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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깨지고 벽은 ‘쩍’… 굉음에 놀란 주민들 “집 무너지는 줄” [부안 4.8 지진]

입력 : 2024-06-12 18:30:00 수정 : 2024-06-12 21: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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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부산 등서도 “진동 느껴”
유감 신고 전국서 315건 달해
원전 등은 피해 없이 정상 가동

민간 건축물 내진설계율 16%
주택 파손 등 피해 101건 접수
“비용 지원 확대 등 대책 시급”

전북 부안군에서 발생한 규모 4.8 지진으로 시민들은 아침부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호남지역에서 발생한 가장 강한 지진으로 수도권에서도 진동을 느낀 시민이 속출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건축물 피해의 대부분은 주택 등 민간시설에 집중됐다. 이에 16% 수준에 불과한 민간건축물의 내진설계율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또다시 제기된다.

기왓장 ‘산산조각’ 12일 오전과 오후 규모 4.8, 3.1의 지진이 잇따라 발생한 전북 부안군 계화면 한 주택가 골목에 기왓장이 떨어져 깨져 있다. 부안=뉴스1

◆수도권에서도 진동 느껴

 

12일 전북도 등에 따르면 부안 지진으로 인해 벽 균열, 담장 기울어짐 등의 피해 신고 101건이 접수됐다. 진원인 부안군 행안면 역리 편의점과 마트 등에서는 진열된 음료수가 바닥으로 쏟아졌다. 보안면 상입석리에서는 한 창고의 벽이 갈라졌고, 하서면 장신리에서는 주택 유리창에 금이 갔다.

 

부안과 인근 지역 주민들은 지진 발생 직후 강한 진동을 느끼고 불안감을 호소했다. 부안군 하서면 조부순(70·여)씨는 “갑자기 집이 심하게 흔들려 무너지는 줄 알고 깜짝 놀랐다”며 “지진 알림문자를 확인한 뒤 집안 곳곳을 살펴보니 창고 벽이 기다랗게 금이 가 있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전북 주민들이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부안 토박이인데 이런 지진은 생전 처음 느껴봤다”는 반응부터 “굉음이 들리더니 건물이 마구 흔들렸다”, “축사 벽에 금이 갔다” 등의 경험담이 이어졌다. 다행히 도로와 공항, 철도, 원자력시설, 전력시설, 농업기반시설 등 전국 주요 기반 시설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진동이 워낙 강한 탓에 부안에서 100㎞ 이상 떨어진 대전과 부산,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서도 지진이 느껴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부산시민 임은진(26)씨는 “잠결에 흔들림이 느껴져서 지진이 난 줄은 알았지만, 부안에서 발생했다는 얘길 듣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경기 용인시에 거주 중인 대학원생 김한빈(26)씨도 “침대 매트리스가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소방청이 집계한 이날 지진 유감 신고는 오후 2시 기준 전국에서 315건이었다. 지역별로는 △서울 13건 △부산 2건 △대구 1건 △광주 23건 △대전 21건 △세종 9건 △경기 47건 △강원 2건 △충북 42건 △충남 43건 △전북 77건 △전남 24건 △경북 6건 △경남 5건이었다.

◆민간건물 내진율 16% 불과

 

이번 지진 시설피해 신고 101건 중 64건은 민간건축물인 주택과 관련한 신고였다. 이에 민간건축물의 경우 낮은 내진설계율이 지진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또다시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의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민간건축물의 내진율은 16.3%에 그쳤다. 정부는 연면적 200㎡ 이상이거나 2층 이상의 건축물과 단독·공동주택 등을 내진설계 의무대상으로 지정하고 있다. 그러나 권고사항에 그치는 데다 공사비 부담 등으로 내진설계율은 제자리걸음하는 실정이다.

 

손문 부산대 교수(지질환경과학)는 “민간 건물은 내진설계를 강제할 수가 없어 세제 혜택 등을 통해 유도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내진설계 공사비를 20% 지원하지만, 결국 80%를 부담해야 해 신청도 적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내진설계를 의무 적용하고 있는 공공시설물의 경우 사정이 낫다. 행안부에 따르면 공공시설물의 내진율은 지난해 말 기준 78.1%로 집계됐다. 다만 공공시설물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공공건축물의 경우 내진율이 59%에 불과하고, 3만곳이 넘는 학교시설의 내진율도 70.2%로 평균을 밑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2일 정부세종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전북 부안군 남남서쪽 4km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4.8의 지진과 관련, 현황과 대비 태세를 점검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기적인 방재대책 세워야”

 

정부는 올해 초 ‘3차 지진방재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2035년까지 공공시설물의 내진율을 100% 달성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도로, 철도, 전력 등 주요 국가핵심기반시설과 지자체 청사는 2025년까지, 학교시설은 2029년까지 내진보강을 추진한다. 민간건축물의 경우에도 내진성능평가 의무화 대상을 1종 시설물(21층 이상 또는 연면적 5만㎡ 이상 건축물 등)에서 30년 경과 2·3종 시설물(5층 이상 아파트 등)을 추가 확대하는 등 제도를 개선할 방침이다.

 

민간건축물의 내진보강을 유도하기 위해 공사비를 지원하거나 용적률·건폐율을 상향 적용하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지만, 민간의 참여를 늘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 교수는 “(민간의 경우) 내진설계에 대한 인식이 아직 미비한 실정”이라며 “국가는 장기적인 지진 방재대책을 세우고, 국가의 내진설계 기준이 되는 관련법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병훈·윤솔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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