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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싫다” vs “그러고도 남자냐”…‘징집’ 두고 분열된 우크라 사회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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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6-18 22:00:00 수정 : 2024-06-18 23:5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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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대 기피자들, ‘징집 정보 등록=죽음’ 인식
“두렵지만 해야 할 일” 자원하는 젊은이도

전쟁이 2년 이상 지속되는 우크라이나에서 젊은 남성들이 징집을 피해 숨어다니고 있다. 사랑하는 가족을 두고 위험천만한 전장에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을 이해하는 시민들도 있는 반면, 전쟁에서 부상을 당하고도 여전히 싸우는 이들은 ‘이기적인 마음’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영국 BBC는 징집을 두고 의견이 나뉜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집중 조명했다. BBC가 만난 타니아(24)라는 여성은 최근 결혼식에 하객이 절반도 오지 않은 일화를 털어놨다. 참석하지 못한 지인들은 부부에게 전화해 미안함을 전하면서 “너무 위험해서 갈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결혼식에 가다가 징집 장교에게 붙잡혀 전쟁터에 끌려갈까 두려웠다는 말이다. 

훈련중인 우크라이나군 신병. 해당 사진은 기사 특정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많은 병사가 죽거나 다치거나 지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더 많은 병력을 동원하기 위해 지난달 새로운 법을 도입했다. 25∼60세 사이 모든 남성은 징집 전화를 받을 수 있도록 전자데이터베이스에 자신의 정보를 기록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징집 장교들은 정보 기록을 피하는 사람들을 색출 중이며, 복무를 원하지 않는 남자들은 이를 피해 다니고 있는 상황이다. 대중교통, 식당, 마트, 공원까지 대부분 공공장소는 징집 기피자들이 피하는 곳이 됐다.

 

타니아는 친구, 가족들이 왜 전쟁터에서 싸우고 싶어하지 않는지 이해한다고 말했다. 지난 2년간 거의 모든 사람이 가까운 이의 죽음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타니아 역시 지난해 10월 아버지를 잃었고, 지금은 막 결혼한 남편이 징집될까 두려워하고 있다. 그는 “우리 가족에게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말했다.

 

하지만 징집을 피해 다니는 남성들을 비판하는 여론도 거세다. 전쟁터에서 큰 부상을 입은 뒤 현재 입대 센터에 복무 중인 블라드라는 남성은 징집을 피하는 남성들에 대한 경멸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나는 그들을 남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남자가 부족해지면 적들이 집에 와서 여자를 강간하고 아이들을 죽일 것”이라고 소리쳤다. 블라드는 그런 끔찍한 상황을 직접 목격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추진한 새로운 징집 정책은 군에 자원한 사람들과 징집을 피하는 사람들 사이에 균열을 가져왔다. 그뿐만 아니라 최전선에 남편 등 가족을 보낸 여성들과, 집에 남자친구 등 징집 대상자를 숨진 사람들 사이에도 불편한 분열을 일으켰다. 강제 징집은 최근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거의 모든 대화에 스며들었으며, 종종 격렬한 논쟁을 촉발한다. 

우크라이나의 군인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경례하고 있다. AP연합뉴스

BBC는 “입대하지 않기로 결심한 남성들은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다거나, 경미한 질병이 있다거나, 입대 대신 인도주의적 원조를 보내겠다고 말하지만, 이면에는 징집 정보 등록 후 몇 주 내 최전선에서 전사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깔렸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올해 들어 심각한 무기 부족으로 열세에 놓이면서 전사자가 속출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모든 남성이 입대를 피해 다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입대해 훈련을 받고 있는 기관사 출신 올렉산드르(33)는 “나는 꽤 두렵지만, 그것을 해야만 한다”면서 징집을 피해 숨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나는 내 선택을 했다. 그들도 그들의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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