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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용량 가성비 갑!… 고물가에 ‘창고형 할인점’ 다시 뜬다

입력 : 2024-06-21 06:00:00 수정 : 2024-06-20 20: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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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족 늘며 장보기 선호… 매출 상승기조

일반 대형마트보다 평균 10~15% 값 저렴
소비자들 벌크 식재료 구입 소분해 보관
식사 준비·점심 도시락 싸기로 식비 아껴

이마트 트레이더스, 1분기 매출 11.9% ↑
롯데마트 맥스도 1~5월 매출 10% 증가
과일·채소 신선식품 경쟁력 높이기 주력
#1.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주부 김모(43)씨는 격주 월요일을 ‘소분데이’로 정해놨다. 주말에 창고형 할인점에서 구매한 벌크(bulk: 개별 포장이 돼 있지 않은 대용량 상품) 식재료를 한 번 먹을 분량으로 알맞게 나누어 보관하는 날이다. 김씨는 “물가가 비싸 집밥을 자주 해먹다 보니 식재료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창고형 매장을 자주 이용하는 편”이라며 “처음엔 소분이 귀찮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잠깐만 시간을 들이면 식비를 많이 아낄 수 있는 것은 물론 꺼내 쓰기만 하면 돼서 간편하고 신선도도 더 오래 간다”고 말했다.

#2. 30대 직장인 정모씨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외식물가 탓에 매주 일요일 오후 일주일치 도시락을 미리 준비해 냉장실에 보관하고 있다. 벌써 점심 도시락을 싸고 다닌 지 5개월 차가 된 ‘밀프렙(Meal Prep)’족이다. 밀프렙은 식사(meal)와 준비(preparation)의 합성어로, 식사를 한 번에 준비해놓고 끼니마다 꺼내먹는 이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정씨는 주로 창고형 매장에서 식재료를 대량으로 사서 소분해 보관한다. 주로 유튜브에 있는 각종 밀프렙 영상을 보며 샐러드·파스타·볶음밥 같은 메뉴를 만들고 있다. 정씨는 “원래는 1인 가구라 사먹는 것이 더 이득이라고 생각했지만 물가가 높아지면서 집밥에 관심이 커졌다”며 “미리 회사에서 먹을 점심 도시락을 준비해가면서 식비를 절반가량 줄였다”고 말했다.
최근 이마트가 운영하는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 홀세일 클럽 월계점에서 소비자들이 장을 보고 있다. 이마트 제공

고물가로 외식 대신 집밥 수요가 늘면서 창고형 할인점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대용량 정책을 내건 창고형 할인점 방문을 꺼리던 소비자들이 고공행진을 하는 먹거리 물가에 ‘가성비’를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물가 시대 반사이익을 누리기 위해 창고형 할인점들은 단위당 가격을 낮추면서도 품질 경쟁력을 높이며 소비자를 끌어당기고 있다.

20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9년 6조8644억원 수준이던 한국의 창고형 할인점 시장 규모는 올해 처음으로 9조원을 넘겨 9조914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전국 22개 매장을 운영 중인 이마트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 홀세일 클럽은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간 대비 11.9% 늘었다. 해당 기간 오프라인 객수는 7.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13.5% 늘어난 306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이마트 매출은 1분기에 0.5% 성장하는 데 그쳤다. 트레이더스가 대형 마트들의 실적이 주춤하는 사이 나홀로 성장세를 구가한 것이다.

롯데마트의 창고형 할인점인 맥스도 올해 1∼5월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약 10% 증가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1분기 기준 롯데마트 국내 할인점(-1.3%)이나 롯데슈퍼(0.9%) 성장률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맥스는 현재 전국 6곳에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 진출해 있는 미국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도 1998년 영업 개시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연 매출 6조원을 돌파했다.

창고형 할인점이 같은 상품을 일반 대형마트보다 낮은 가격에 선보일 수 있는 것은 매장·상품 운영의 효율을 극대화했기 때문이다. 개별 상품이 아닌 박스 단위로 상품을 진열하고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핵심 생필품만 대량 매입해 단가를 낮춘 것이다. 대형마트의 절반 수준인 마진(이윤)에 신선식품의 경우 산지 직거래로 가격 거품을 뺐다. 창고형 할인점 상품 가격은 대형마트보다 평균 10∼15% 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특히 지난해 주요 국산 과일의 작황 부진으로 과일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대용량 구매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과일, 채소 부문이 창고형 할인점의 호실적을 이끌고 있다. 올해 1월부터 지난 18일까지 트레이더스의 과일·채소 매출은 전년 동기간 대비 각각 24%, 14% 늘어났다. 국산 과일 가격 급등 속에 부담이 낮은 바나나와 파인애플이 주력 상품이 됐다. 트레이더스에서 연중 2980원에 판매되는 1.3㎏ 바나나는 같은 기간 전년 동기 대비 67% 매출이 증가했다. 파인애플 매출은 78%가량 늘어났다. 값싼 냉동 과일·채소도 소비자들의 식재료 물가 부담을 덜어주며 매출이 각각 38%, 30% 뛰었다. 맥스도 바나나, 오렌지와 같은 수입산 과일(40%)과 수입 돼지고기(25%) 등 신선식품이 ‘가성비 소비’ 바람을 타고 높은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신선식품 수요가 높아지면서 각 창고형 할인점들은 품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트레이더스의 경우, 시즌 주력 운영 품목을 시중에 판매되는 상품과 품질 비교 검증을 통해 상품력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는 1월에 사과, 딸기, 감귤, 수입청포도, 샤인머스캣 5개 품목을, 3월에는 사과, 딸기, 참외, 수입청포도, 오렌지 5개 품목을 시중에 판매되는 상품들과 품질 비교 테스트를 진행했다. 1, 3월에 진행한 테스트에서 딸기 당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 결과에 따라 농촌진흥청으로부터 품질 우수 표창을 받은 충남 홍성의 우수 작목반을 발굴해 신규 운영하기도 했다. 계란의 경우, 일반 대형마트에서는 10·15·30구를 주력으로 판매하지만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고객이 늘어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점을 반영해 60구 대용량으로 동물복지유정란을 개발했다. 해당 대용량 상품은 전체 계란류 중에서 매출 비중이 60%를 넘어서며 매출도 72.8% 증가했다.

이은희 인하대 교수(소비자학)는 “고물가 시대에 대용량·고품질·저가격 정책의 창고형 매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저성장 속에서 실질소득이 오르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비용을 아끼면서도 건강을 챙기는 이 같은 소비 방식은 계속해서 인기를 끌 것”이라고 말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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