 그대로 달아난 사건이 공론화한 뒤 존폐 기로에 섰다. 김씨는 매니저에게 허위 자수를 부탁해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했고, 본인은 사고 발생 17시간이 지나서야 경찰에 출석한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샀다. 김씨는 지난 24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도주치상·위험운전치상)과 도로교통법 위반(사고 후 미조치) 등 혐의로 구속돼 강남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돼 있다. 경찰은 이번 주 안에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한편, 김씨의 과거 학교폭력 의혹을 제기한 유튜버 ‘카라큘라’는 전날 자신을 향한 살인 예고 글이 온라인상에 올라왔다는 제보를 받았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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