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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배 궁금증 풀어드려요"…전국 누비는 '두릅박사' [귀농귀촌애]

관련이슈 한현묵의 귀농귀촌애 , 세계뉴스룸

입력 : 2024-06-22 10:01:10 수정 : 2024-06-22 10: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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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대한연합영농조합법인 이춘복 대표

“식재 시기가 늦어서 잘 자라지 않는 걸까요?”

 

초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6월 10일, 전남 무안군 해제면 두릅밭에서 장동균 지점장은 안타까운 질문을 던졌다. 두 군데 두릅밭 가운데 한 곳이 문제다. 마을 앞 두릅밭은 잎이 무성해 수확을 앞두고 있지만, 다른 한 곳은 새싹 수준을 겨우 벗어난 생육 상태를 보이고 있어서다. 같은 종근을 심었지만 왜 이렇게 다른 성장 속도를 보이는지 장 지점장은 답답했다.

올해 봄 처음으로 두릅을 심은 장 지점장은 자식처럼 키우고 있는 두릅이 잘 자라고 있는지, 제대로 키우고 있는지가 늘 불안했다. 하지만 마땅히 물어볼 곳이 없었다. 두릅 성장에 어떤 문제라도 생기면 속만 태우기 일쑤였다.    

 

이런 두릅재배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전국을 순회하는 ‘두릅 박사’가 있다. 대한연합영농조합법인 이춘복 대표다. 2019년 11월 전남 보성으로 귀농한 그는 우리나라 기후와 토양에 맞는 두릅을 발굴했다. 마을의 고목이 된 두릅나무에서 우리나라 고유의 품종을 발견하고 복원했다. 이 대표는 직접 복원한 품종을 봄과 여름, 가을에 수확한 후 서울 가락동 도매시장에 판매하고 수익성을 확인했다. 복원한 신품종 이름은 ‘이형두릅’이다. 1년에 봄과 여름·가을에 연이어 두번 수확한다는 의미에서 그가 붙인 이름이다. 국내 고유의 품종 발굴은 대부분 일본 품종을 재배하는 두릅 시장에 획기적인 일이다. 이형두릅의 재배방법과 수확, 판매 등의 검증을 거친 후 묘목과 종근 분양을 시작했다.

 

이형 두릅은 재배방법이 쉬운데다 곧바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장점때문에 귀농인들에게 인기 작목으로 떠올랐다. 이 대표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이형두릅의 품종 발굴과정과 재배방법을 소개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SNS를 통해 알게된 귀농인들이 자신의 농장으로 직접 찾아오면서 보성이 두릅의 메카로 자리잡았다.

 

“전화 문의가 많아 보성에서 두번이나 재배방법을 소개하는 설명회를 가졌어요” 그가 개최한 두릅재배 설명회에는 전국에서 500명 이상이 몰렸다. SNS와 보성 설명회에 참가한 전국의 귀농인들은 이형두릅을 심기 시작했다. 강원도 철원에서 제주도까지 2∼3년 사이에 이형두릅이 전국적으로 보급된 것이다.

이 대표는 2023년 4월 두릅재배 농가의 영농조합인 대한연합영농조합법인을 설립했다. “전국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했어요” 그는 영농조합을 농협과 비슷한 조직으로 꾸렸다. 영농조합도 전국에 지점장과 지역장, 조합원을 두고 있다. 지점장은 지자체별로 1∼2명을 선임했다. 지점장의 두릅밭이 그 지역에서 이형두릅을 재배하고자 하는 귀농인과 농민들의 샘플 농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억대 부농이다. 귀농 후 우연찮게 만난 두릅으로 매년 3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자신처럼 귀농인들이 두릅으로 부농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돕는 것이 그의 목표다. 이 대표는 지난달부터 이형두릅을 키우는 귀농인들의 재배 현장을 찾아가 지도하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전국의 기후와 토양이 달라 전화로 답을 주는 것은 한계가 있어요” 그는 지난달부터 현장에서 답을 찾고 맞춤형 지도를 하는 전국 투어를 시작했다. 이 대표의 권유로 이형두릅을 심은 귀농인들을 모두 만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때문에 전국의 지점장을 중심으로 영농 지도에 나섰다.  

 

현장 반응은 초여름 무더위만큼이나 뜨겁다. 6월 15일 방문한 충북 음성 허옥회 지점장은 배수로를 얼마나 깊이 파야하는지 궁금했다. 경사지인 두릅밭이 마사토라 장마에 흙이 쓸려나갈 것을 염려해 부직포를 씌었는데, 그게 맞는지도 알아보고 싶었다. 이같은 허 지점장의 의문은 이 대표의 현장지도로 말끔히 해소됐다. “고랑의 깊이를 깊게 파 평지의 단점을 보완했네요” 이 대표는 두릅밭의 지형을 보고 허 지점장이 적절하게 대응했다는 평가를 했다.

허 지점장 밭의 부직포에 대해, 일반 두릅밭에서는 자칫 두릅이 싫어하는 습기가 찰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이 대표는 지적했다.

 

6월 13일 찾은 경기 파주 유병욱 지점장의 두릅밭도 80%이상 싹이 나고 자라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이 대표는 평가했다. 유 지점장은 이형두릅과 가시없는 민두릅의 차이가 무엇인지 물었다. 이 대표는 “파주 인근에서 이형두릅 재배를 희망할 경우 유 지점장의 밭을 견학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표의 단기 목표는 이형두릅으로 김치를 담궈 국민식탁에 올리는 것이다. 그는 2년 전부터 여름두릅으로 다양한 김치를 담그면서 젊은세대인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엄 세대)의 입맛까지 사로잡는 레시피를 개발했다. 이미 전남지역 김치공장과 MOU(양해각서)를 맺고 올 하반기에 본격적인 생산체제를 갖추게 된다.

 

“김치를 담글 두릅 물량이 부족해요” 이 대표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두릅 수확량의 부족이다. 두릅김치공장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적어도 두릅의 재배면적이 400만평은 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 조합원들의 전국 두릅면적은 20만평에 불과하다.

두릅김치공장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는 조합원들의 두릅 수확량을 늘리는 방법밖에 없다. 때문에 이 대표는 전국의 두릅밭을 둘러보고 현지 여건에서 두릅 수확량을 최대한 늘리는 재배 방법을 지도하고 있다.  

 

이 대표의 전국 투어에서 귀농인들이 제기한 가장 큰 애로점은 수확한 두릅을 서울 가락동 경매시장까지 보내는 유통 문제였다. 소규모로 농사를 짓는 귀농인들은 두릅을 수확해도 가락동 경매시장으로 배달하고 경매장에 올리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부터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놓고 가락동 경매시장과 협의한 끝에 최근 해결책을 마련했다. 

 

“한 상자라도 우체국 택배로 가락경매시장에 보내면 됩니다” 그는 우체국 택배로 소량이라도 두릅을 조합이 지정한 청과상회에 보내면, 이를 받은 청과상회에서 경매를 할 수 있도록 상하차를 하는 시스템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가락동 시장에서 경매를 하기위해서는 수확한 두릅을 농산물 집하장에 가져오면 화물차가 가락동 경매시장으로 실고 간다. 이후 농민이 경매를 할 수 있게 상하차를 하는 불편을 겪었다. 이제 이런 불편을 덜게됐다.  

 

지난 한달간 이른 폭염에도 불구하고 전국 50여개의 지점장을 만나 그 지역의 두릅 재배현황을 살펴보고 문제점을 해결하는 이 대표의 전국투어 소득은 컸다. “다음에는 권역별로 나눠 조합원과 만나는 시간을 가져 볼 계획입니다” 그의 또다른 전국 투어가 기대된다.

 


무안=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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