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아파트 2003년 사업 승인
당시 기준 16층 이상만 의무 설치
서울 강남구 역삼동 아파트에서 20일 발생한 화재의 원인으로 에어컨 용접 과정에서 튄 불꽃이 지목된 가운데, 해당 아파트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찰청과 소방당국, 한국전기안전공사, 한국가스안전공사 등 관계자 약 20명으로 구성된 합동감식반은 21일 오전 10시쯤부터 역삼동 현대 아이파크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진행했다.
해당 아파트는 최상층인 16층을 제외하고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2003년 사업 승인을 받을 당시에는 아파트 1층부터 15층까지는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었다.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규정은 1990년 16층 이상 아파트 중 16층 이상을 대상으로 처음 도입됐다. 이후 2005년 11층 이상 아파트 전 층, 2018년 6층 이상 아파트 전 층에 설치하도록 순차적으로 강화됐다.
전날 오후 1시 23분쯤 아파트 10층에서 시작된 불은 1개 세대를 모두 태우는 등 피해를 내고 3시간여 만에야 꺼졌다.
이 화재로 40여명의 주민이 대피하는 한편 내부에서 작업 중이던 50대 에어컨 기사와 각각 9층과 15층에 있던 11개월 남아, 5개월 남아가 부상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에어컨 기사는 양손에 화상을 입었으며 아이들은 연기를 흡입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감식반은 에어컨 수리 작업 중 용접을 하다가 주변 물체에 불이 붙었다는 에어컨 기사의 진술을 토대로 최초 발화 지점을 집중적으로 살펴 화재 원인을 확인할 예정이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구축 아파트에서 발생하는 화재는 인명 피해로 이어지기도 한다.
올해 1월 2일 화재가 일어난 경기 군포시 15층짜리 아파트 1993년 사용 승인이 난 건물로,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다. 당시 화재로 집 안에 있던 50대 남성이 숨졌다. 지난해 성탄절 32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도봉구 아파트 화재 역시 마찬가지다. 2001년 준공돼 16층 이상부터 스프링클러가 설치된 것이 불이 빠르게 번진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국 20년 이상∼30년 미만 아파트는 387만 가구, 30년 이상 아파트는 173만 가구로 대략 560만 가구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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