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등 290여발 공해상으로 발사
北이 훈련 빌미로 군사 행동 땐
NLL 중심 남북 긴장 고조 우려
한·미·일 북핵대표 유선 협의서
北 도발 대응 긴밀 공조 재확인
‘세계 최강 전투기’ 랩터 첫 출격
해병대가 9·19 남북군사합의로 중단됐던 서북도서 정례 해상사격훈련을 약 7년 만에 재개했다. 한·미 공군은 미 공군 F-22 랩터가 참여한 가운데 연합공중 훈련을 실시했다.
서북도서방위사령부 예하 해병대 제6여단과 연평부대는 26일 부대별 작전지역에서 해상사격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훈련 참여부대들은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로켓, 스파이크 미사일 등으로 290여발의 사격을 진행했다.
K-9 등을 동원한 해병대의 서북도서 정례 해상사격훈련은 9·19 합의 체결 11개월 전인 2017년 8월이 마지막이었다. 2018년 9월 남북이 체결한 9·19 합의로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 완충구역 내 사격이 금지되면서 서북도서 해병부대는 K-9을 내륙으로 옮겨 사격훈련을 했다.
해병대는 지난 1월5일 K-9을 동원한 서북도서 해상사격을 실시했지만, 이는 북한의 해상 완충구역 내 해상사격 도발에 맞선 성격이었다. 해병대는 “오늘(26일) 훈련 이후에도 정례적 해상사격훈련으로 군사대비태세의 완전성 제고를 추진할 예정”이라며 서북도서 정례 해상사격훈련의 본격 재개 방침을 밝혔다.
한·미 공군은 이날 한·미 대대급 연합공중훈련인 ‘쌍매훈련’을 실시했다.
쌍매훈련은 1997년부터 실시해온 대대급 연합공중훈련으로 양국 공중 전력이 함께 팀을 짜고 공격·방어·차단 등의 전술 훈련을 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세계 최강 전투기라고 불리는 F-22가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선 오물풍선을 계속 살포하는 북한이 군사적 카드를 앞세워 한·미에 반발을 표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NLL을 인정하지 않는 북한은 그 남쪽에 자신들이 관할한다는 해상구역을 설정한 바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월16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에서 “우리 국가의 남쪽 국경선이 명백히 그어진 이상 불법 무법의 북방한계선을 비롯한 그 어떤 경계선도 허용될 수 없으며 대한민국이 우리의 영토·영공·영해를 0.001㎜라도 침범한다면 그것은 곧 전쟁 도발”이라고 위협한 바 있다. 북한은 2010년 11월23일 해병대 연평부대 K-9 사격훈련을 빌미로 연평도에 122㎜ 방사포와 해안포 포격을 했다. 북한이 우리 군의 해상사격훈련에 맞서 NLL 일대에서 군사적 움직임을 보인다면, 남북 간 긴장이 한층 고조될 위험이 있다.
미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이 참여하는 한·미·일의 첫 다영역 군사훈련인 ‘프리덤 에지’도 곧 진행될 예정이다. 프리덤 에지는 해상·수중·공중·사이버 등의 다양한 영역에서 실시되는 훈련이다. 기존 영역 구분을 넘어서는 작전을 수행한다는 미국의 ‘다영역작전’(MDO) 개념을 적용했다. 북한은 예전부터 미 핵항모의 방한에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미 핵항모가 참가한 가운데 미군의 최신 작전개념인 다영역작전을 앞세워 실시하는 3국 연합훈련은 북한이 반발할 만한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 무력시위성 군사행동이 일어날 위험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도 변수다.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서 만든 무기의 성능을 확인하려면 실제로 시험을 해야 한다. 시험을 통해 성능이 입증되면, 북한군의 대량살상무기 능력은 더욱 강해진다. 북한이 이날 평양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으나 실패한 것을 놓고 북한은 내·외부 환경 변화에 관계없이 핵·미사일 기술 개발과 능력 강화를 밀어붙이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북한이 지난 5월 발사에 실패했던 군사정찰위성을 다시 쏘아 올리려고 시도한다면, 한반도 대치국면이 더욱 뚜렷해질 수 있다. 북한의 오물풍선과 미사일 및 군사정찰위성 발사, 한·미의 연합훈련 또는 단독 훈련이 맞물리는 국면이 이어지면 올여름 한반도 정세는 긴장된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긴장이 지나치게 고조되지 않도록 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북한이 최근 잇따라 오물풍선을 살포하자 군 안팎에선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가능성이 나왔다. 하지만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대북 확성기 방송은 현재(26일 오후 4시20분)까지 실시하지 않았고, 오늘(26일) 할 계획은 없다”며 “군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전략적·작전적 상황을 고려해 융통성 있게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북한 도발에 단호히 대응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하면서도 긴장이 지나치게 확대되는 것은 피하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은 이날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하고자 인성환 국가안보실 제2차장 주재로 안보상황점검회의를 개최했다.
한편 한·미·일 북핵대표는 이날 오전 3자 유선 협의를 갖고, 북한의 도발과 위협에 긴밀히 공조하자고 확인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준일 한반도정책국장은 정 박 미국 국무부 대북고위관리, 하마모토 유키야(濱本幸也)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 심의관과 통화하며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3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다수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으로, 한반도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한다고 규탄하면서 향후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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